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지금까지 내가 옳다고 혹은 동의한다고 믿은 입장이나 지향이 사실은 나를 배신할 수 있음을 깨달을 때 곤혹스럽다. 간단하게 말하자. 성범죄 처벌 관련 법을 기본적으로 동의한다고 고민했다. 화학적 거세법은 강력하게 비판했고, 처벌 수위가 높다고 범죄 행위가 줄어들 것이라고 믿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일정 수준의 처벌은 필요함에 동의한다고 고민했다.

그런데 페미니즘 정치학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로 구축된 성범죄 처벌법이 트랜스젠더퀴어, LGBT/퀴어를 더 위태롭게 만든다면? 이것은 가정이 아니라 현실이다. 실제 성범죄 처벌 관련 법은 퀴어의 삶이나 관계를 불가능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른 말로 형사법, 성범죄 관련 법을 퀴어하게 독해하는 작업은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다. 곤혹스러울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더 크게 곤혹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 작업을 하고 있다. 논의를 어떻게 정교하게 구성해야 할지부터가 고민이다. 기존 법적 가치나 여성운동 단체, 페미니즘 단체의 지향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부정할 부분은 아닐 거라고, 지금은 고민한다) 어떻게 퀴어하게 문제삼고 재구성할 것인가? 머리가 아프다.

4 thoughts on “갈등

  1. 안녕하세요. 저는 어제 퀴어락 서고에 들렀던 사람입니다. 약속시간이 5시간가량 미뤄진 상태에서 돈도 없어 어디 갈 데가 없었는데, 마침 근처에 kscrc 사무실이 있다는 것만 알고 무작정 찾아갔었습니다. 그런데 책도 읽고 핸드폰 충전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퀴어락 서고를 보니 백합물이나 BL물도 가리지 않고 모으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면 혹시 제가 갖고있는 RPS(Real Person Slash) 책도 퀴어락에 받아주실 수 있으신지 알고싶습니다.
    RPS는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동성애 픽션을 쓴 것인데, 수위가 높은 경우도 있어 실존인물에 대한 성희롱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제가 가진 책은 해외 락밴드 멤버들을 이용해서 쓴 책으로, 몇 년 전에 락밴드 배포전에서 호기심에 구매했다가 앞쪽만 조금 읽다 만 것입니다.

    1. 앗.. 그 분이시네요. 🙂
      잘 사용하셨다니 기쁘고요. 헤헤.

      말씀하셨듯, 퀴어락은 백합물이나 BL물도 가리지 않고 있어요. 이것 역시 퀴어 문화를 구성하는 중요한 자료니까요. 그래서 최대한 많이 수집하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요. ㅠㅠㅠ
      LGBT/퀴어와 관련 있다 싶으면 일단 모두 수집하기에 말씀하신 자료를 기증해주신다면 저희로선 무척 기쁘달까요!!! 기증해주신다면 퀴어락 입장에선 정말 고마워하며 받을 거예요. 헤헤.

  2. 편하신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러면 그 때 책을 갖고 사무실로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아니면 우편으로 보내드리는 것도 괜찮은지요..?

    1. 직접 찾아오시려면, 월수금은 09:30~16:00 사이에, 화목은 13:00~20:00 사이에 방문하시면 되고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 시간이 근무시간이거든요.
      우편으로 보내주시는 것이 더 편하시면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 17길 45 2층(망원동 57-93번지 2층) 퀴어락으로 보내주시면 되고요.
      정말 고맙습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