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연말정산

00 (정산하기 전에..)
아침에 일어나니 부엌이 물바다. 으헉. ㅠㅠㅠ 장마철도 아니고 한 겨울 물바다라니 이건 무슨 일인가 했지만 금방 이해했다.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올 때부터 싱크대 호스에서 물이 조금씩 샜다. 그걸 바로 고쳐야 했는데, 내가 싱크대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어 그냥 방치했다. 사용하지 않으니 별다른 일도 없었다. 근데… 요즘 날씨가 추워 수도꼭지를 살짝 틀어 물이 조금씩 흐르도록 했더니 그게 물바다를 만든 듯하다. 엉엉.
아침부터 부엌 바닥 물청소했다. 크크. ;ㅅ;
01
두 개의 굵직한 알바를 했다. 하나는 헌책방, 하나는… 비밀. 아무려나 알바 덕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었다. 덧붙여 내년 초에 할, 두 달 단기 알바 구했다. -_-;; 일단은 두 달 계약. 근데 난 알바자리를 구하는 게 늘 얼렁뚱땅이라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02
유섹인 활동은 끊임없이 재정비 기간이고, 나는 어쩌다 사무국장인지 총무간사인 모를 직책과 연구팀장이란 직책을 겸하고 있다. 엉엉.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안양소년원) 인문강좌는 그럭저럭 끝났고, 2년차 프로젝트는 떨어졌다. 하지만 내년엔 더 바쁠 듯.
퀴어락 운영위원 활동도 2년차. 퀴어락은 내년까지 정비기간이라, 확정할 일이 많다. 생전 처음하는 일이라 낯설고 어렵지만 즐겁다.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일만큼 재밌는 일이 어딨으랴.
그리고 능력도 안 되는데,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아카데미 기획팀에 합류했다. 이런 나를 불러줘서 고마울 따름! (2011년 겨울 강좌도 기대하세요!)
03
발표원고 포함 원고를 11편 정도 썼다. 나쁘지 않다. 다만 특정 시기에 몰려서 난감했달까. 내년엔 더 많은 기회가 있기를!
쓴 원고 중, 한 편은 책자형태로 최근 발간되었다(http://goo.gl/VQv4g). 두 편은 내년에 다른 분들과 함께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발표원고 중 하나를 바탕 삼아, 내년 말 즈음 공저 단행본이 하나 더 나올 수도 있고.
아는 것도 없고 바탕도 없는데 이렇게 출판만 계속하니 부끄러울 따름이다.
04
올해의 사건은, 역시나 고양이다. 2월에 연락해서 3월 5일 임신한 길고양이와 동거를 시작했다. 생전 처음 고양이와 살면서 임신한 고양이라니! 4월 7일부턴 엄마고양이 + 여덟 아깽과 동거했고, 어느 한 아이 죽지 않고 무사히 새로운 집으로 떠났다. 이제 남은 건 리카와 바람. 아기에게 결석이 생기기도 했지만, 건강한 두 녀석은 지금 이불 위에서 닮은꼴로 자고 있다. 많이도 말고 딱 30년만 같이 살자. :0
05
책은 많이 못 읽어 아쉽지만, 재밌는 논문을 여럿 읽었으니 나쁘지 않다. 물론 공부하는 사람으로선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더 분발할 것!
06
내년엔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길! 🙂

2009, 읽은 책들

2009년도 얼마 안 남았습니다. 사실 이렇게 구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오늘이 끝난다고 삶이 끝나는 것도 아닌데요.
그저 2009년이 아쉬운 게 아니라, 특정 기간을 주기 삼아 뭔가를 정리할 구실이 필요한 거겠죠. 2009년을 어떻게 정리할까
고민했습니다. 올 한 해를 평가하자면, 100점 만점에 후하게 쳐서 13점.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살았으니까요. 어쨌든
또 한 해를 살아냈다는 점에 후한 점수를 주려고요. 하하. ;;




아, 올해 계획 중에 논문 세 편을 쓰겠다고 했죠. 논문 세 편은 아니지만, 어쨌든 출판을 염두에 둔 글을 세 편 쓰기는
했습니다. 블로깅은 제외하고요. 🙂 암튼 그 세 편 중 두 편은 올해 출판되었고(이미 출판된 글을 읽은 분도 계신데 저는
아직;;; ) 한 편은 어떻게 될까요? 글쎄요. 후후.




