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후일담

24일에 잠들어서 26일에 깨어난다거나 23일에 잠들어서 25일 밤에 깨어나는 일. 혹은 영화 <나 홀로 집에>를 보는 일. 크리스마스 즈음이면 이 시기를 피하는 방법 중 하나로 나누는 농담인데..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집에 조용히 지내는 것 아니냐며, 나는 종일 집에 있으며 바람과 빈둥거렸다. 올 크리스마스엔 <나 홀로 집에>도 봤는데, 재미는 없더라. 가족을 그리워하고 가족애를 강조하는 것도 별로지만(그래서 크리스마스에 방영하는 것이겠지만) 그냥 전반적 구성이 별로랄까. 케빈의 전략이 너무 잘 맞아 떨어지는 것도 별로고. 이런 것이라면 차라리 최근 읽은 <그랜드 펜윅 공화국> 시리즈가 더 낫다. 소 뒷걸음 치다가 쥐 잡았다는 식의 황당함이 있지만, 그래도 가볍고 재밌게 읽었다. 집에서 빈둥거리며 밥은 맛나게 잘 먹었다. 아침은 버섯과 양파, 콩단백을 볶아서 먹었고, 점심은 버섯구이를 쌈채소와 먹었다. 일요일 대청소를 할 때면 무한도전을 틀어두곤 하는데, 무한택시 에피소드를 보고 있노라면 쌈채소를 먹고 싶다는 유혹에 빠진다. 그리하여 크리스마스 점심은 버섯구이를 쌈채소에 싸서 맛나게 냠냠 먹었다. 잠시 쉬다가 낮잠을 잤다. 요즘 계속 미세한 두통이 있어 눈을 붙였달까. 두어 시간 눈을 붙이니 좀 괜찮았지만 일어나니 휘어청. 미세한 두통은, 한동안 홍차를 매일 마셨는데 그 얼마 안 되는 카페인이 또 몸에 각인된 것인가 싶기도 하고. 집에서 조금 쌀쌀하게 지내는데 그래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어느 쪽이건 두통으로 집중하기 힘들어 가벼운 읽을 거리를 선호한다. 아,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여전히 두통이.. 끄응.. 이렇게 한 해가 지나간다. 올 해의 퀴어 이슈를 정리하고 싶기도 한데 할 수 있을까?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이슈를 중심으로 정리한다면 재미가 없을 듯한데.. 흠.. 암튼 이렇게 크리스마스도 조용히 지나갔다. 아니, 이렇게 올 한 해도 조용히 지나가고 있다.

스스로 놀라는 상태

블로그를 방치하는 것도 아니고 만날 들어오는데… 내일 글 써야지 하다보면 어느새 일주일이 훌쩍 지나가 있습니다. 물론 바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블로깅을 못 할 정도는 아닌데 이건 또 무슨 조화인지.

글은 거의 매일 쓰고 있습니다. 이메일을 제외하고, 어떤 형태를 갖춘 것만 한정해서요. 글을 못 쓰면 문장 쓰는 연습이라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메일은 옛말로 서간문인데 저는 왜 이메일을 글쓰기에서 제외할까요? 이메일만큼 중요한 글쓰기도 없는데요. 독자가 가장 확실하고 관계를 가장 많이 고민해야 하는 글인데도 저는 글쓰기에서 이메일을 제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자 메시지 수준의 짧은 내용 혹은 업무용 내용만 있는 것도 아닌데…
더위가 기세를 더할 수록 저는 대략 멍합니다… oTL 얼른 가을이 오고 겨울이 와야 하는데요. 더운 건 싫어요. 참, 몇 주 전 엄마가 해준 얘기인데, 한달에 두통약 세 알 이상 먹으면 병원에 가야한다는 방송이 나왔다는데 정말인가요? 엄마에겐 일주일에 한 알 정도라고 말했지만 사실 일주일에 두 알 정도 먹는 편이거든요. 물론 엄마도 알고 저도 알듯, 병원에 가서 검사 받진 않습니다. 병원비도 없거니와 정말 무슨 병이 있다면 그건 더 골치 아프거든요. 그냥 모르고 사는 것이 약이죠. 흐흐흐.
바람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작년엔 6개월에 한 번 정기검진을 받았다면 올해부턴 8개월 주기로 정기검진을 받기로 해서 병원엔 아직 안 갔습니다. 8월에 가야죠. DNA 검사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지만 비용에 따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바람이 특별히 어디 아픈 것은 아니지만 괜한 걱정인 거죠. 아무려나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도 무더운 하루가 끝나갑니다. 그리고 무한도전이 하는 날입니다! 하악하악.

