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걸까

어떤 글을 길게 적었다. 그리고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물론 “적절한 때”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그 글을 공개했을 때 책임질 수 있을까를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글 내용은 나의 관점이자 입장이지만,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고 있다. 좀 더 풍부하고 복잡하게 독해해야 하는데 내가 지금 너무 서두르고 있거나, 반드시 함께 짚어야 할 지점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지점을 충분히 검토해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나의 입장과 관점과는 별도로 글 공개는 미루기로 했다.

… 그리고 이렇게 미루기로 한 판단 역시 내가 너무 머뭇거리거나, 망설이는 것은 아닐지 고민이다. 지렁이 활동할 때가 떠오른다.

고민: 반복해서 말하기

며칠 전 지인에게 보낸 메일에 쓴 내용의 일부입니다.
이곳에도 기록을 남기고 공유하고 싶은 욕심에 더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옮겨둡니다.
내용을 좀 더 보충할까 하고 공개를 미뤘는데 그냥 현재 상태가 가장 적절한 느낌이라 이대로 공유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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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즘 제 고민은…
뭔가 새로운 얘기를 해야 하는데, 과거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러다가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나 자신이 더 발전을 못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입니다.
그래서 발표를 무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고민도 좀 했달까요.
물론 어떤 분은 했던 이야기를 100번은 해야 사람들이 듣기 시작한다고 말했고,
제가 한 얘기나 쓴 글을 읽은 사람이 몇 안 된다는 점에서 더 떠들 필요도 있다 싶지만..
그래도 늘 고민이고 갈등이랄까요…
연구자 정체성에서, 앞으로 몇 년은 글쓰기나 발표 같은 것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고민을 하고
한국에 몇 없는 트랜스젠더 활동가 정체성에서, 했던 이야기를 100번이 아니라 1,000번을 반복하더라도 계속 얘기하고 글을 써야겠다는 고민을 해요…
답 없는 고민이지요. 크크. ;;;
앞뒤에 쓴 내용을 빼면 별로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이 전부라 너무 부끄러워서, 그냥 넋두리를 조금 했네요. ;;;

고민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것이 몇 페이지에 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대충의 내용만 기억난다.

“난 평생 물리학을 공부할 거야. 그러니 3년 정도 다른 일을 해도 괜찮아.”
…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그 문장이 나를 흔들었다. 곧 어떤 결심을 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