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붙일 수 없는 글

34권으로 완결한 만화를 며칠 전부터 읽기 시작해서 오늘 오전에야 다 읽었다. 원래 계획은 조교 사무실에 가는 것이었다.

어제 오후, 서점에 들렀다 귤을 사서 玄牝으로 돌아왔다. 어제의 내일, 오늘 오전에 일이 있어서였다. 기대하는 일이었기에 혹시나 늦잠 잘까봐 일찍 잠들기도 했다. 아침, 옷 갈아입을 즈음, 연기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한편으로 아쉽고 한편으로 좋고. 라디오에서 아침 날씨가 상당하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귤은 결국 주말까지의 간식으로 결정되었고 깎아 가려고 했던 키위도 그냥 루인의 간식이 되었다(지금 먹고 있는데 맛이 별로다;;).

몇 가지 자잘한 일을 하고, 7권 남은 만화를 마저 읽었다. 다 읽고 나선, 주말에나 할까 했던 야채전을 했다. 만화를 보고 나서, 책을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꾸만 울음이 나고 있다. 뭔가 상황만 된다면 언제든 울어버릴 기세다. 어찌나 잘 울었던지 눈물샘이 터져 수술 했던 흔적이 몸에 있다. 7살이던 그때 이후로 막혀버린 샘은 잘 터지지 않지만 그럼에도 종종 울음이 목구멍을 넘어오곤 한다. 만화책을 읽으면서도 수시로 울었다.

울 수 있는 상황을 찾고 있다. 펑펑 울 수 있는 상황을. 영화도 좋고 책도 좋고. 뭐가 됐든 울음에 체한 것 마냥,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안만 커져간다.

자기 확신이 부족하면 모든 일이 불안하다. 작은 일 하나하나에 불안해서 어쩔 줄을 모르고 루인을 향한 것인지 아닌지도 모를 모든 일이 루인을 향한 일이라고 자학한다. 자학은 “내가 감히 그런 일을 했다니”가 아니라 폭력 가해에 대한 자기 처벌이다. 이런 불안 속에서 울기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 다만 그냥 울긴 싫어 다른 이유로 울었다고 핑계 거리를 찾고 있다. 그 뿐이다.

주말 이틀 동안, 별일이 없으면 종일 영화라도 봐야겠다. 미뤘던 영화들로 시간을 보내야겠다.

그나저나 뭘 볼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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