잡담: 비염과 허리통증, 용돈, 동네

01
요 며칠 잠에서 깨어나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잠에서 깨면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을 정도였고, 간신히 일어나도 움직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전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갑작스런 허리 통증이라니. 첨엔 매트리스가 너무 오래되어서 그런 걸까라는 추정을 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매트리스는 92년에 샀으니 햇수로 20년째 사용하고 있다. 스프링 같은 것이 고장났다고 해도 조금도 이상할 것 없다.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얼마 전까지 문제가 없는데 이렇게 갑자기? 내 몸은 지금 매트리스와 20년을 함께 했는데 갑작스레 허리 통증이 생길 이유가 없잖아. 그럼에도 이유를 매트리스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이유가 없으니까. 매트리스를 새로 사야하는 것일까 하는 고민에 몇몇 사이트에서 검색도 했다. 후덜덜한 가격에 조용히 창을 닫았지만, 다음날이면 다시 검색했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으니까. 이 비용을 어디서 마련할까를 걱정했지만 최저가 매트리스를 확인하며 구매 버튼에 커서를 올렸다 내리길 수 차례 반복했다. 근데 오늘 아침, 잠에서 깼는데 허리 통증이 없다. 아울러 그동안 지독했던 비염이 조금씩 차도를 보였다. 그러니까… 지독한 허리 통증은 비염이 유발한 증상이란 말인가. 그러고 보면 비염이 지독했을 때마다 허리 통증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비염이 독하면 이 정도인가.. 참. 비염이 한창 지독할 땐 두통도 상당해서, 그날 저녁에 먹은 음식을 밤새 몇 번이고 확인했다는 일화가.. 쿨럭. 흐흐.
02
아침에 엄마가 전화를 했다. 핸드폰 요금 미납고지서가 부산 본가에 왔다면서. 으잉? 며칠 전 통장에서 핸드폰 요금 출금 내역을 확인한 나로선 황당할 따름. 그런데 이번이 두 번째다. 신종 금융사기아니냐고 물었지만, 엄마는 그런 것 같지 않다고 했다. (근데 통신사에서 어떻게 지금 주소로 우편물을 보냈을까? 난 통신사에 전화해서 나의 개인정보, 즉 주소지를 수정한 적 없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냐! ㅠㅠ) 두 번 연속 미납고지서를 받은 엄마는 요즘 벌이가 시원찮냐고 걱정하며 용돈을 주겠다며 했다. 난 단박에 거절했다. 생활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두어 번 이런 얘기를 하고서 끊었다. 전화 끊고 3초 후 후회했다. 그냥 받는 건데! 마침 오늘 어린이날이잖아. 난 정신 연령이 매우 어리니까, 어린이날 선물을 받아도 괜찮은데. 법적 나이로 어린이일 땐 어린이날 선물을 못 받았으니 지금이라도 받을 걸!! 괜히 거절했어. 줄 때 받는 건데.. 크크크.
03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슬람 사원이 있다. 꽤나 유명하여 관광객도 많다. 한국인으로 추정하는 집단이 이슬람 사원으로 단체관광을 할 때도 있다. 그럼 난? 이태원에서 산지 1년하고 3달이 지났지만, 사원 구경을 한 적이 없다. 으음…;;; 역시 가까이 살면 미루는 것인가? ;;; 재개발로 철거되기 전엔 구경해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