연고전? 고연전?

별 관심이 없는게 사실이지만 쑥의 블로그에서 읽고 그냥 답글 단다는 것이 그 이상의 무언가가 떠올랐다.

답글 중 일부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겠죠. 학벌, 지역, 나이주의, 계급, ‘장애’/비’장애’, 섹슈얼리티, 섹스(요샌 젠더란 말이 불편해서 섹스로 대체할까 생각 중이라고 하네요) 등등.”이다.

그런 몸앓이를 한다. 만약 두 대학이 서울이 아닌 비서울지역에 위치했다면 그리고 서울에 위치한 대학 중에서도 사립의 양대산맥이라고 호명되는 대학이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문화적인 현상으로 읽히지 못했을 것이다. 특화(specialize/privilege)된 서울이라는 공간과 한국의 학벌주의가 아니라면 “대학가 문화”라던가 “20대의 낭만”이라는 식으로 미화되기 어려울 것이다. “예전엔 고연전/연고전때 술집에 가면 공짜로 술을 마실 수 있었는데 이젠 그런 ‘낭만’이 없다”는 식의 언설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1학년 때 동아리 선배들이 가장 많이 한 말 중에 하나는 대학생은 얼마든지 객기를 부려도 된다는 것이었다. 대학생이기에 용서가 된다는 것이다. 이 말 속에 들어있는 특권의식. 그리고 나이주의. 젊다는 것이 어떻게 해도 용서될 수 있다는 인식 속에 들어있는 근대 자본주의에 의해 형성된 생애주기이데올로기와 젊음이라는 특권은 결국 타자화와 착취를 발생시킬 수 밖에 없다.

어느 인터뷰에서 한 ‘장애”여성’의 지적처럼 이 문화는 또한 비’장애’인의 몸을 기준으로 한 ‘놀이’이기도 하다. 집단의식을 고양한다는 그 집단주의/민족주의적인 발상은 사실 특정 소수의 ‘정상성’에 다른 사람들이 맞추길(assimilation) 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지 않은/못한/않는 이들은 배제될 수 밖에 없고 이단자로 배척될 수 밖에 없다. 사실 성별화된 문화로서의 집단주의는 거의 항상 전시성폭력과 연속상에 놓여 있기에 끔찍한 몸앓이를 떨칠 수가 없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보여주었듯 그런 집단주의, 집단의식을 강화하는 행동들은 그 자체로 폭력성을 내제하며 실제 행사한다.

이런 집단주의가 한국/서울에서 가능한 이유가 무엇일까 몸앓아 보면 그것이 고려대와 연세대라는 학벌주의/인종주의/’정상성’이데올로기 등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지 ‘아름다운 낭만’같은 건 아니다.

(고연전/연고전 문화 내부에서 발생하는 섹스, 섹슈얼리티와 관련된 문제는 여기선 논외로 하고. 정말 말해보고 싶은 부분이지만.)

한국사회에서 담보하는 가장 특화된 이들, 한국의 ‘정상성’을 획득한 이들만의 권력과시라는 측면을 성찰하지 않는다면 결국 폭력이라고 몸앓는다. 고연전/연고전이 어떤 부분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4 thoughts on “연고전? 고연전?

  1. 참 이상한 일이예요. ㅡ_ㅡ; 이불 자크가 고장나서 지식인 검색을 해야하는 올케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덧글을 다는 중이였고, 뭐 보겠어?라는 마음과 보면 어때?라는 마음으로 자리를 비웠더랬죠. 분명히 제 기억엔 그런데.. 제가 사용하려고 보니 블로그 처음으로 와있는 거예요. ㅜ.ㅡ 물어볼 수도 없고.. 조금 난감하지만 뭐 어쩌랴 싶은.. ㅎㅎ 전 sex와 gender의 차이를 잘 모르겠어요. 제가 생각하기엔 그저 sex는 육체적인, gender는 사회적인 정도로만 여겼는데.. 외려 반대인지 뭔지 궁금하네요. 흐흐~

    1. 흐흐흐. 그 상황 참 난감할 것 같아요. 하지만 뭐 어때요. 어차피 [Run To 루인] 자체가 공개적인 공간인데요.. 흐흐
      루인은 섹스와 젠더를 구분할 수 없다고 고민하고 있어요. 섹스도 젠더도 둘 다 사회 문화적인 해석이라는 의미에서요. 흔히 섹스를 생물학적인 성이라고 하는데, 생물학도 한 시대의 사회 문화적인 해석에 따르고 만약 섹스가 생물학적인 결정이라면, 해부학이 운명이란 말을 그대로 따르는 이상한 결과를 낳기도 하고.. 흐흐;;; 그러고 보면 요즘 쓰고 있는 기말논문의 일부가 이것과 관련 있는 내용이네요..-_-;;;

  2. 자격지심인지는 몰라도 조금 과열한 현상은 불편하게 다가오긴 하더라구요. 특히 언론에서 보도할때! 그런데 한국에서만 그런게 아니라 미국도 아이비리그처럼 그러한 현상이 있으니.. 꼭 우리나라만 그런것처럼이라기 보다는.. 그런 현상자체에만 집중 또는 지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지난 글에 덧글 달면 이런게 문제에요. 현재는 다르니까요. ㅎㅎ ^^;

    1. 요즘 서울대 총학생 회장의 경력이 뉴스에 자주 나오잖아요? 루인은 참 웃기다고 느끼고 있어요. 만약 서울대가 아닌 이른바 비서울지역의 안 유명한 대학의 학생회장이 경력에 문제가 있으면 주요 뉴스로 이렇게까지 호들갑스럽게 나올까, 싶어서요. 한국에서 서울대라는 곳이 가지는 위치가 이런 뉴스가 가능하도록 한다고 느끼고 있어요. 예전에, 서울대에서 보도블록을 깐다고 그것도 뉴스로 나온 적도 있었잖아요.
      이런 지점들이 많은 얘기를 던져준다고 느끼고 있어요. 한국에서 학벌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어떻게 지속하는지 등등의 문제를 얘기할 수 있잖아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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