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더 자세하게 글을 쓰겠지만...

연대란 즐겁고 더 힘이 강해지는 경험일 수도 있지만 나를 향한 혐오를 견디는 고통스러운 과정이기도 하다. 연대는 더 큰 집단을 구성하는 작업이기도 하지만 후회, 회의, 배신을 예정하는 행동이고 그럼에도 필요하고 중요한 작업이라고 고민한다.

2018/06/05 08:51 2018/06/05 08:51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가 비판을 받고 있더라. 기획의도를 읽으니 정말로 구리고 또 화가 나는 기획이라 드라마를 향한 비판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드라마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이 차이를 둘러싼 언급에는 대체로 불편함을 느낀다. 나이차가 많이 나면, 특히 10살 이상 나이 차이가 발생하면 특이하고 이상한 연애, 특정한 조건을 갖추지 않은 이상 연애감정이 생길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는 언설을 접하며 이것은 뭘까라는 고민을 한다. 10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상대에게 연애 감정이 생기려면 다정해야 하고, 성공적 커리어가 있어야 하고... 이런 조건은 권력의 상징이자 징표이기도 하다. 나이는 무엇일까? 나이 차이는 무엇일까? 연애에서 나이 차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많은 나이차를 상쇄하는 방법은 권력을 쟁취하고 이를 통해 다정하고 부드러운 성격, 괜찮은 커리어를 만드는 것이라니... 아직 정확하게 표현은 못 하겠지만 상당히 끔찍한 상상력이다. 이른바 권력자의 강압과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연애로 포장할 수 있는 상상력이라고 말한다면 너무 과할까? 혹은 이것이 생애주기의 이성애규범성, 신자유주의의 성공 중심성에 토대한 언설이라고 한다면 과한 것일까? 연애의 정상성을 구성함에 있어 나이는 매우 중요한 조건으로 작동한다.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음을 중요하게 여길 때, 비슷한 나이의 사람과 연애함을 당연한 조건으로 말할 때, 이것은 연애의 구성에서 매우 중요한 측면을 말해준다. 나이는 모든 것을 무화시키거나 문제화시킨다. 나이 차이가 별로 안 나거나 비슷한 나이의 연애 파트너는 다정하지 않고, 상냥하지 않고, 섬세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이것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데이트 성/폭력의 중요한 양상이기도 하다. 물론 10살 이상의 나이 차이를 상쇄하는 조건으로 말한 내용이, 곧 비슷한 나이에게는 요구하지 않는 조건이라거나 비슷한 나이의 연애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정당화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나이 차이를 향한 여러 부정적 언설을 접하며 연애 감정의 구성 조건은 무엇일까를 고민한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애를 젊음과 성공/돈의 교환처럼만 상상할 때 그 상상력은 연애를 둘러싼 어떤 규범성을 재생산하고 있을까? 이렇게 생산하는 규범성은 이성애를 어떻게 다시 한 번 정상화하고 비이성애 실천을 어떻게 다시 한 번 추방하는 효과를 낳을까? 정말로 몸이 복잡한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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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왜 ㄱ이라는 현상을 비판하고 문제삼는 과정에서 ㄴ이라는 정상성을 새롭게 구성하고 이를 통해 다른 여러 비규범성을 추방하는가? 그런데 왜 이런 식의 언설이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일으키는가? 새로운 규범성을 생산하지 않는 비판은 어려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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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2. 나의 아저씨를 비판하며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애 자체를 비난하는 언설을 들으며, '우리(동성애자)는 정신병이 아닙니다'라고 항변하는 발언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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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렇게 나이 차이가 생기는 사람에게 연애 감정이 생겨?'라는 언설은 '어떻게 트랜스에게(혹은 '동성'에게) 연애 감정이 생겨? 징그럽지 않아?'와 비슷한 인식 구조를 취하고 있다.


2018/03/23 16:59 2018/03/23 16:59
기록을 찾아보니 작년 7월 중순 진행한 도란스 회의에서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으로 글을 쓰자고 결정했다. 첫 원고 마감은 작년 10월 말이었지만 원고 마감이 원래 계획대로 되지는 않기 마련. 무수하게 많은 회의 및 논평에 나의 지극히 늦은 원고 제출(나만 제때 원고를 냈다면 한 달 전에 책이 나왔을 듯... 편역자님 죄송합니다 ㅠㅠ)로 이제야 책이 나왔다.


이번 책은 어떤 운명으로 흘러갈지... 이런저런 걱정과 염려와 기대가 있지만 이번 책에 실린 나의 글만큼 아쉽고 애착을 느낀 일이 없다. 패닉방어라는 10년 과제를 이제야 시작했지만 아쉬움이 한 가득이다. 무엇보다 얼추 1년 반 넘게 글을 못 쓰고 지내던 삶에서 간신히 무언가를 쓰기 시작한 글이기도 하다. 이 책의 운명과 함께 나는 또 어떻게 될까...

2018/03/22 19:43 2018/03/22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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