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개입

누가 누구와 연애를 하고, 누가 누구와 하룻밤을 자고와 같은 일이 당신의 퀴어 정치학에 무슨 상관인가요? 트랜스젠더의 성적 행위가 궁금하다면 트랜스젠더의 성적 행위를 상상한 적 없거나 상상할 수 없어서 궁금한가요? 혹은 이국적 변태 성행위라 알고 싶은가요? 이런 관심 혹은 호기심이 당신의 퀴어 정치학, 퀴어 실천에 무슨 상관인가요? 그리고 만약 그 행태를 알게되면 감당하거나 인식할 자신은 있으신가요? 누가 누구와 연애를 하거나, 누가 누구와 섹스를 한 것을 캐묻거나 뒷담화하는 것이 어떤 퀴어 정치학인가요? 왜 이렇게 별 시덥잖은, 혹은 가장 부정적 의미에서 관음증에 불과한 이야기에 열을 올리는 거죠? 그것이 중요한 정치적 의제라면 관계를 부르는 범주 명명은 왜 그렇게 단순하고 또 성찰이 전혀 없는 거죠? 관계 범주를 매우 단순하게, 사유 없이 부르면서 연애와 성적 행위를 얘기하는 것이, 단지 그것만으로도 퀴어 실천이자 정치학이라고 믿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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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특정한 질문입니다. 하지만 누가 말했는지는 모릅니다. 그저 몇 다리를 건너 전해들은 이야기입니다. 당신을 향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누가 말했는지는 모르기에 당신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고양이와 참치캔

며칠 전부터 밥을 해먹기 시작했고, 아울러 도시락을 싸다니고 있다. 도시락을 싸는 건 귀찮을 것도 없고 어려운 일도 아니거니와, 도시락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두 가지 좋은 효과를 주고 있다. 한 번 연구실에 오면 건물 밖으로 안 나가도 되고, 점심 겸 저녁으로 무얼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물론 밥 먹으러 나가는 걸 빌미로 그나마 했던 걷기 운동을, 이제 전혀 안 하는 문제가 생기긴 했지만-_-;;

어제는 처음으로 참치캔을 샀다. 네 개를 묶어서 파는 걸로. 반찬으로 먹으려는 건 아니고;;;, 고양이에게 주려고.

지난겨울, 학교 도서관 근처에 고양이가 있었다. 사람들을 피하기는커녕 다가가면 가만히 있고, 먹을 것을 주면 따라오기도 하는. 어느 순간 사람들이 먹을 것을 주는 것에 익숙했는지, 배고파 보이는데도 먹을 것 찾기보다는 사람들을 따라다니거나, 사람들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모습. 그땐 마냥 귀여웠고, 좋았다. 그러다 설이 다가와서 조금 일찍 부산에 가려고 했을 때, 그 고양이가 신경 쓰였다. 과연 설 연휴가 끝난 다음에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사람들이 주는 먹을 것에 익숙해서 음식을 직접 찾는 습관이 사라진 상태에서, 학교가 거의 텅 빌 설 연휴 기간 동안 굶지 않고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 굶어 죽은 건지, 학교를 떠난 건지, 여전히 돌아다니고 있지만 루인이 못 알아보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설 연휴가 끝나고 돌아왔을 때 그 고양이는 안 보였다. 그땐 그냥 싸한 느낌이었다.

어제 오후, 고양이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배가 고픈 걸까.

몇 주 전 이곳으로 이사 온 후, 연구실이 있는 건물 근처에 고양이 몇 마리가 산다는 걸 알았다. 근데 이 고양이들은 사람들을 피하는 편이다. 사람 소리만 나도 숨고, 마주보다가 조금만 움직여도 어딘가로 숨고. 사람이 나오는 기척만 있어도 아예 숨어서 나오질 않는 정도다. 그러니 이 고양이들에게 먹을 걸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을 리 없다(고 짐작한다). 그런데 이 건물에 와서, 고양이를 만나기 시작한 지 좀 되었는데, 어제 오후처럼 우는 건 처음이었고, 그래서 배가 고픈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연구실에 같이 있는 사람도 비슷한 얘길하며, 아침에 건물로 오는 길에, 고양이가 쓰레기통을 뒤져서 참치캔을 핥고 있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그 순간, 어제의 내일과 모렌 참치캔을 사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오늘 아침, 그 고양이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건물 옆에 있는, 쉬는 곳)에 참치캔을 들고 갔지만 나올 리 없다. 고양이들이 있다는 걸 확인하면 캔을 놓고 가려고 했지만, 의자에 앉아 있으면 오히려 안 나올 것 같아, 그냥 고양이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에 캔을 두곤 연구실로 돌아왔다. 몇 시간이 지나 복도를 걷다가 캔을 둔 곳을 보니, 캔이 뒤집어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먹긴 먹었나보다 했다. 오후엔 두유 한 잔과 참치캔 하나를 뒀고.

이 이상 줄 의향은 없다. 추석이 끝나고 다시 사람들이 북적거리기 시작하는 목요일부턴 주지 않을 계획이다. 그러다 일요일 아침 학교 오는 길에 고양이가 떠오르면 편의점에 들러 참치캔 두어 개를 살 수도 있겠지만.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길들고 싶지가 않아서. 고양이가 루인을 길들이는 건지, 루인이 고양이를 길들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_-;; 그 어느 쪽으로도 길들고 싶지가 않다(라고 썼지만, 이미 고양이가 루인을 길들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크크크;;) 설 연휴가 끝나고 사라진 고양이(루인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가 떠올라서기도 하고, 그 고양이들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꾸려가고 있는 삶에 가급적 간섭하고 싶지도 않고. 그래서 누가 그 캔을 가져다 두는지 드러내고 싶지도 않고. 뭐, 사람의 기척만 있어도 숨어버리니 누가 가져다 두는지 알 수도 없겠지만. 흐흐. 그냥, 걔네들은 걔네들 방식으로 살고, 루인은 루인이 살아온 방식으로 살아가면서, 그저, 그 고양이들이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들 주말이나 연휴 기간에만 슬쩍, 누군가 흘린 것처럼 가져다 두는 정도. 그렇게 간섭하지 않으면서 루인의 판단으로 최소한이라고 여기는 수준에서만 개입할 수 있게.

딱, 이 정도의 인연이면 좋겠다.

+
근데 고양이들, 햄도 좋아하나요? 인근 할인점에 콩고기로 만든 햄을 팔았는데(지금도 파는지는 모르겠지만), 햄도 먹으면 담엔 햄을 줄까 해서요… -_-;; 캔의 뚜껑을 확실히 제거하고 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캔에 베일까봐 걱정도 되고…. 이러다 나중엔 고양이용 접시를 마련하는 건 아닌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