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 드라이브는 클라우드의 캐시 저장소

구글드라이브 용량을 1테라로 업그레이드한 다음, 다운로드한 자료는 모두 드라이브에 업로드하고 있다. 태블릿이나 폰을 사용할 때, 웹에 백업하는 것은 별스럽지 않을 듯하다. 요즘은 워낙 이런 게 흔하기도 하고. 하지만 난 PC에서도 웹에 백업한다. 구매한 영화의 다운로드 파일 등도 모두 드라이브에 업로드한다. 그리고 드라이브에서 자체 재생을 지원하면 스트리밍으로 보고 아니면 다운로드하거나 외장하드를 연결하는 식이다.
아직은 구글 드라이브에 다 올리진 않았지만 궁극적으로 드라이브에 모두 백업할 예정이다. 업로드 속도가 좀 아쉽지만 국내에 서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괜찮다. 노는 노트북이 있으니, 그걸 종일 켜두면 나쁘지 않다. 백업만 할 수 있다면야.
그리하여 문득 생각하기를 하드 드라이브는 더 이상 의미있는 저장 장치가 아닌지도 모른다. 클라우드에 바로 저장할 수 있는 자료를 임시로 받아두는 곳, 캐시 저장소일 뿐. 하드 드라이브 용량이 1테라건 500기가건 16기가건 마찬가지란 뜻이다. 아, 캐시할 수 있는 용량의 차이는 있다. 하지만 어차피 다시 웹으로 간다. 클라우드(구글 드라이브)에 업로드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드라이브에 업로드하지 않은 자료는 언제든 사고로 잃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둔 자료가 된다. 한땐 자료 수집은 다운로드에서 끝났다. 지금은 다운로드를 한 다음 드라이브에 백업하는 것에서 끝난다. 그리고 클라우드에 백업한 자료를 주로 사용하고 클라우드에서 논다.
이런 이유로 폰의 용량이 더 커지길 바라는 글을 읽을 때면 궁금하다. 불안하지 않나? 나라면 쉽게 망하지 않을 세계적 기업의 제품을 사용해서 웹에 백업하겠다고. 나는 내가 실수로 혹은 기기에서 갑작스런 문제가 발생해서 하드 드라이브에 백업한 자료를 잃을 가능성보다 구글에 사고가 발생해서 자료가 날아갈 가능성이 더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판단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그래서 하드 드라이브가 편할 수 있다. 아울러 언제든 원할 때 열람할 수 있다면 무척 편하고. 하지만 판단의 문제고 습관의 문제니 가치 판단을 내릴 문제는 아니지.
클라우드가 물리적인 것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알게 모르게 하드 드라이브라는 물리적 저장매체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구글 드라이브 용량 옵션에 2테라나 5테라가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이건 조금 아쉽다.

