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때리는 시간

뭐랄까, 어쩌면 올해는 그냥 휴학을 하고 좀 많이 쉬는 방향으로 일정을 잡았다면 더 좋았겠다는 고민을 한다. 등록금이 해마다 오르기에 휴학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고민을 종종 한다. 버티는 삶은 정말 숨이 막히고 즐거운 일도 즐겁지 않게 만든다. 그래서 슬프다. 하반기엔 한숨 돌릴 수 있을까? 아니, 그러긴 힘들 것이다. 그래도 좀 숨을 돌리면서 한동안 여유롭게 지내고 싶다. 결국 내년 상반기에 한숨 돌릴 수 있을까?
그냥 멍때리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은 되어야 좋은 삶이라고 믿는다. 요즘은 멍때리는 시간도 생산성과 연결되어야만 가치를 인정받는데 그런 것 말고, 그냥 정말 멍하니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빈둥거리는 시간 말이다. 그런 시간이 하루에 한 시간은 되어야 살만한 삶이지 않을까? 그런 시간이 없다면 정말 지금 살고 있는 삶을 다시 설계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냥 좀 갑갑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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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화요일(2014.04.29.)에 “라벤더 위협과  바이섹슈얼 선택”으로 콜로키움이 있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 후후후.
그나저나 여이연 홈페이지는 리눅스+크롬웹브라우저에선 오류가 나면서 열리지가 않네요. 왤까요.

잡담: 연말 여유, 지인의 알바, [고양이]

01
지난 주부터 이어진 빠듯한 일정이 대충 마무리되었다. 이제 남은 일정은 세미나 하나(확정), 회의 하나(미정)가 전부다. 누가 날 만나자고 제안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연말까지 사람 만날 일 없다. 이제 집에서 좀 뒹굴거려야지. 더디게 읽은 책은 올해가 끝나기 전 다 읽기를 바라고, 이불 속에서 추리소설도 좀 읽어야지. 후훗.
02
내년이 오면 1월과 2월에 KSCRC 퀴어 아카데미 강좌 중 세 개를 들을 예정이다. 센터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하며 뿌듯하게 한 해를 시작해야지. 크크. ;; 암튼 강좌에서 만날 수 있길 바라요. 🙂
03
지인이 겪은 일. 허락 받고 쓰는 것.
지하철 불광역 근처 양성 관련 업무를 하는 기관에서 지인이 알바를 했다. 계약을 하기 전엔 한 달 정도 일하기로 했다. 하루에 8시간, 시간당 5,000원씩 40,000원을 받기로 했다. 업무는 어떤 프로젝트의 프로포절 작성, 예산안 작성, 프로젝트 사업 진행, 또 다른 알바 모집 및 관리 등. 하지만 기관의 업무 책임자가 일이 많다면서 좀 더 길게 일하자고 제안했고 실제 근무 기간은 얼추 두 달 가량이었다. 그렇다면 일한 기간만큼 알바비를 지급하면 간단한 일이다(알바비가 말도 안 되는 금액이지만 논외로 하자). 하지만 사업 책임자는 한 달치 알바비만 지급하겠다며 그 이상은 지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두 달 동안 하루 여덟 시간만 일했을까? 지인은 수시로 야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해서 일을 했다고 한다.
알바 기간 중, 타지역에서 일주일 가량 행사를 진행했다. 그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고 마무리하기 위해 고용된 알바라 참석은 당연했다. 지인의 차비와 식대는 예산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지인이 직접 예산을 작성했기에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비와 식대 지급은 기본 상식이다. 그러니 당연히 차비와 식대가 지급될 것으로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책임자는 차비(식대였던가;;)를 지원할 수 없다고 하여 결국 자비를 들였다고 한다. 아울러 행사 진행을 위해 알바를 추가로 고용했고 각자에게 6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비용을 책정했다(업무와 조건에 비해 많은 비용은 아님). 그런데 책임자는 60만 원을 모두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이로 인해 지인과 책임자가 싸우기도 했단다.
여기까지만으로도 열받는데…
책임자는 어떻게든 지인에게 일을 더 시키려고 했지만, 지인은 간신히 일을 마무리하고 끝냈다. 그런데 그 며칠 후 갑자기 전화를 해선, 마무리 안 된 일이 있어서 나와줘야겠다고 지인에게 말했단다. 출근했더니, 마무리 안 된 일이 아니라, 갑자기 일이 생겼는데 하루 좀 도와달라며 일을 맡겼다고 한다. 그 일에 따른 비용 지급 관련해선 아무런 얘기가 없었고, 지인은 밥도 못 먹고 일하고 있는데 전화를 했던 책임자는 혼자 점심을 먹으러 갔다고 한다.
이번 주까지는 알바비를 지급하겠다는 말은 했다지만 어떻게 될는지. 그리고 얼마를 지급할는지.
어느 기관인지 모르겠지만, 혹시나 그 기관에서 알바를 할 일이 생기면 조심하세요.
04
길고양이, 동네고양이에게 겨울은 추위만이 유일한 어려움인 줄 알았다. 추위 만큼이나 물도 문제다.
문 앞에 사료와 함께 물을 내놓고 있는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물이 언다. 물을 내놓고 한 시간 정도만 지나도 얼음물. 물을 내놓은 직후에 고양이가 밥을 먹으러 왔다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얼기 시작했을 때 왔다면 얼음물을 마셔야 한다. 이 추운 겨울 얼음물이라니. 24시간 따뜻한 물을 줄 수 없을까 고민하지만 불가능한 일. 그나마 아침 일찍 와서 미지근한 물이라도 마실 수 있길 바랄 뿐이다.
05
오늘 아침엔 밥을 주려고 나갔는데… 우선 물을 주고 잠시 방으로 들어왔더니 야아옹,하고 우는 소리가 들렸다. 누굴까 하고 나갔더니 융! 오랜 만이다. 🙂 이 추운 겨울 무사히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 서둘러 밥그릇을 채우고, 닭고기 간식을 더 줬다. 맛있게 잘 먹으렴.
06
크리스마스엔 고양이와 함께 골골거리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