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Muse) 신보: 오덕과 집착의 나날

14일에 뮤즈(Muse)의 신보 [The Resistance]가 발매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단골 매장에서 15일에 입고한다는 공지가 떴네요. 다시 15일엔 CD만, 16일엔 CD+DVD 버전이 입고된다는 공지가 떴어요. 16일에 바쁜 시간을 쪼개 음반매장으로 가는 길에 중얼거렸죠. 이거 완전히 오덕과 집착의 역사구나, 라고. 그러며 혼자 깔깔 웃었어요. 정말이지 제 삶을 너무도 잘 표현하잖아요. 오덕과 집착! 흐흐.

16일 매장에 가서 망설임 없이 두 종류의 앨범을 모두 구매했어요. 오덕과 집착이잖아요. 돈이 없어도 지를 땐 질러야죠. 사실 각각 두 장씩 지르고 싶었던 걸요.

앨범이 발매되기 전 미리 공개한 싱글의 음원을 듣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그냥 앨범으로 듣고 싶었으니까요. 그래서 어떤 음악이 나올지 궁금했어요. 이번엔 어떤 식으로 변할지 궁금했어요.

뮤즈의 세 번째 앨범 [Absolution]이 2003년에 나왔을 때, 전 그 앨범의 마지막 곡 “Rule by Secrecy”이 이후 음악의 방향이겠다고 예상했습니다. 이전부터 뮤즈는 이런 성향의 음악에 애정을 보인다는 느낌이었거든요. 이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는 듯했죠. 사실 재밌었던 건, 매튜는 프로그레시브 락을 기계적이라 매우 싫어한다고 말했지만, 그들의 음악은 계속해서 프로그레시브 락이란 평가를 들었다는 점이죠. 그러며 자신은 리스트와 같은 클래식을 좋아한다고 했죠. 한국에서 진행한 두 번의 라이브에서, 피아노 솔로를 여러 번 연주했고, 기타로 연주할 곡을 피아노로 연주할 정도로 피아노 연주에 애정을 보이기도 했으니, 이들의 음악이 나아갈 방향은 대충 짐작할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이번 앨범을 들으며 당황했습니다. 뮤즈가 프로그레시브를 좋아하건 싫어하건, 클래식을 좋아하건 제가 예측한 방향은, 혹은 바랐던 방향은 킹 크림슨이나 핑크 플로이드 류 거든요. ;;; 근데 퀸이야. ;ㅅ; 전 퀸에 애정을 안 느끼거든요. 아직은 퀸의 음악에서 재미를 못 느낀달까요. 하하. 근데 이번 뮤즈 앨범은 퀸의 색깔을 배제할 수 없네요.

이런 아쉬움과는 별도로 이번 앨범에도 상당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뮤즈 앨범을 평가하는 건 거의 불가능해요. 오덕과 집착이니까요. 마지막 세 곡 “Exogenesis”는 이 앨범의 백미예요. 앞으로 이곡과 같은 음악을 만든다면, 완전 사랑할 거예요. ♡_♡

그나저나 전 조만간에 초도한정 limited 판을 구매할 예정입니다. 살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모 님께 팬심을 상담하니 당연히 질러야 한다고 조언해주셨지요. 그 조언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누군가가 지르라고 말해주길 바랐거든요. 으하하. 그래서 지르기로 했습니다. 그나저나 생활비 ;ㅅ;

+
이번에 지르면서, 생애 처음으로 앞으로 들어올 예정인 수입을 담보로 살기로 했습니다. 카드가 있다는 건 아니고요. 지금까지는 내일 입금이 확실한 수입이 있어도 입금되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니, 현재의 수입으로 살았는데, 이번에 지르기로 작정하며 미래의 수입을 계산했습니다. 아아, 이런 게 오덕의 아름다움 아닐까요? ;ㅁ;

