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미국인 연구자의 연구에 참여하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구자는 나에게 인종은 뭐라고 생각하냐고 질문했다. 순간... 버퍼링이 걸렸다. 그러며 가장 처음 나온 말은, "한국인은 인종인가?"였다. 인종에 한국인/Korean이라고 적으면 그것은 적절한가? 예를 들어, 인종주의와 관련한 논의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범주는 백인white과 흑인black인데, 이것은 국적에 근거를 두고 있는 표현이 아니다. 피부색에서 출발한 이 표현이 인종으로 쓰인다면, 나의 인종은 무엇일까? 미국에서 생산된 논문을 읽다보면 백인, 흑인 뿐만 아니라 푸에르토리코인, 라틴계와 같은 표현이 나온다. 그때는 별로 고민을 안 하고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백인과 흑인과 라틴계와 한국인은 인종 표현에서 등가로 나올 수 있는 표현일까?

아무려나 미국인 연구자의 연구였고, 연구참여자의 인종 구성을 표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인종을 말해야 했다. 그런데 나의 인종은 무엇인가? 무엇으로 설명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나의 상황에서 다시 깨달았다. 정확하게 이것이 나의 특권이라고. 나는 한국에 살며 나의 인종이 무엇인지를 말할 필요가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는 한국에 살며 "어디서 왔어요?(Where are you from?)"이라는 질문을 받은 적도 없다. 나는 이와 관련한 의제에서 단 한 번도 말할 필요도, 증명할 필요도,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기에 나의 인종을 무엇으로 표기하면 좋겠냐고 물어봤을 때, 즉각적인 답변을 한 적이 없었다. 아울러 한국인이 인종일 수 없다면, 나는 동북아시아인으로 말하면 되는가? 한국인이라는 표현은 인종 표현이 될 수 있는가? 이 표현은 백인이나 흑인과 같은 표현과 동일한 층위가 될 수 있는가? 물론 꽤나 오래전부터 흑인이란 표현 대신 아프리칸-아메리칸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 층위에서 본다면, 한국인은 인종일 수 있을까? 아니면 한국 선주민이라는 점에서 native Korean으로 말해야 하는가? 그런데 나는 어릴 때부터 한국 토종(!)은 쌍꺼플이 없다는 말을 듣고 자랐고,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아주 진한 쌍꺼플이 있다. 그럼 나는 네이티브인가? 한국 토종, 한국 순혈과 같은 상상력에서 나는 어쩐지 어긋나지만, 그 어긋남은 성형 산업의 관점에서 불이익이기보다 이익이라고 말할 수 있고, 또한 나는 한국인에게 주어지는 많은 특권 속에서 살고 있다.. 이를 표현할 적절한 표현은 무엇일까?


2022/06/17 19:06 2022/06/1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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