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엔 물이 새고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어두운 玄牝에 머물며 나가길 머뭇거렸다. 비가 내리는 만큼 우물의 깊이가 더해갔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오전부터 부천에 갈 일이 있어서 이다. 몇 주 전, 약속한 일이다. 하지만 사실상 그 일은 별다른 수확이 있는 일이 아니었다. 갔어도 가지 않았어도 그만일 일이었다. 옷만 흠뻑 젖었다.

흠뻑 젖은 옷이 싫다. 발이 불어가고 옷은 무거워지고 바람에 머리카락은 헝클어지고, 눈을 감고 귀를 막고, 표정을 지운다.

부엌에선 여전히 물이 새고 있다. 비만 오면 물이 샌다. 새는 물이 몸에 쌓여가고 고여 가는 물이 썩어간다. 썩어가는 물 냄새가 몸에 인처럼 박혀, 역하다.

물에 젖어가는 玄牝과 닮아가는 몸. 물에 젖은 몸이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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