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하고 있으면 냥이들이 책상 위에 철푸덕 누워 있을 때가 있는데... 비염이 심한 나는 종종 요란한 재채기를 하곤 한다. 이럴 때

소심한 퀴노아는, 내가 재채기를 하려는 기미만 보이면 냅다 도망감. 이미 도망가 있음.
천상천하유아독존 귀리는, 내가 재채기를 하려면 피하려고 슬렁슬렁 움직이지만, 정작 내가 재채기를 하면 심드렁함. 재채기를 하려고 하면 일어났다가 재채기를 하면 심드렁해 하다가 다시 철푸덕 누움. ㅋㅋㅋ


집에 핸드폰 충전 케이블이 최소 20개의 여분을 쟁여두고 살고 있는데... 갯수만 들으면 너무 많다고 느끼겠지만 두어 시간 사이에 새 케이블 3개가 박살나는 걸 목격하고 나면 20개도 충분하지는 않음. ;ㅅ;

책상에서 작업하며 폰을 충전하고 있는데, 이노무 괭이들이 케이블 선에 일부러(이건 분명 고의다!!!) 꼬리를 감아서는 걸어감. 그럼 케이블에 끌려서 폰이 책상 아래로 낙하하는데, 이럴 때면 꼭 충전기와 폰을 연결한 부위로 낙하함. 그리하여 케이블 충전 부위가 90도로 꺾임.. 이렇게 새로 갈고, 새로 갈며 두어 시간 동안 새 케이블 3개가 박살남... ㅋㅋㅋ 그날 4개의 케이블이 없었다면 충전이 불가능한 사태가 발생했고.. 그 이후로 선호하는 케이블이 할인할 때마다 쟁여두기 시작함. 슬픈 이야기인가...



2022/04/11 10:42 2022/04/11 10:42
글 쓰다가 잠깐 딴짓.

2003년인가 엠파스가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처음으로 블로그란 것을 개설했으니 이제 얼추 20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엠파스는 이미 흔적도 없는 서비스가 되었고, 엠파스라는 서비스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시대가 되었다. 20년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블로그가 처음 개설되었을 때는 카페가 유행이었고, 싸이월드가 유행했고, 프리챌 커뮤니티 서비스도 유행했다. 블로그도 한때 유행처럼 많은 사람이 사용하던 시기가 있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다시 트위터가 대세를 이루고 페이스북이 인기를 끌고 그 인기에 구글은 구글웨이브를 냈다가 일찍 망하고, 새롭게 구글플러스라는 서비스를 냈지만 폭망했다. 트위터는 금방 망할 것 같았음에도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활발한 SNS로 유지되고, 페이스북은 어느 순간 그들만의 리그, 쓰는 사람만 쓰는 공간이 되며 사용자가 감소하고 있다. 페이스북 대신 인스타가 인기지만 틱톡이 더 인기를 끌고 있다. 늘 SNS에서 성공하고 싶었던 구글은 어느 순간 지구상 가장 큰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가 예기치 않게도 SNS와 검색서비스를 통합한 서비스로 성공하며 나름 성공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경험하며 나는 여전히 블로그를 사용하고 있다. 잠시 트위터를 했지만 그 번잡스러움에 그만뒀는데,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전에 그만두길 잘했다고 몇 번이고 중얼거린다. 페이스북은 아예 시작도 않했고, 구글웨이브는 초기 사용자였지만 사용자 자체가 없는 서비스여서 망했고(그 기능이 구글드라이브로 들어와 실시간 문서 작성이 가능해졌다), 구글플러스는 열심히 했지만 그곳에는 리눅스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연결된 곳이었기에 매우 조용했다. 무엇보다 다행스럽게도 구글플러스는 망했다. 그리고 이후로 SNS는 일절 하지 않고 블로그만 계속 유지하고 있다.

