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받는다는 문장의 복잡한 함의

“나는 트랜스라서 차별받고 있다.”

이 문장이 함의하는 바는 무엇일까?
요즘 나는, ‘차별받고 있다’는 언설은 내가 가진 특권적 위치를 동시에 표출하는 언설이라고 고민하고 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나는 트랜스라서 차별받고 있다’라는 문장으로 나의 상황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면, 이 말은 나는 한국의 선주민이자 시민권이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권을 누리고 있고, 비장애 특권을 누리고 있고.. 와 같은 내용을 동시에 함축하고 있음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트랜스로 차별 받을 경우 시민권이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권을 무조건 누리지는 않는다. 단적으로 나는 이번 대선에서 투표를 못 할 뻔했다. 며칠 전엔 도서관 출입을 못할 뻔도 했다. 하지만 한국인으로 통하는 외모와 한국 선주민일 때의 특권은 분명 누리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다양한 특권을 누리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차별 받고 있다는 발언이 등장할 때, 이 발화가 어떤 내용은 강조하고 다른 어떤 내용은 은폐하는지를 훨씬 정교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논의도 상황 파악도 지형 파악도 매우 단순해질 것이고, 교차성 논의는 1+1 할인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교차성 논의의 핵심은 ‘나는 이러저러하게 차별받고 있다’가 아니라 나는 특정 상황에선 차별받고 있지만 다른 상황에선 특권적 위치에 있다’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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