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문답

관련 글: [문답놀이] 도서문답 by 키드

키드님 블로그에서 받았어요. 책을 언제 읽었나 싶기도 하고, 책만으로 제한한다면 궁색한 문답이 되겠구나 싶지만, 독서가 반드시 책을 읽는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논문도 괜찮다면… *힐끔*

1. 평안히 지내셨습니까?
감정의 무한변주 속에서 잘 지내고 있답니다. 🙂

2. 독서 좋아하시는 지요?
좋아한다고 표현하기엔 뭔가 좀 아쉽거나 부족하단 느낌이 들어요.

3. 그 이유를 물어 보아도 되겠지요?
그냥, 생활이기도 하고, 직업이기도 하고요. 힛.
읽어야 하기 때문에 읽고 싶고, 읽고 싶기 때문에 읽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대답이 될까요? 🙂

4. 한 달에 책을 얼마나 읽나요?
학부시절엔, 거의 한국어로 이루어진 책만 읽다보니 12~15권정도 읽었는데, 대학원 들어왔더니, 태만하게도 한 달에 2~5권정도 읽는 것 같아요. 뭐, 대학원 들어와서 읽는 글의 종류와 언어가 많이 바뀌었으니 “권 수”로 독서의 정도를 얘기할 순 없죠.

5. 주로 읽는 책은 어떤 것인가요?
기본적으론 잡다하게 읽는 편이고, 요즘은 암만해도 전공을 중심으로 읽고 있죠. 트랜스젠더를 축으로 다양하게.

6. 당신은 책을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장난감!
아직 글을 읽는 것 만한 장난감은 없는 것 같아요. 흐흐.
(요즘은 장식품이기도 하다는…;;;;;;;;;;;;;;;;;)

7. 당신은 독서를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신나는 놀이.
그나저나 “한 마디”로 무언가를 정의해달라는 식의 질문은 꽤나 문제가 있죠. “한 마디”로 정의해달라고 묻기 보다는, “당신에게 독서는 어떤 의미인가요”, 라고 묻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8. 한국은 독서율이 상당히 낮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그 이유를 알면 루인이 여기 있겠어요? 어딘가에 불려 다니며 강연하고 있겠죠. 케케.
독서와 글쓰기를 입시와 관련해서만 얘기하는 사회적인 맥락에서 독서율이 “높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 같아요. 그리고 한 달에 몇 권 읽어야 많이 읽는 건가요? 책만이 유일한 앎의 공간도 아니고요. 가끔씩은 책을 많이 읽자는 구호가, 의도했건 안 했건, 국가가 요구하는 형식의 국민을 만들려는 의도는 아닐까, 의심하기도 해요.
더욱이 한 달에 몇 권 읽느냐가 중요한 건 아닌데, 루인은 어떤 의미에서 이웃블로거들의 글을 읽으며 더 많은 걸 배우거든요. 그러니 독서율이 낮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먼저 고민했으면 해요. 독서율이 낮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기에 그렇게도 천편일률적인 이유를 들며 호들갑일까요?

9. 책을 하나만 추천 하시죠?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6월 말에 나올 예정인 [젠더의 채널을 돌려라!] 낄낄. -_-;;;
한 권은 어떻게든 무리고, Judith Butler의 [Gender Trouble]과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을 지금은 말하고 싶어요. 단편소설이긴 하지만, 배수아의 “회색 時”도!

10. 그 책을 추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버틀러는 어떻게 고민할 것인가에 있어 중요한 성찰을 준다는 측면에서, 아니 에르노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죠. 반복해서 읽을 때마다 예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한 무언가를 주고 있어요.

11. 만화책도 책이라고 여기시나요?
당연한 거 아닌가요?
이 질문의 문장구조를 왠지 따져 묻고 싶어지는 이 심정은 뭘까요? “만화책도 책이라고 여기시나요?”는 혹시 “만화책 따위의 저급한 문화도 감히 책이라고 부르시나요?” 라는 저의가 있으신 건가요? 물론 그렇진 않겠지만, 만약 “만화책도 좋아하세요?”라거나 “만화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었다면 이 문장을 읽으며 드는 느낌이 많이 달랐을 것 같아요.
비록 만화를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요즘 좋아하는 만화는 [바둑 삼국지](여기). 파란메일을 사용하다가 우연히 만났는데, 인터넷만화는 아이디어와 대충그린 그림체라는 편견을 여지 없이 깬 작품. 읽다보면 “뒷이야기” 형식으로 작가가 밝히는데, 수작업한 작품이라고 한다. 현재 165화까지 나왔고, 일주일에 다섯 번(월~금) 올라오는데, 읽고 있노라면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12. 문학을 더 많이 읽나요? 비문학을 더 많이 읽나요?
거의 반반인 듯해요.
한땐 소설만 읽기도 했고요. 요즘은 주로 비문학을 더 많이 읽는 듯해요.

13. 판타지와 무협지는 “소비문학”이라는 장르로 분류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소비하지 않는 문학도 있나요? 어떤 소비는 “순수문학”이고 어떤 소비는 “소비문학”이라고 나누는 그것에 질문할 필요가 있겠죠.

14. 당신은 한 번이라도 책의 작가가 되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조만 간에요. 흐흐.
(조만 간에 본격적인 책 홍보가 있답니다 -_-;; 흐흐)

15. 만약 그런 적이 있다면 그때의 기분은 어떻던가요?
예전에 반년간 잡지에 글 한 편 실린 적이 있는데, 그때 기분이, 참, 아무 느낌 없더라고요. 흐흐.

16.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누구입니까?
버틀러♡_♡ 아흥.
최근 수업을 계기로 배수아의 최근 소설들을 읽었는데(예전에 읽다가 한동안 안 읽었는데), 예전과는 또 다른 의미로, 꽤나 멋지다고 느꼈어요. 한 번 기회가 생기면 첫 작품부터 시작해서 쭉 다 읽고 싶다는 바람을 품고 있어요.
제이콥 헤일도 좋아요. 흐흐.

17. 좋아하는 작가에게 한 말씀 하시죠?
버틀러: 나중에 만나요~♡
배수아: 계속 글을 써 줘요.
헤일: 글 쫌 쓰시죠? 책도 좀 내구요! 이 사람, 2000년대 들어, 글을 발표하지 않고 있는 듯.

18. 이제 이 문답의 바톤을 넘기실 분들을 선택하세요. 5명 이상, 단 “아무나”는 안 됩니다.
R,
쑥,
아옹님,
한나님,
나무님,
a.k.a. 덧글쟁이님,
ㅅㅎ(본인은 알죠? 근데 여기 들어오려나? -_-;;;),
유린님(이 글을 읽으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