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 미 인 Let the Right One In] 2009.01.19. 월요일. 15:50. 아트하우스 모모. B4층 1관 G열 6번.


01
아, 얼마만의 영화관이냐. 언제 영화관에 갔는지 기억이 안 날 지경이다. 흐흐.
그리고 오랜 만에 영화관에 간 기념으로, 극장 찾느라 좀 헤맸다. -_-;; 흐.


극장이 있는 곳은 걸어서 갈 수 있는 곳. 그래서 약도를 대충 확인했다. 뭐, 자세히 확인했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터. 극장이 있는 층까지는 그럭저럭 찾아갔는데, B4층에서 매표소를 찾는데 10분은 족히 헤맸다. 흐흐. 공간 배치도를 확인했지만 번번이 반대편으로 갔다는. 크크크.


※스포일러를 직접 쓰지 않아도 읽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 일 수도 있으니 유의하세요. :)


02.
'오스칼도 나이가 들면 이엘리를 위해 피를 구하러 다닐까? 혹은 피를 구하러 다녀야 할까?'


극장을 나서며, 이런 말을 중얼거렸다. 그래도 행복하겠지. 그때까지 오스칼의 이엘리를 향한 사랑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근데 적어도 50년은 더 지나서도 사랑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건 사랑이 아니라 사랑의 끝자락에서 싹튼 정일까? 혹은 오스칼에게 다른 사랑이 찾아와도 이엘리의 감시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발생한 종속관계일까? 혹은 이엘리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오스칼은 태양이 눈부신 어느 날 커튼을 치고 햇살 아래 이엘리를 노출시킬까? 근데, 이런 질문들은 좀 잔인한가? 너무 냉소적인가?


그냥 궁금했다. 현재는 아름답다 해도 그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현재의 행복이, 현재의 사랑이 미래를 담보하지 않기에 그들의 미래가 궁금했다. 이런 궁금함은 그들의 불우한 미래를 예상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어떤 형태 건 행복한 미래이길 바라는 간절함 때문이다. 비규범적인 관계, 뱀파이어가 아닌 인간 소년과 뱀파이어인 소녀(?) 간의 사랑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적어도 이성애관계는 아닌 이 관계가 잘 유지되었으면 하는 어떤 간절함 때문이다.


오스칼(뱀파이어가 아닌 인간 소년 역할)이 이엘리(뱀파이어인 소녀일 수도 있고 소녀는 아닐 수도 있는 역할)을 껴안을 때, 이엘리는 오스칼에게 묻는다, 내가 여자가 아니어도 날 좋아할 거냐고. 나중엔 다시 한 번, 내가 평범한 소녀가 아니어도 괜찮으냐고 묻는다. 의미심장한 질문들이다.


뱀파이어는 인간 종이 아니니 성별을 '여성' 혹은 '남성'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고, 인간이 아니면 다 똑같은 변종이란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다. 혹은 또 다른 어떤 해석도 가능하겠지. 그것이 무슨 해석이 되었건 간에, 인간사회에서 규범적이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는 두 사람의 미래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둘만의 관계에선 불안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해도, 사회에서 살아가며 타의에 의해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은 너무 크다. 그러니 어떤 형태로건 행복을 바랐다.


그래서 이 영화는 행복한 결말인 것 같으면서도 행복일 수만은 없는 결말이며, 행복하지 않은 결말 같으면서도 행복한 결말을 연출한다. 어딘가로 향하는 기차 여행을 하는 모습으로.


아마도 난, 이 영화를 오래오래 곱씹겠지. 두고두고 다시 읽고 싶을지도 몰라. 극장에 가건 DVD를 구하 건. 웹에서 떠도는 불법파일도 구하겠지? 불법파일이지만 번역은 극장판보다 더 훌륭할 때가 많으니까.


03
브람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와 동일한 설정이라 반가웠던 부분: 자신의 집이 아닌 어떤 낯선 곳에 가기 위해선 타인의 초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는 점.