영화는 고작 20편. 한 달에 두 편이 안 되니 제 기준에선 매우 적은 편입니다.




그리고 또 무얼 정리할까, 고민하며 다이어리를 뒤적이다 올해 읽은 단행본과 논문 등을 남기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아카이브 기록물 분류 기준으로 단행본만 정리할게요. 논문, 잡지, 문서 등은 제외하고요. 다이어리의 좁은 칸에 기록하다보니
글쓴이와 제목만 적었고, 옮긴이와 출판사 등은 없네요. 번역하신 분들껜 죄송함과 고마움을 함께 전합니다. 읽은 책 중 어떤 책은
과거에 읽은 걸 다시 읽기도 했고, 또 다른 어떤 책은 올해만 두세 번 읽기도 했지만 중복해서 기록하진 않았습니다. 만화책 포함 단행본 187권이면 많은 것도 적은 것도 아니죠. 소설이
압도적으로 많고요. 흐흐. (12월의 책책, 두 번째를 쓸까 말까 고민 중입니다. 하하 ;; ) 아, 글쓴이 이름이나 제목에 오탈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이어리에 메모한 그대로 옮겨서요. 하하. ;;;;;;;;;;;;;;;;;

단행본1
001 김승옥 『싫을 때는 싫다고 하라』
002 다니엘 클라타우어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
003 브람 스토커 『드라큘라』
004 샤를로테 로쉬 『습지대』
005 주디스 버틀러, 가야트리 스피박 『누가 민족국가를 노래하는가』
006 제리 스피넬리 『링어, 목을 비트는 아이』
007 패트리샤 맥코믹 『컷』
008 제리 스피넬리 『스타걸』
009 제리 스피넬리 『문제아』
010 코리지 『노수부의 노래』
011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012 스콧 피츠제럴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013 기예르모 마르티네스 『옥스퍼드 살인방정식』
014 요시다 슈이치 『파크라이프』
015 미야베 이유키 『마술은 속삭인다』
016 오쿠다 히데오 『걸』
017 쓰네카와 도타로 『야시』
018 마리 르도네 『장엄호텔』
019 A. Cranny-Francis et al. 『Gender Studies: Terms ans Debates』
020 파스칼 로즈 『제로 전투기』
021 덴도 신 『대유괴』
022 야마모토 후미오 『플라나리아』
023 마리 르도네 『영원의 계곡』
024 장 퇼레 『자살가게』
025 장 퇼레 『중력의 법칙』
026 브루아 뒤퇴르트르 『고객서비스부』
027 권윤주 『To Cat 고양이에게』
028 나시키 가호 『엔젤 엔젤 엔젤』
029 아멜리 노통브 『불쏘시개』
030 아멜리 노통브 『적의 화장법』
031 아멜리 노통브 『제비일기』
032 주제 사라마구 『동굴』
033 Kate More and Stephen Whittle 『Reclaiming Genders』
034 위베르 니쌍 『개미』
035 아멜리 노통브 『황산』
036 오쿠다 히데오 『면장선거』
037 여인석 『의학사상사』
038 이재담 『서양의학의 역사』
039 루이스 세풀베다 『연애소설 읽는 노인』
040 이케이도 준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
041 강신익 『몸의 역사』
042 장 필립 뚜생 『사랑하기』
043 디디에 라메종 『저주받은 왕 – 오이디푸스 렉스의 재구성』
044 퍼트리샤 콘웰 『흑색수배』 1, 2권
045 끌로딘느 갈레아 『붉은 지하철』
046 레슬리 오마라 『고양이 카페』
047 로이 루이스 『나는 왜 아버지를 잡아 먹었나』
048 줄리 앤 피터스 『루나』
049 임혜기 『사랑과 성에 관한 보고서』
050 사토 유야 『플리커 스타일』
051 박노자 『당신들의 대한민국』
052 오가와 요코 『박사가 사랑한 수식』
053 에쿠니 가오리 『하느님의 보트』
054 이스마엘 카다레 『부서진 사월』
055 야마모토 후미오 『내 나이 서른 하나』
056 팀 버튼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057 모리스 샌닥 『괴물들이 사는 나라』
058 Suzanne J. Kessler and Wendy McKenna 『Gender』
059 김영민 『동무와 연인』
060 아토다 다카시 『시소게임』
061 윌리엄스 탭 『위키노믹스』
062 신이현 『내가 가장 예뻤을 때』
063 Eli Clare 『Exile and Pride』
064 히가시노 게이고 『호숫가 살인사건』
065 가쿠타 미츠요 『공중정원』
066 김기창 『한국 웹의 불편한 진실』
067 히가시노 게이고 『흑소소설』
068 오기와라 히로시 『벽장 속의 치요』
069 문광립 『이태원에서 세계를 만나다』
070 패트리샤 힐 콜린스 『흑인 페미니즘 사상』
071 이동철 『신문고 2. 性』
072 배상문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
073 감수미 『서울 생활의 발견』
074 박성태 등 『서울서울서울』
075 심승희 『서울, 시간을 기억하는 공간』
076 문옥정 『이제는 말하고 싶다』
077 유재순 『여왕벌』
078 유국치 『이태원』
079 문일석 『깨어있는 여자에겐 남자는 휴식이다』
080 유재순 『서울서 팔리는 여자들』
081 채호기 『슬픈 게이』
082 캐서린 H.S. 문 『동맹 속의 섹스』
083 카를로 프라베타 『책을 처방해 드립니다』
084 진중권 『폭력과 성스러움』
085 백영옥 『다이어트의 여왕』
086 마쓰모토 하지메 『가난뱅이의 역습』