블로그가 잠시 유행하던 때, 열심히 찾아가 읽던 블로그 중 상당수는 이제 문을 닫았거나 찾을 수 없는 페이지가 되었고, 그래서 이제 찾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활발하게 글을 쓰고 있는 블로그를 보고 있노라면 무척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왜, 아직, 블로그를 운영하고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블로그 뭘까,라는 질문을 하고는 한다. 나는 왜 이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으며, 대세인 서비스를 모두 무시하고(망할 게뻔한 서비스만 이용하고? ㅋㅋㅋ)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이곳에서, 찾는 사람이 더더더욱 적은 이곳에서 끄적거리고 있는 것일까.

20년 지난 뒤, 나는 여전히 이곳에서 비슷한 말을 할 수 있을까.


2022/04/10 20:48 2022/04/10 20:48
어제 애인님과 살림의원에 가기 위해 구산역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뒤에서 어느 일행이 나의 가방에 잔뜩 달려 있는 뱃지 중, '차별금지법 제정하라'를 두고 떠들었다. 무슨 소리를 하려나 했는데, 차별금지법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내 가방에 붙인 뱃지에 대해 계속 떠들었다. 심지어 한 명은 뱃지를 이렇게 달면 무겁지 않냐, 또 다른 사람은 이거 다 뭐냐고 대놓고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갈등을 극도로 회피하는 나는 그냥 냅뒀는데, 평소에는 매우매우매우 소심하지만,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더더욱 소심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싸우길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애인님이 화를 냈다. 그들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애인님은 뱃지를 두고 떠는 인간들이 다 들으라며, "세상에 이렇게 무례한 사람은 처음본다", "진짜 너무 무례하다"와 같은 말을 하며 화를 냈고, 나는 그 말에 동조하는 반응을 했다. 그리고 뱃지를 두고 떠들던 인간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여러 가지 말할 거리를 주는데.. 일단 뱃지를 한국어로, 메시지가 정확하게 드러나는 방식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한국어로 만들어진 뱃지에는 반응했지만 나머지 뱃지는 그냥 까마귀만 언급하고 끝이었다(까마귀가 들어간 뱃지가 있다). 한국에서는 한국어가 가장 전달성이 좋다는 점에서 당연한 이야기지만 생각보다 한국어로 만든 뱃지가 많지 않다. 6색 무지개의 상징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내가 착용한 뱃지 역시 6색 무지개, 트랜스 프라이드 색깔, 바이 프라이드 색깔을 이용한 뱃지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메시지도 이해하기 쉬워야 하는데, '차별금지법 제정하라'는 명확해서 이해하기 쉽지만, '트젠 투쟁' 뱃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다른 한편으로 이 사건은 애인님과 나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한다. 애인님은 자신이 받는 부당한 피해나 불이익에는 대체로 넘어가는 편이다. 하지만 본인에게 소중한 사람이 같은 피해나 불이익을 겪을 때, 그리고 본인이 지지하는 정치학을 누군가 혐오로 반응할 때면 참지 않는다. 불과 같은 힘으로 대응한다. 나는? 갈등을 극도로 회피하는 타입인 나는 무조건 사태를 회피한다. 물론 급발진할 때가 있는데 그건 학술대회나 수업, 토론회와 같은 자리일 뿐이고, 그 외에 대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갈등은 다 회피한다. 이런 내가 인권단체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당혹스럽겠지만... 나는 기록물을 조우하지 인간을 만나지는 않는 일... 아카이브여서 지금까지 활동을 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고.

갈등을 극도로 회피하는 성격이라면서 가장 열심히 뱃지를 착용하고 다니는 것은... 뭔가 매우 모순 같지만 아무려나 그렇다. 갈등을 회피하기 때문에, 뱃지로 말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평소에는 이어폰을 쓰고 있어서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을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뒤에서 떠드는 소리를 직접 들으니, 뱃지는 더 열심히 착용해야겠네. 길벗체로 '차별금지법 제정하라'라는 문구를 쓴 뱃지는 비온뒤무지개재단에서 만들었으니, 참고하시길...


2022/04/09 16:43 2022/04/0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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