검색 서비스 회사는 국가와 직접 협상할 날이 올까

검색 서비스 회사가 권력이 된다면 국가의 정책도 바꿀 수 있을까? 검색 서비스 회사가 독점적 지위를 가질 때 그 지위가 국가의 권력, 국가의 정책도 바꿀 수 있을까? 혹은 만약 사람들이 자신이 생활에서 직접 겪는 사건이나 주변 사람의 언설보다 검색 결과를 더 신뢰한다면 검색 서비스 회사는 국가와 직접 협상을 할 수 있을까?
한국은 특정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것 자체를 막으며 인터넷을 통제한다면 중국은 여기에 특정 검색 결과는 제외시키도록 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예는 천안문 사태를 검색하면 그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중국 정부에 유리한 결과만 나오는 식이다. 이 조건을 받아들이느냐 아니냐는 중국에서 검색 서비스 사업을 할 수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와 거의 동급이다. 구글은 이 정책에 동의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고 그래서 중국사무실을 철수한 바 있다. 카더라인지 사실인지는 내가 직접 확인하지 않아 확실하지 않지만, 천안문 사태 등을 반복 검색하면 그 결과는 나오지 않아도 정부 당국에서 이를 알고 연락이 온다나 어쨌다나, 뭐 이런 이야기도 있다. 패킷 감청을 하고 있다는 뜻인데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단순히 중국 정부만이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뜻이다).
여기서 내가 집중하고 싶은 부분은 정부가 그 자신이 만든 ‘사실’이 있음에도 이와 다른 내용의 문서가 ‘검색’(!)되는 것을 두려워 한다는 점이다. 왜 정부의 공문서보다, 교과서와 같은 지식보다 검색 결과를 더 두려워하는 것일까? 이것은 중국 정부가 검색 결과, 그리고 ‘내’가 직접 찾은 자료를 주변 사람, 정부 등이 주장하는 자료보다 더 신뢰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는 뜻은 아닐까? 단순히 ‘다른 정보’가 알려지길 바라는 수준이 아니라 검색 결과로 찾은 정보가 상당한 힘을 가질 수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런데 영국에서 조사한 자료(http://goo.gl/ytzwcM)에 따르면 18-24세 사이의 77%, 성인의 반 이상이 주변 사람이나 가족의 답변보다 검색 엔진의 답변을 더 신뢰한다. 나 역시 어떤 지식이나 정보는 주변의 설명도 듣지만 검색해서 확인한 다음에야 어느 정도 믿는 경우도 있다. 아울러 “일단 검색해서 확인 좀 하고 SNS를 사용하라”는 말은 인터넷 시대의 중요한 ‘조언’으로 통하기도 한다.
만약 독점적 지위의 검색 서비스 회사(G라고 부르자)가 어떤 국가의 정책을 바꾸기 위해서 검색 결과를 일부 수정한다면 일개 회사는 국가와 직접 협상할 수 있을까? 관광산업으로 재정을 꾸리는 A라는 국가를 가정하자. A의 정책 중엔 G에 크게 불리하진 않지만 유리하지도 않으며, 조금만 개선하면 G의 이윤에 크게 도움이 될 조항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그 조항은 걸고 넘어지기에 따라 인권이나 환경보호 등의 이슈와도 밀접하다고 가정하자. G는 A에게 해당 조항을 수정할 것을 요청하고 다각도로 로비를 펼치지만 A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에 G는 검색 결과를 조금 바꾸는데, A에서 일어난 다양한 절도 사건, 관광객이 겪은 불편이나 불만을 검색 결과 상단에 배치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A는 여행하기에 위험한 국가로 인식되고 관광객 유입이 대거 줄어든다. 혹은 여행하기 좋은 나라를 검색한 결과에 A가 빠진다거나 여행하기에 위험한 나라에 A의 사건사고가 노출되는 식이라면? A는 어떤 선택을 할까?
농담 같겠지만 비슷한 일이 있었다. 상황은 다르다. 북유럽의 어디였던가, 일부 뉴스 회사는 구글뉴스가 자사의 뉴스를 링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광고 수입을 얻으니 구글이 자사에 일부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고소 자체는 황당했다. 웹사이트를 링크하지 말라는 소리와 크게 다르지 않고, 구글뉴스를 통해 해당 뉴스 사이트는 상당한 트래픽과 구글광고 수익을 얻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려나 뉴스 회사가 속한 나라에서 소송이 진행되었고 (놀랍게도) 뉴스 회사가 승소했다. 1차 조치로 구글은 해당 뉴스 사이트를 검색에서 제외했다. 배상 문제 등이 있으니 이것은 일어날 수도 있는 조치다. 그리고 뉴스 사이트는 방문자가 폭락했다. 얼마 안 지나 구글과 해당 뉴스 사이트는 잘 합의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합의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어쩐지 뉘앙스로는 구글에 결코 불리하지 않은 결과인 듯했다.
내가 가정한 A의 경우와 뉴스 회사는 전혀 다른 경우다. 현재 구글은 상당히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지만(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구글이 전세계 검색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http://goo.gl/PB3BI3 ) 국가와 협상할 힘을 갖고 있진 않다. 국가와 협상할 힘이 있다고 해도, 아마 앞으로도 더 오래 그렇게 하진 않을 것이다. 자사의 이미지를 위해, 그리고 자사의 이득을 위해. 하지만 언젠가 구글이 정부보다 더 강력한 권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망상이겠지만.
구글 서비스에 종속되어 크롬북도 편하게 잘 쓰는 나는 더 많은 사람이 구글을 감시하길 바란다. 구글의 새로운 서비스를 없애자는 게 아니라 더 투명한 정책과 더 많은 논쟁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가 잘 살아나면서도 감시의 끈 또한 지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웹으로, 인터넷으로 더 복잡하게 연결된 지금, 권력을 사유할 때, 혹은 국제 관계를 고민할 때 검색사이트(그리고 SNS)를 제외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국가나 국경과 함께 검색 사이트, 혹은 웹서비스를 또 다른 축에 두고 사유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구체적으론 어떻게? 글쎄..