087 유하 『이소룡 세대에 바친다』


088 폴 오스터 『빨간 공책』


089 W. E. 보우먼 『럼두들 등반기』


090 야마모토 후미오 『슈가리스 러브』


091 고종석 『경계 긋기의 어려움』


092 이토야마 아키코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


093 안보윤 『악어 떼가 나왔다』


094 미야베 미유키 『용은 잠들다』


095 조장은 『골때리는 스물다섯』


096 마르셀 에메 『날아라 돼지!』


097 기노시타 한타 『악몽의 엘리베이터』


098 피터 게더스 『파리에 간 고양이』


099 다카노 가즈아키 『13계단』


100 후지타 요시나가 『텐텐』


101 가쿠다 마쓰요 『더 드라마』


102 다카노 가즈아키 『유령 인명구조대』


103 요코야미 히데오 『종신검시관』


104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재판하는 사람 집행하는 사람』


105 제임스 시겔 『탈선』


106 다나베 세이코지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107 데이비스 리스 『도덕적 암살자』


108 기욤 뮈소 『사랑하기때문에』


109 카미유 로랑스 『사랑, 그 소설같은 이야기』


110 기시 유스케 『유리망치』


111 타쿠미 츠카사 『금단의 팬더』


112 가쿠타 미쓰요 『삼면기사, 피로 얼룩진』


113 웬디 매스 『망고가 있던 자리』


114 요시다 슈이치 『거짓말의 거짓말』


115 천운영 『잘가라, 서커스』


116 에릭 포토리노 『붉은 애무』


단행본2: 만화
001 오노 나츠메 『데조로』
002-004 김민희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 1~3(완)
005 오츠이치, 오이와 켄지 『Goth』
006 카타야마 코이치 원작, 이치이 가르미 작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007 앤디 라일리 『돌아온 자살토끼』
008 오히나타 Go 『유전자 레벨 검』
009 박형동 『바이 바이 베스파』
010-011 마사카즈 이시구로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 1,2
012 강풀 『타이밍』
013 강풀 『아파트』
014-047 A***** 『**』 1-34(완)
048 아다치 미츠루 『모험 소년』
049 앨리슨 벡델 『재미난 집』
050 프레데릭 페테르스 『푸른 알약』
051 마르잔 사트라피 『페르세폴리스 1 –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052 마르잔 사트라피 『페르세폴리스 2 – 다시 페르세폴리스로』
053 아사노 이니오 『빛의 거리』