뱀파이어와 관련해선 스토커의 설정을 많이 가져왔구나 싶었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왜 공격했을까? 소설에도 이 부분이 나왔었나? 기억이 안 난다-_-;; 흐. 다만 드라큘라가 늑대를 부리고 박쥐로 변신할 뿐만 아니라 쥐들을 부리기도 한다는 점에서 고양이들이 뱀파이어를 공격했나? 소설엔 고양이가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기억한다. 고양이가 아니라 개들이 등장하고 개들이 쥐를 잡고, 쫓아내기도 하고. (다른 뱀파이어 소설에 등장하는 설정인가? ;;)


04
마지막 장면에서 그들이 주고받은 모스 부호는 무슨 뜻일까? 그 전에도 몇 번 모스 부호를 주고받는데 그것도 궁금하고. 무슨 말을 주고받은 걸까? 특정 언어를 공유하는 이들만이 소통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일부러 알려주지 않은 것일까?
2009/01/20 14:28 2009/01/20 14:28
Trackback URL : http://runtoruin.com/trackback/1402
  1. [영화,멜로] 흡혈귀소녀의 러브스토리. 렛미인 (Lat Den Ratte Komma In - Let the Right One In, 2008) Tracked from 월풍도원(月風道院) - Delight on the Simple Life. 2010/07/29 21:46  delete
  1. 아옹  2009/01/20 15: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스부호가 주고받는게 아니라 꼭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같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내가 되어봐'라는 대사나, '나는 너야' 라는 대사를 듣고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 루인  2009/01/21 23:26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오, 정말 그런 거 같아요.
      그러고 보면 이엘리와 오스칼은 서로가 만들어낸 환상일 수도 있겠어요. 모든 것이 자신의 환상 속에 일어난 일들, 그런데 실제 서로는 겪고 있는 일들...
      아옹 님 글에서, 수술 가능성을 암시하는 부분에 고개를 주억거렸어요. 전 그 장면을 해석하지 못 했거든요. 헤헤. :)
  2. 지다  2009/01/20 17: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주인공 아이들과 눈쌓인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서 빠져들어 보긴 했는데 정작 내용은 고개를 갸우뚱;
    그런데 그들의 이후의 모습을 상상하는 루인님 말씀에 갑자기 개그로 돌변. 커튼 걷는다는 상상을 하시다니. 왠지 스미스 부부의 부부싸움 (미스터앤미세스 스미스) 이 연상되었답니다.
    • 루인  2009/01/21 23:28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하하하하하하.
      정말 나중에 둘이 스미스 부부처럼 싸운다면 그것도 재밌을 거 같아요. 흐흐흐.
      한 명은 밤에 응징하고 한 명은 낮에 응징하고, 그러면 뭔가 좀 웃길 거 같아요. 흐흐
  3. 비밀방문자  2009/01/21 05: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4. 지구인  2009/01/21 18: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라큘라에 관한 소설은 워낙 많으니까요. 감독이 고전적인 설정을 많이 따왔다고 하네요. (^^그 초보드라큘라는 몸에서 불이나 죽는다든지.. 그런 것도요) 그래서 낮에도 돌아다니는 현대판 드라큘라들에 염증을 내던 드라큘라팬들이 전통적 규칙에 충실한 렛미인에 열광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참. 커튼을 걷는 건 저도 생각못했어요.. 오스칼이 이엘리를 벗어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군요.. 흠...

    이엘리가 여성이 아니라는 점에서 오스칼과의 관계를 동성애로 해석할 수도 있고... 이엘리의 그 할아버지.. 연인이기도 했던 그 할아버지는 어릴 때 만나 수십년간 함께 한 사람이 아니라.. 소아성애자로 만난지 얼마 안된.. (그래서 피를 구하는 기술이 어설프죠) 연인으로 볼 수도 있다는군요.
    • 루인  2009/01/21 23: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낮에 돌아다니는 드라큘라는 신선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 드라큘라나 흡혈귀 특유의 매력이 줄어드 어둠이란 코드가 특별한 거 같았어요. 흐흐흐.
      이엘리와 그 할아버지를 '소아성애'(혹은 세대 간의 사랑)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니 흥미로워요. 피를 구하는 기술은 정말 어설펐는데, 전 그게 마지막을 예감했기 때문이거나 뭔가 다른 어떤 이유를 상상했지, 이번이 처음일 거란 상상은 못 했거든요. 근데 지구인 님의 글을 읽고 보니, 만난지 얼마 안 되는 사이일 가능성도 큰 거 같아요.


      근데 커튼을 걷어서 헤어지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싶지만 때로 이런 방법으로라도 헤어지고 싶을 때가 있을 거예요... 흠... ;;;
  5. 꿈의택배  2009/01/22 21: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그렇네요.
    루인 님처럼 그들의 뒷이야기를 상상해보지 못했지만, 살짝 상상해보니 저도 좀 걱정이되네요.. 그 아이들은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행복했으면 좋겠는데요..
    • 루인  2009/01/28 1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쩌면 한국이란 사회에 익숙했기 때문에 이런 부정적인 상상을 한 건지도 모르겠어요. 이엘리와 오스칼이 사는 나라는 다른 곳일테니, 미래도 다를 거라고 믿고 싶어요...
      힘 내세요.
open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