크롬북 사용기

크롬북을 구매했습니다. 크롬북이 뭐냐면, 인터넷을 사용할 때 사용하는 웹브라우저의 하나인 크롬을 OS로 만든 노트북입니다. 그러니까 크롬 웹브라우저만 사용할 수 있고, 필요한 모든 것은 웹에서 처리하는 노트북입니다. 모든 것이 웹에서 움직입니다. 당신이 윈도우 OS에서 사용하던 많은 프로그램을 크롬북에 설치할 수 없습니다. 웹브라우저에서 제공하는 것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럼 왜? 제가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법과 가장 잘 맞아서요.
제가 구매한 제품은 HP Chromebook 14 (Peach Coral)입니다. 가장 예쁜 아이지요. 후후.
실물 사진은 여기서 확인하시고요.
얼추 2년 정도 전부터 크롬북을 사고 싶어했습니다. 저랑 잘 맞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쉽게 살 수 없었습니다. 일단 크롬북은 미국에서만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엔 해외 사이트에서 결제할 수 있는 체크카드가 제게 없었습니다. 살 돈도 없었습니다. 대충 30만 원 정도(세금, 관세 등을 추가하면 조금 더 들지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2년 정도 바라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얼추 7개월 정도 전부터 크롬북을 사겠노라고 E에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크롬북을 구매해도 큰 지장이 없는 여유 자금이 생겨서 일단 질렀습니다. 그리하여 여유 자금은 안녕~
크롬북을 며칠 사용하면서 든 느낌은 그냥 내 할 일을 한다는 느낌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웹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OS를 사용한다거나 웹브라우저를 사용한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노트북을 열면 몇 초 안에 자동으로 화면이 켜지면서 로그인 창이 나옵니다. 로그인하면 끝. 그 다음부턴 그냥 크롬 브라우저에서 이것저것 작업하면 됩니다. 글은 구글드라이브의 구글 문서도구로 쓰고, 여러 자료를 검색하고, 외국계 쇼핑몰이라면 그냥 결제하고. 뭐, 없습니다. 그냥 내가 할 일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느낌입니다. 묘한 게, 다른 컴퓨터를 사용할 때면 제가 웹브라우저를 사용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크롬북에선 웹브라우저를 사용한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그냥 내 할 일을 한다는 느낌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컴퓨터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웹서핑이나 인터넷 브라우저에서 보내는 사람을 위한 제품이란 기본 컨셉에 정말 충실합니다.
단, 아래아 한글을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사람, 국내 쇼핑몰을 비롯해서 Active-X를 사용는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일이 많다면 비추입니다. 이 중 어느 것도 할 수 없습니다. 불편하지 않냐고요? 전 이미 우분투 리눅스나 리눅스 민트를 사용하고 있는 걸요. 어차피 제겐 그 모든 게 안 되었기 때문에 불편한 거 없습니다. 다른 말로 외국에 계신다면 별다른 불편 없이 잘 사용할 수 있을 듯합니다. 국내에선 안 되는 게 좀 많지만요. 하지만 그런 걸 처리할 수 있는 보조 노트북이 있거나 그런 건 직장/학교에서만 처리한다는 태도로 산다면, 크롬북도 충분히 좋을 듯합니다.
지금 이 글도 크롬북으로 쓰고 있고요. 아무려나 이렇게 저는 갈 수록 구글 서비스에 종속되고…
(2012년에 구매한 태블릿이 많이 버벅거리고 있어서 새로운 넥서스 태블릿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데요. 이 와중에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아니라 크롬OS로 만든 태블릿이 나올 수도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쪽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