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만들기

아래 무릎 펴기란 글을 쓰고 공개하기까지, 그리고 공개하고서도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루인의 의도와 상관없이(언젠가 적었지만 모든 의도는 항상 선하다, 그러니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는 말은 공허하다) 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다. 문제는 이 불안이 어디서 연유하는 것일까. 그것을 알 수 없었다.

[무릎 펴기]란 글을 쓰며 그 글을 쓰는 이유 혹은 방향은 어디에 있었을까. 쓰는 내내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랑 친구에게 말을 걸고 싶은 것인지, 리플을 쓰지 못한 그 이유를 쓰고 싶은 것인지, 그 만화 자체를 말하고 싶은 것인지. 물론 어느 하나만이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다. 항상 어려 가지가 뒤섞여 있으니까.

잠시 다른 일을 하다 떠올랐는데, 어쩌면 그 만화 내용 자체를 통해 무언가 말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말을 만들며 리플을 쓰지 못한 이유와 이랑 친구에게 말 걸기를 함께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애인과 가족은 말이 없는 사이, 친구는 말이 필요 없는 사이, 동무는 말을 만들어 가는 사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말 자체도 재밌었지만 덧붙이길, 그래서 언어를 만드는 사람은 연애를 할 수가 없다고 했던가. 이 덧붙인 말이 루인에겐 더 재밌었다.

항상, 거의 항상 상대에 대한 공감과 지지와는 별도로 그 상황 자체를 얘기하고 싶어 하는 편이다. 심지어 상대가 원하지 않을 때조차 그러고 싶어 하는 욕망이 몸 한 곳에 꿈틀거려 스스로 경악할 때도 있다.

[#M_ 이 만화 | 그러니까 이 만화 |

_M#]가 그렇다. 보는 순간, 공감이 넘치지만 그와 동시에 이 텍스트 자체가 너무 많은 내용으로 말을 걸어오고 있어서 어떻게 감당할 수가 없다. (라고 쓰고 있지만 뭔가 부족하다. 하고 싶은 말과는 괴리를 가지는 문자들의 나열이라니.)

아마 이런 지점들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지지와 공감과는 별도로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음. (아마 그래서 젠더구조에서 언어를 만들어 가는 사람은 연애가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동무를 좋아한다. 단, 루인은 친구와 동무를 이음동의어로 쓰고 있다.)

[#M_ +.. | -.. | 하지만 이상케도 스노우캣은 곧 바로 루인으로 일치하는 순간들을 자주 발견한다. 신기하고 재밌는 일이지만 한 편으론 이것 역시 몸앓을 지점이다.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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