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리다, 초벌원고를 꺼내다

01

하루 종일 원고를 썼다. 대략 11시간 정도 자리에 앉아 계속 썼다. 그리하여 구글독스 기준 10장, PDF 다운로드 파일 기준 13장(참고문헌 포함) 정도다.
물론 초고다. 완전 초고. 대대적 수정을 가해야 하는 상태다. 모든 글쓰기는 초벌원고가 나오면 그때부터 시작이다. 그러니 나도 이제 시작이다. 그래도 백지를 마주하는 부담과 뭐라도 만든 것을 마주하는 부담은 전혀 다르니까. 한숨 돌린 기분이긴 하다. (하지만 퇴고하려고 읽는데, 차라리 백지가 낫다면 어떡하지… ;ㅅ; )
원고 마감은 20일. 애초 초벌을 11일에 쓸 계획이었다. 실제 글을 썼다. 펜으로 열심히 썼지만 펜으로 글쓰기가 문제를 일으켜 5시간 만에 포기했다. 다섯 시간 동안 글만 썼는데 2/3쪽 정도 분량을 완성했달까… ;;; 펜으로 글쓰기가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더 큰 문제는 원고 구성의 문제였다. 다른 어떤 글보다 더 신경 써서 준비하다보니 구성 자체를 특별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양한 구성을 상상했고 이런저런 실험적 형태를 모색했다. 그러다보니 정작 내용을 쓸 수가 없더라. 그래서 가장 평범한 형태를 선택했다.
하루에 A4 13장 분량을 썼다면 많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애당초 목차와 세부 내용. 인용문 배치, 할 얘기도 거의 다 정리한 상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니었다면 불가능했겠지.
사실 욕심은 22일이나 23일에 원고를 넘기는 것. 그 전에 사람들에게 논평을 좀 받고 싶어서. 하지만 그랬다간 다른 일정이 다 꼬일 듯하여 그냥 참으려고. 아울러 마감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니까.
내가 글의 질은 보장 못 해도 마감은 최대한 지키잖아… 후후. ;;;
(물론 어긴 적도 몇 번 있습니다.. 미리 양해를 구하고 어긴 것이지만;; )
02
지인에게 보여주려고 혹은 자랑하려고 오랜 만에 석사논문의 초벌원고를 꺼냈다. 지도교수에게 제출하고 논평을 받은 원고다. 선생님은 모든 문장에 논평을 해줬고 나는 그에 따라 열심히 고쳤다. 오랫동안 꺼내지 않았기에 그저 아련한 기억처럼 남아 있었는데 다시 확인하니 선생님에게 너무 고맙고 또 내가 이렇게 배웠다는 사실이 기뻤다. 물론 선생님의 가르침에 못 미치는 학생이라는 게 에러지만. 흐흐. ;;;
대충 보여주면 다음과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거의 모든 페이지가 이런 상태다. 특별히 체크가 많은 페이지를 찍은 것이 아니라 그냥 대충 아무 페이지를 펼쳐 사진으로 찍은 것이다.
내 글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내가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인 동시에 선생님이 얼마나 공들이고 또 열심히 지도해주셨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흔적이다. 고마울 뿐이다.
03
어떤 일정을 조율하는데 정신 없이 바쁜 시기가 겹친다는 걸 발견했다. 바로 지금이다. 원고마감, 혹은 보고서 마감 등으로 다들 바빠 일정 연기에 기다렸다는 듯 답장을 한다. 참고로 일정 연기를 제안하는 메일에 1등으로 답장을 한 사람은 바로 나! 후후. ;;;;;;;;;;;;

