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러지, 호르몬, 몸 변화

알러지가 생기면서 약을 처방받았다고 적었습니다. 응급실에선 하루치 약만 처방해서 줬는데요. 저는 응급실 의사에게 사나흘 분의 약을 더 지어줄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의사는 응급실이라서 그럴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아울러 약국에서 그냥 살 수는 없고 스테로이드제라서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스테로이드제라니.. 결국 알러지약은 호르몬이 포함된 약이란 뜻이겠지요?
꼭 그래서는 아닐 겁니다. 주사를 맞고 약을 먹고 하루가 지났을 때 갑자기 목이 쉬기 시작했습니다. 허스키하면 매력이라도 있지만 허스키하지도 않았고 그냥 쉰 목소리. 갑작스런 변화라 당황했습니다. 감기는 아니기에 원인은 알러지약이 아닐까 추측했습니다.
목이 쉬는 현상을 깨달으며 복잡한 감정에 빠졌습니다. 만약 이 약이 남자청소년이 변성기를 겪듯 그렇게 목소리를 저음으로 만든다면, 그리하여 소위 ‘남성화’ 효과를 야기한다면 저는 이 약을 계속 먹어야 할까요? 현재로선 알러지약을 먹어야 하는 상태라 먹지 않으면 곤란한데, 그럼에도 ‘남성화’를 야기하는 약을 먹어야 할까요? 고민했습니다. 소위 ‘여성화’ 효과를 야기한다면 무척 반가워하며 만날 과다복용하겠죠? 흐흐.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단순히 알러지약만이 아니라, 어떤 약을 먹어야 하는데 그 약이 자신이 원하지 않는 형태의 몸 변형 효과를 야기한다면 그 약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약을 먹지 않고 온 몸에 돋아난 알러지를 참으며 살 수 있을까요? 아님, 알러지를 진정시키는 대신 원하지 않는 몸 변형/변화를 감내해야 할까요?
다행이라면 목이 쉬는 현상은 하루로 끝났습니다. 다시 평소의 목소리로 돌아왔고요. 그러면서 이런 고민은 중단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비슷한 현상이 계속 나타난다면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요?

12년 만에 알러지

며칠 전 알러지가 터져서 응급실에 갔습니다.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뜻은 아니고 주말 밤이라 문을 여는 곳이 응급실 뿐이었거든요. 주사 두 방을 맞고 약을 처방받았죠.
참 오랜 만에 생긴 알러지였습니다. 얼추 12년 전이 마지막이었거든요. 마지막으로 알러지가 터지기까지 대략 3년 정도를 민감한 상태로 살았습니다.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었거든요. 늘 먹던 음식을 먹었는데 그 음식에 반응해서 알러지가 터지곤 했으니까요. 그래서 음식을 먹다가 기분이 이상하면 바로 음식 섭취를 중단했습니다. 행여나 그 음식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도 알러지가 터지는 것보단 음식을 남기는 것이 혹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으니까요.
이것은 이후 제 식습관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음식을 먹다가도 그냥 느낌이 안 좋으면 안 먹으니까요. 무엇도 정확하게 믿을 수 없고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감을 믿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유통기한이 하루라도 지나면 무조건 먹지 않는 습관도 생겼죠. 그 시절, 알러지가 터지면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기에 조심하는 수밖에 달리 다른 방법이 없었거든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알러지가 몸 표면에 표출되고 내장 기관에서 발생하진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식도나 기도에 발생하면 호흡곤란으로 죽을 수도 있다고 하니까요.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무엇이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암튼 그렇게 얼추 12년이 지났고 제게 원인을 알 수 없는 알러지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살았죠. 그런데 참 오랜 만에 알러지라니요.. 다시 알러지가 터지는 몸으로 변한 걸까요? 아님 그저 단발적 사건일까요? 물론 알러지에 이런 게 어딨겠어요. 12년 정도를 잠복하다가도 터지는 게 알러지인데요..

