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힐 것도 없는데, 그래서 슬퍼

잊는다는 것, 잊힌다는 것, 슬픈일이야. 붙잡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지.

언젠가 한 친구가 루인에게, 자기는 고백이 폭력일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짝사랑으로 지내겠다고 말했지. 그 친구에게 너무 미안했어. 그 시절 루인은 그렇게 몸앓고 있었거든. 원치 않는 사람에게 혹은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한다는 것은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사실 루인이 그랬어. 누군가의 갑작스런 말에 잊기 어려운 경험을 했어. 아직도 종종 그 일이 떠오르지만, 친구에겐 미안해. 그래도 고백 한 번 하지 않은 일은, 더구나 그것이 루인의 말 때문일 거란 몸앓이에 더더욱 미안해.

루인도 그 폭력성이 두려워 말 한 마디 못하고 혼자 앓기만 한 날도 많아. 하긴, 고백할 수 있다는 것, 그 가능성이라도 있다는 것 자체가 권력과 특권의 문제이긴 해. 어떤 사랑은 정말 고백 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니까.

요즘 들어, 고백은 아니라도 한 마디 말이라도 붙여 볼걸, 해. 잊힌다는 것과 잊힐 것조차 없다는 것의 간극이 너무 크잖아. 그래서 잊힐 거라도 있게 한 마디 말이라도 해볼걸 그랬다, 는 안타까움도 남아.

그래서 어려워. 너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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