이것저것: 선생님, 시간성과 위계

01

아… 갑자기 선생님이 보고 싶다.
안부를 물을 겸 겸사겸사 메일을 쓰는데, 내가 정말 석사과정을 공부한 학교와는 다른 학교에 진학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이상 못 만나는 관계도 아니고, 먼 거리도 아닌데 이 복잡한 감정은 뭔지…
02
십대 이반에게 한때의 감정이라고 말하는 일군의 반응에 통상의 대응은 ‘그렇지 않다’, ‘그럼 이성애는 한때의 감정 아니냐’로 요약할 수 있으려나. 비이성애는 한때의 감정이 아니라고 주장하거나, 이성애를 규범으로 삼는 인식 자체를 문제삼거나.
근데 문득, 십대의 동성애가 한때의 감정이라고 쳐도 그것이 무의미한 감정인가란 의문이 들었다. 더 정확하게는 어떤 감정이 일시적이냐 아니냐를 둘러싼 여러 논쟁과 별도로, 일시적 감정은 무의미하니 연구할 가치가 없거나 고민할 가치가 없는 것일까란 고민이다. 일시적이어서 연구할 가치가 없다면 우리가 연구할 주제는 무엇이지? 경제학 개념으로 ‘장기’는 우리가 죽고 난 다음의 시간이다. 그럼 일시적이지 않은 것, 즉 영구불변의 것만 연구하자는 것일까? 그런데 그런 게 있기는 할까? 그리하여 무엇을 ‘일시적’이란 수식어로 폄하하는지, 시간성은 어떤 식으로 위계를 가지는지, 규범적 가치와 시간성은 어떻게 위계적 가치를 재생산하는지…
아.. 공부할 거리만 늘어가는구나.. 흐흐.

이런저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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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도교수를 만났다. 선생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헤어질 즈음 중요한 조언을 들었다. 그 조언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기억할 수 있을까? 아울러 지난 삼 년, 너무 많이 놀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정말 놀기만 했다. 이런 상태로 박사과정에 진학해도 괜찮을까?
02
문을 열고 나섰을 때, 세 집 건너 옥상에서 일광욕을 하던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고양이는 나를 보곤 우앙, 우앙, 울었다. 이젠 날 알아보는 걸까? 하지만 어떡하니… 헤어질 수도 있는데…
세상 일은 정말 미래를 예측할 수 없구나. 물론 아직은 확률일 뿐이다. 90% 수준의 확률이란 게 문제라면 문제.
03
백과사전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서를 작성한 장면은 처음 봐서 신기했다. [젠더의 채널을 돌려라]는 계약서 자체가 없었고… (응?) 지금 판매고가 어떤지도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뭐, 절판은 아니니 다행이라면 다행인가? ;;; [남성성과 젠더]는 엮은이 혹은 기획자가 대표 계약을 했고 그 자리에 함께 하지 않았다. 관련 일을 기획자에게 모두 떠넘겼달까.. 하하;;;
대표 계약은 업무 편의상 채윤 님 이름으로 했지만, 그래도 옆에 같이 앉아서 읽는데 신기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구나’ 싶기도 하고. 정말 시작이구나.. 싶기도 하다.
04
계약을 겸해, 혹시나 영어 번역 후원을 고민하고 계신 분은 아직 안 늦었습니다!
혹시 한국 퀴어 백과사전 관련한 얘기를 처음 듣는 분은 http://goo.gl/NZRuz 를 참고하세요. 🙂
05
작년 가을 즈음, 올 4월까지 원고를 쓰기로 약속한 곳이 있다. 원래 작년 겨울호에 싣기 위한 청탁이었다가 한 호 연기한 것이다. 그 원고를 나는 언제부터 시작할까? 하하. ;;;
그나저나 지금 즈음 내가 원고를 써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메일이 올 법한데 아직 연락이 없다. 다른 사람 구한 것일까? 오호랏.. [ https://www.runtoruin.com/1949 를 참고 ]
06
2월부터 알바를 하기로 했던 곳이 있다. 1월 중에 연락을 하기로 했는데 2월 1일에 전화를 해선 3월부터 하자고 했다. 나의 바뀐 상황도 알렸고 이런저런 이유로 근무시간을 다시 조절하기로 했다. 담당자가 계획을 다시 조절해서 지난 주까진 연락을 준다고 했는데 감감 무소식이다. 계획이 바뀌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중간에 어떤 언질이라도 주면 좋으련만, 기다리는 입장에선 난감하다. 약속을 한 상황이라 다른 알바를 구할 수도 없고 무턱대로 기다릴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 [ https://www.runtoruin.com/1949 를 참고]
07
봄이 온다. 혹은 날이 풀렸다. 어김없이 비염이 터졌다.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