주절주절: “탈고 안 될 마음”, 알러지/대상포진

01 “탈고 안 될 마음”
가을에 듣기 좋은 노래는 힙합이지만, 기타만 연주하며 노래하는 가요들도 무척 좋아요. 어젠 오랜 만에 임지훈을 들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무척 좋아했죠. 그래서 서울에 왔을 때 가장 먼저 간 공연은 임지훈의 소극장 콘서트였습니다. 지금은 위치도 알 수 없는(당연한가ㅡ_ㅡ;;) 곳을 나름 어렵게 찾아갔죠. 그리 멀지도 않은 곳은데 늦을 까봐, 못 찾을 까봐 일찍 가서, 공연은커녕 개관까지 무려 30분 정도를 밖에서 기다렸고요. 하하. 그래도 설렜던 시절이었죠. 처음 가는 콘서트니까요. 그리고 스무 살은 저 뿐이었습니다. 관계자들도 신기하게 바라봤습니다. 제가 조금만 용기를 냈으면 싸인도 받을 수 있는 분위기였죠. 저 외엔 모두 삼,사십대에 부부동반도 꽤나 많았으니까요. 앨범으로만 듣던 목소리를 라이브로 듣는 느낌은 정말 새롭죠. 그 기쁨을 처음으로 배우기도 했네요.

요 며칠 자꾸 입 안에서 맴도는 가사가 있어 앨범을 꺼내 듣고 있습니다(라고 쓰고 CD에서 mp3를 추출해서 듣고 있다고 읽죠;;). 목소리가 가을 이미지와 참 많이 닮았네요. 쓸쓸하지만 바닥을 치는 건 아닌 무게. 띄엄띄엄 가사를 듣다가 문득 한 부분에서 숨이 멎었습니다.

“탈고 안 될 마음 그 뭇 느낌으로”
(전문은 http://bit.ly/2OKPio)

<아름다운 사람>이란 노래의 가사입니다. 탈고 안 될 마음이라니 …. 아, 이 보다 적확한 표현이 있을까요. ㅠ_ㅠ 몇 번을 반복해서 듣고 있습니다.

02 알러지?
어릴 때 대상포진을 앓은 적이 있습니다. 무슨 이유에선지 갑자기 왼쪽 아랫 배가 심하게 아프더군요. 꽤나 심하게 아팠지만 신경 쓰는 가족은 없었습니다. 원래 가족이란 그런 거잖아요. 🙂 하지만 통증이 너무 심한 게 드러나자 그제야 응급실에 갔는데요. 의사는 변비라고 진단을 했습니다. … oTL 돌팔이! 그러고 며칠 지나 배의 왼쪽에서 대각선으로 두드러기가 심하게 나기 시작하더군요. 약국에 갔더니 약사가 대상포진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약은 약사에게, 진단도 약사에게?

구글링을 하니 수두에 걸린 사람 중에서 발생하는 경향이 높다는데 제 기억에 전 수두에 걸린 적이 없습니다(http://bit.ly/133hJJ , http://bit.ly/kFi3o). 그럼 대상포진이 아니었을까요?? 수두 대신 대상포진이 생긴 걸 수도 있겠네요. 흐흐. 신경성이라고 하니, 당시의 저라면 충분히 가능한 것도 같고요. 하하. ;;; 암튼 그 비슷한 무언가를 앓았는데요.

며칠 전 갑자기 그날 저녁에 먹은 게 잘못 되었는지 배 앓이를 했습니다. 통증이 꽤나 심해서 밤을 새웠죠. 그러고 나서 배 부위가 좀 가려웠지만 그러려니 했습니다. 붉은 반점 같은 게 생기는 거 같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모기에게 물렸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알러지 모양으로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하네요. 통증은 별로 없는데 두드러기 모양은 대상포진 때와 비슷하고, 안 아픈 건 아니고요. 근데 재발하는 증상이 아니라고 하니, 뭔가 또 다른 알러지일까요 …. 하하. 드물게 재발하기도 할까요? 사실 음식 알러지라고 하기엔 물집의 모양이 달라 음식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을 듯하네요. 제가 음식으로 알러지가 발병하면 온 몸이 붉은 색으로 피부가 다 일어나거든요. 으하하. 이때 보면 정말 볼 만 합니다. 😛

징크스인데, 아플 때 아프다고 블로깅을 하면 금새 증상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괜히 징징거리고 싶어서 아픈 건지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요. 으하하. ;;; 암튼 이런 이유로 쓰는 거니 곧 좋아질 거예요. 아무렴요.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데, 고작 이런 일에 신경 쓰면 곤란하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