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부음. 추위.

얼도록 찬 바람이 분다. 이런 날이 좋다. 너무 추워서 숨쉬기조차 힘든 날. 그래서 가픈 호흡을 뱉어야 하는데, 추위가 온 몸을 서늘하게 만들어서, 기도氣道까지 서늘하게 만들어서, 좋다.

이 서늘하고 차가운 느낌이 좋아서 괜히 입을 벌리고 바람을 들이 마신다.

하지만 내일이 시험인데, 학부 마지막 시험인데 지금 이렇게 나스타샤랑 놀고 있다. 그 만큼 자신이 있어서냐면 결코 아니다. 반쯤 포기하는 몸으로 이러고 있다. 몸이 어수선해서 시험공부에 집중을 못 하고 있다. 오전 중에 친척의 부음을 들었다. 종종 친척의 죽음을 예감하는데, 이번엔 그러지 못했다. 다만, 전화를 받기 직전 불길한 예감은 있었다. 전화를 건 사람이 이미 소식을 들었냐고 했을 만큼, 목소리가 나빴다.

이 추운 날 한 사람이 죽었다. 별 다른 느낌은 없다. 다만 고생이겠구나, 싶다. 사촌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내일 다시 해 봐야지, 하면서도 잘 모르겠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어렵다. 하긴, 이럴 땐 미리 계획을 세워봐야 소용없다. 그냥 전화를 하고 나서 그 다음, 어떻게 하는 거다.

유난히 추운 날 한 사람이 죽었다. 사무실에서 내일 시험을 준비하다 지루해서 玄牝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너무 추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지만 눈물조차 나지 않을 만큼 추웠다. 그냥 허虛하다. 별다른 느낌도 없고 죽었다는 사실이 실감도 안 난다. 그저, 이 추위에 망자를 보내려면 고생하겠구나, 하는 산 사람들 걱정만 든다. 지난 추석, 몇 달 사이 머리가 하얗게 샌 모습을 봤는데 그게 마지막이었구나, 하는 몸앓이를 했다. 그러고 보니, 자주 연락을 안 하던 사촌에게 안부 전화를 하고 싶었던 며칠 전이 떠오른다. 오랜만에 연락해서 안부를 물어야지, 했는데 시간이 지났다. 예감이라면 그것도 예감이다. 다만 너무 사소하게 여겨져서 예감으로 인지 못했을 뿐.

유난히 추운 날씨다. 이런 겨울 느낌이 좋다. 하하, 웃기엔 찬 바람에 얼굴 표정이 일그러지고 찡그리기엔 기도까지 차가운 느낌이 너무 좋은. 눈물조차, 콧물조차 흐르지 않을 정도로 추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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