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Lennon의 “Oh My Love”을 듣는 하루

아침, John Lennon의 “Oh My Love”를 듣는다. 무한반복해서 듣는다.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꺽꺽, 거리며 대성통곡하고 싶다. 소리 내어 울고 싶다. 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가뭄이다. 내 눈은 언제나 가뭄이다. 대성통곡하고 싶은 몸과 가뭄인 몸. 이 사이에서 머뭇거린다. 울 수도 울지 않을 수도 없는 길이 날 묶어 안녕할 수도 없다.

나도 한때 연애를 하고 싶었을까? 다행이다. 나는 주제파악이 빨랐다. 내게 매력이 없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내게 가능하지 않은 일, 내게 불가능하진 않은 일, 내가 욕망해도 되는 일, ‘재능’이란 것과 무관하게 욕망하는 일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내가 바라선 안 되는 일들은 서둘러 외면했다. 바란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면, 그냥 서둘러 포기하기로 했다.

따지고 보면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을 포기하지 않은 일이야 말로 내게 가장 기이한 일이다. 내가 포기해야 하는 일은 글쓰기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쓰기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건 이미 재능과 무관한 나의 열망이었다. 어쨌든 숨 쉬고 싶(었)다.

아침부터 John Lennon의 “Oh My Love”를 반복해서 듣고 있다. 나는 왜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토록 울고 싶은 걸까. 내가 외면한 바람은 나를 어떤 몸으로 만든 걸까. 바람조차 조문 오지 않는 이 아침. 나는 내가 포기했다고 믿는 어떤 욕망을 애도하려고 애쓰는 걸까? 애도와 우울 사이에서 그냥 모든 걸 포기한 걸까? 체념을 희망하는 걸까?

지문의 소용돌이를 바라보는 이 아침.

연애: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그리고 이렇게 부를 수 없는

01
ㅅ은 대학에 입학하고 두어 달 정도 지나, 동아리 선배 ㅁ과 사귀기 시작했다. 이 둘은 아마도 ㅅ이 졸업할 때까지는 연애관계를 유지한 듯하다. 같은 동아리에 ㅁ의 동기인 ㄴ은 ㅅ을 처음 본 순간 반했지만 고백이 늦었다. 망설이고 있을 때 ㅅ과 ㅁ이 사귀기 시작했고, 이후 ㄴ은 속만 태웠다. ㄴ이 ㅅ을 좋아한다는 건 ㅅ과 ㅁ을 포함한 동아리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ㅅ과 ㅁ이 헤어질 것 같진 않았다. ㄴ 역시 드러내놓고 ㅅ에게 감정 표현을 하진 않았다.

나는 그 동아리에 잠깐 속했다가 탈퇴했기에 이후의 자세한 소식은 모른다. 그저 몇 해 전, ㅅ이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아는 사람에게 전해들었다. 상대는 ㄴ이라고 했다.

02
ㅇ과 ㅂ은 연애를 하고 싶다는 말을 했지만, 둘이 사귀지는 않았다. 이런 건 웹에서도, 오프라인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데, a도 b도 c도 연애를 하고 싶다며 커플들을 부러워하지만, 부러움을 표현하는 이들 각자가 만나고 연애를 하진 않는다. 지극히 당연한 이 풍경. 서로 연애를 하고 싶다는 푸념만 반복할 뿐이다.

다시 ㅇ과 ㅂ의 경우. 주민등록번호의 성별이 같은 ㅇ과 ㅂ에게 ㅊ은 서로 사귀면 어떻겠냐고 말했는데, 이 말과 동시에 둘은 “나는 동성애자가 아냐!”라고 답했다. 하지만 ‘동성’이 사귄다고 동성애인 건 아니잖아. ㅊ은 ㅇ과 ㅂ의 반응이 무척 흥미로웠다고, 내게 말해줬다.

나의 경우를 상상하자. 연애를 안 하고 있지만, 하고 있다고 치고. 나의 파트너가 레즈비언이라면, 바이라면, 이성애자라면 각각의 상황은 어떻게 다른 걸까? 이 모든 관계가 피상적으론 이성애관계로 보일까? 그렇다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곳에선 동성애일까? 레즈비언이 레즈비언과 연애를 한다고 반드시 그 관계가 동성애/동성“연애”일까? 레즈비언과 바이의 연애는 동성애일까, 양성애일까? 레즈비언과 이성애 ‘여성’의 연애는 동성애일까, 양성애일까, 이성애일까? 아니, 다 필요없고 그냥 변태성애일까? 흐흐.

다른 한편, 나의 성적지향과 상대의 성적지향은 반드시 일치해야 할까? 레즈비언과 이성애 ‘여성’의 연애를 상상할 때, 이성애 ‘여성’은 이 관계를 이성연애관계로 설명할 수도 있다. 이성애 ‘여성’의 파트너가 레즈비언 트랜스며 ‘여성’보단 ‘남성’으로 더 잘 통하는 외모라면. 파트너가 여성으로 더 잘 통하는 외모라도 상관 없다. 만나는 둘(혹은 그 이상의) 사람 각자가 자신의 상황을 다르게 설명할 수 있지만, 다를 수 있는 가능성은 무시된다. 한 사람이 동성애자라면 상대로 동성애자, 한 사람이 이성애자라면 상대도 이성애자란 식이다. 개인의 외모로 젠더를 단정하는 것과 꼭 같다.

이런 고민은 일상 생활에선 크게 문제될 것 없지만, 그냥 개개인이 만나는 순간엔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설명을 해야 하는 순간, 누군가에게 ‘해명’해야 하는 순간 심각한 문제가 된다. 동성애자는 동성애자끼리, 이성애자는 이성애자끼리(그럼 바이는 누구와?) 만난다는 인식이 만연한 사회에서 개인의 다양함을 설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니까. 그럼에도 이성애 여성과 이성애 여성이 연애를 할 경우 둘의 관계를 어떻게든 분류해야 한다면 어떻게 부를 수 있을까? 글쎄 ….

03
암튼 제목처럼 저의 연애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요즘 연애하고 있다는 글을 기대하셨다면 낚이신 거죠. 케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