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살아요

요즘 들어 피부가 좋아졌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냥 이런 말만 하기도 하고 이유를 묻기도 한다. 뭐, 겨울이기도 하고 잘 먹고 잘 지내니 피부도 좋아지는 거겠지. 으흐흐
음식하니 떠오른 일화가 있다. E가 처음 집에 놀러왔을 때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많기 가서 저녁을 먹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평소 먹는 것처럼 버섯을 대충 굽고 밑반찬으로 한끼를 때웠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 E가 말하길, 처음엔 내가 간결하게 먹는 줄 알았다고 했고 시간이 지나 그것이 아닌 걸 알았을 땐 내가 살짝 불쌍했다고.. 흐흐.
하지만 음식 만드는 걸 귀찮아 하는 나란 인간은 그저 매우 간단하고 대충 만든 식사를 선호한다. 이를 테면 일요일 점심 때 반찬을 잔뜩 만들어서 일주일 내내 먹는 식이다. 그때 반찬은 버섯, 고추, 양파 정도를 볶는 수준이고. 여기에 콩자반이나 다른 밑반찬을 추가하면 끝. 내겐 이 정도면 충분했다. 더 이상 많은 반찬이 필요 없기도 했고. 어차피 아침만 집에서 먹고 주말 네 끼 중 두 끼는 라면이니까. 후후.
그런데 요즘은 먹는 음식과 반찬의 종류가 변했다. 어떤 것을 먹는지는 음식 블로깅으로 대충 짐작하실 테고. 사진으로 블로깅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반찬을 먹으며 잘 지내고 있다. 이러니 다른 이유가 아니라도 몸이 좋아질 수밖에 없고 피부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몇 년 전 제주도에 갔다 온 적이 있다. 단지 며칠이었는데 그때 식사가 상당히 괜찮았다. 그리고 서울에 돌아왔을 때, 피부가 좋아졌다는 얘길 들었다. 내가 사는 환경과 내가 먹는 음식이 곧 나의 피부고 몸이다.
암튼 이런저런 이유로 요즘 피부가 좋다는 얘길 들으니, 그러면 또 그런가보다 한다. 후후.

바람, 병원

며칠 전부터 바람의 눈 상태가 이상했다. 어느 날 아침 바람의 눈에 눈꼽이 많이 끼어 있어서 이상하다고 여기면서 외출했는데, 그날 저녁 바람이 왼쪽 눈을 제대로 못 뜨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마찬가지였고 눈 주위에 눈물이 말라 털이 엉겨있는 모습이었다. 어랏.. 무슨 일 있나? 걱정이 되어서 신경을 곤두세웠다. 바로 병원에 갈지 며칠 두고볼지… 그러며 다시 하루 지났을 때 여전히 왼쪽 눈을 60% 수준으로만 뜨고 있었고 활력도 좀 떨어진 듯했다. 끄응.. 그래도 저녁이 되면서 눈을 좀 더 잘 뜨는 모습이라 괜찮겠지, 했는데 아니었다. 그날 저녁 바람의 왼쪽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울고 있는 게 아니라 눈에 무슨 일이 있어서 눈물이 나는 듯했다. 그리고 바람은 그루밍으로 눈물을 닦았다. 다음날 바로 병원에 가려 했는데 또 눈이 멀쩡한 듯했다. 그리고 다시 저녁, 눈이 괜찮은 듯한데 눈에 약간의 물기가 고여 있어서 결국 다음날(즉, 어제) 병원에 가겠다고 결정했다. 물론 어제 아침에 다시 그 결정을 번복했고 병원 가는 것과 가지 않는 것 사이에서 계속 갈등했다. 날이 추워서 밖에 나가는 게 오히려 안 좋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오래 망설이다 병원에 갔다. 좀 많이 기다렸고 눈과 관련한 몇 가지 진단을 받았다. 결과는? 눈에 별 문제가 없단다. 끄응.. 일단 당장 진료하기엔 눈에 별 문제가 없고 어쩌면 허피스(헤르페스)일 수도 있는데, 이 경우도 약하게 앓다가 그냥 나은 경우라고 했다. 사람이 감기를 앓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낫는 것과 같은 원리랄까. 암튼 눈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외상이 있는 것도 아니란 진단을 받고 나니 어쩐지 괜한 비용을 사용한 것만 같았다. 물론 이것은 안심하기 위한 비용이다. 만약 확진을 받지 않았다면 나는 계속 불안했을 것이고 오랜 시간이 지나 바람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때 병원에 갈걸…’이라고 나를 탓할 것이다. 그러니 이번 진료는 안심하기 위한 비용이자 만약을 대비한 비용이니 비싸다고 할 순 없다. 그럼에도 어쩐지 아깝다. 그 돈이면…!!! 암튼 다시 오랜 만에 병원 가느라 외출한 바람은 길에서 계속해서 우앙우앙 울었지만 집에 왔을 땐 좀 의연했다. 예전엔 한참을 이불 속에 숨었다. 하지만 어젠 이불 속에 잠깐 들어가더니 곧 나와선 내 주위를 돌며 그냥 차분하게 지냈다. 오호라..! 바람아, 이제 외출에 약간의 내성이 생긴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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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같이 가준 E는 의사를 대하는 바람의 태도에 억울함을 표했다. 집에서 바람은 E에게 종종 하악질을 시전했는데, 병원에서 바람은 꽤나 조용하게 있었다. E는 구시렁구시렁. 흐흐흐.
늘 제가 주장하지만 바람은 얌전하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