조용필 라이브 실황 앨범, 『The History』

상찬(賞讚)이 넘쳐, 말을 덧붙이는 게 부질없다 싶다. 하지만 넘치는 상찬이 주례사 비평은 아니다. 얼추 열흘 동안 조용필의 40주년 기념 라이브 콘서트 실황 앨범 『The History』만 듣고 있다. 아무리 좋아해도 하루에 한 번 이상 듣는 경우가 드문데, 하루에 서너 번 듣는 날도 있다. 그냥 이 앨범만 반복해서 듣고, 또 듣는다. 공연 중간에 “꿈의 노래”라고 말하는데, 맞다. 그의 노래는 삶의 위로고, 꿈의 노래다.

얼추 10년 전 즈음, 조용필의 인터뷰를 TV에서 봤다. 기억나는 부분은 하나. 연말 콘서트 공연을 앞두고 그는 감기몸살에 걸렸다. 공연을 몇 시간 앞두고 리허설을 하다가, 기존의 공연목록으론 무리라고 판단한 그는 감기 걸린 목소리로도 소화할 수 있는 곡으로 공연목록을 바꿨다. 그리고 공연은 무사히 끝났다. 공연이 무사히 끝난 건 나의 관심이 아니었다. 공연을 몇 시간 앞두고 공연목록을 바꿨는데도 리허설 한 번으로 공연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이란 밴드는 연습을 얼마나 한 걸까? 조용필이 정규앨범을 통해 지금까지 발표한 곡이 대충 200여 곡이라고 치고, 그 중 공연에서 부르는 곡이 100여 곡이라고 치자. 그럼 그 곡들을 얼마나 연습한 걸까? 한 곡을 연주하고 쉬었다가 다음 곡을 연주하기도 하지만, 몇 곡을 이어서 연주하기도 한다. 몇 곡을 이어서 연주할 때면 각 곡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게 관건이고 그래서 상당한 연습을 하기 마련이다. 그럼 그들은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곡들을, 공연을 대비해 충분히 연습했을 테다.
(조용필은 공연 중에 멘트를 하지 않기로 유명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만 부르는 공연도 상당하다고 한다.)

10여 년 전 그의 인터뷰를 보며, 이런 상상을 했다. 몇 해 전 인터뷰에선, 하루도 빠짐없이 노래 연습을 한다고 했으니, 놀랄 일은 아니겠지만. 아무려나 이번 실황 앨범엔 “한 번 더!”를 외친 후 후렴구를 한 번 더 부르는 곡이 있다. 그때마다 궁금하다. “한 번 더!”는 흥에 겨운 말일까, 미리 준비한 멘트일까? 그는 공연준비를 세세한 부분까지 다 챙긴다고 했다. 그러니 “한 번 더!”는 미리 준비한 멘트일 수도 있다. 매년 공연을 50~60회 정도는 한다고 하니, “한 번 더!”를 외칠 타이밍을 예측하는 건 어렵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노래를 부르다 어느 순간 너무 기분이 좋아, 한 번 더 부르고 싶을 때도 있다. 호흡이 척척 맞는 밴드이니, “한 번 더!”란 말에도 당황하지 않고 연주하는 건 문제가 아닐 듯. 공연 실황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한 번 더!”가 미리 준비한 멘트 같다고, 미리 준비한 공연 같다고 느낄 정도로 유기적이다. 그 만큼 호흡이 완벽하다.

음악의 유기적인 흐름부터 연주, 노래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딱 한 군데가 있긴 하다. 노래 중간에 위대한 탄생 멤버를 소개하고 각 멤버들은 짧은 솔로 연주를 한다. 드러머 역시 솔로 연주를 하는데, 그 연주가 노래의 흐름과 어울리지 않는다. 다른 멤버들은 곡의 흐름 속에서 솔로를 한다면 드러머만 다른 리듬을 연주해서 조금 거슬린다. 이 앨범의 유일한 흠이다.) 즐거운 일이 별로 없는 일상에서 음악이 있어서, 이렇게 즐거운 앨범이 나와서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