054 최규석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쥬』


055 이가라시 다이스케 『영혼』


056 아와오카 히사에 『하얀 구름』


057 김은희 『나비가 없는 세상』


058 아즈마 키요히코 『요츠바랑!』 4


059 아즈마 키요히코 『요츠바랑!』 6


060-064 히토시 이와아키 『히스토리에』 1-5


065-067 아키야마 하루 『참새들의 세레나데』 1-3(완)


068-071 카츠라 노조미 원작, 이마타니 텍츠 작화 『공무원스타』 1-4(완)

다 정리하고 나니, 어떤 책은 무슨 내용이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나고, 어떤 책은 부분만 읽기 애매해서 그냥 한 권 다 읽기도 했네요. 흐흐. 🙂

논문과 단행본?

지난 일요일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는데 ㅈㅎ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예전에 받은 논문을 읽고 있는데 단행본을 내란 내용이었다. 그냥 예의상 하는 말로 넘겨들었다. 그럴 내용이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이다. 내 논문에 대한 나의 평가는, 글쓴이의 주장이 없는 발제문이니까. 그래서 그냥 잊었다.

ㅈㅎ님과 같이 하는 프로젝트가 있어, 어제 모처에서 만났다. 근데 논문을 책으로 내라는 얘길 시간이 날 때마다 반복하는 거다. 일요일에 받은 문자를 빈말로 들었기에 조금 놀랐다. 좀 정리를 해서 단행본으로 나오면 여성학 교재로 정말 좋겠다고. 조금만 쉽게 풀어 쓰면 학부와 석사초급과정 교재로 좋겠다는 말과 함께. 논문의 현실과는 별도로, 이 정도의 평가에 황송할 따름이다.

재밌게도, ㅈㅎ님의 얘기를 들으며 내 논문을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도대체 내 논문에 무얼 기대한 걸까? 다소 혼란스러웠다. 나의 평가대로 발제문이라면, 발제문 역할에 충실하면 그것으로 충분한 건 아닐는지. 논문을 쓰기 전엔 정희진 선생님의 석사논문수준을 욕망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건 너무 당연하잖아(『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가 정희진 선생님의 석사논문이다ㅠ_ㅠ). 현재 한국에서 젠더를 논의할 때 많은 경우 트랜스젠더를 배제하거나 책 말미에 덧붙이는 식이 대부분이다. 관련 문헌을 찾거나 접근하기도 쉽지 않는데, 상당수가 외국어거나 이제는 구할 수 없는 자료집이나 보고서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트랜스젠더 이론을 중심으로 젠더 논의를 재배치한 책이 한 권 정도 있다면, 어떤 식으로건 쓸모가 있지 않을까? 『젠더 트러블』을 쓸 것도 아니고 그럴 능력도 없음을 아는 상황에선 간단한 입문서 정도도 괜찮지 않을까?
(사실 3년 전부터 미국의 트랜스젠더 이론을 정리하는 책이 나온다는 얘기가 있어 굳이 내가 낼 필요가 없는데,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뭐, 이런 고민을 했다. “인세 계약을 하면 일 년에 10만 원 정도의 인세는 들어오지 않겠냐”란 말에 “그럼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생활비는 벌 수 있겠어요”라는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흐흐. 근데 정말 준비해볼까?

사실 이 모든 고민과 농담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그건 내 논문을 책으로 낼 출판사가 있을 리 없다는 것. 으하하. 내 논문을 책으로 낼 출판사가 없다는 걸 확신하니 이런 망상도 하는 거다. 크크크. (결국 자학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