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이해: 영어

대학원 수업을 듣다보면 영어 논문이나 단행본을 읽는 일이 많다. 이때 읽을 분량을 정해주는 선생님은, 이번엔 영어가 쉬우니까 좀 많이 읽어도 괜찮겠지…라며 분량을 좀 많이 내주곤 한다. 하지만 영어가 쉽건 어렵건 이건 중요하지 않다. 영어라는 게 중요하다. 이미 영어인 이상 쉽건 어렵건 별 차이가 없다. 그건 그냥 영어다. ㅠㅠㅠ

물론 읽기 수월한 영어가 있고, 읽기 어려운 영어가 있다는 걸 모르진 않는다. 그럼에도 어차피 영어일 뿐이다. 쉬운 영어라고 부담이 덜한 건 아니니까.
그런데… 어제 밤 이런 생각을 하며 청소하다가 문득…
비이성애적 실천은 매우 다양해서 단순히 몇 가지 나열하는 식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다양한 범주 용어를 사용하고 그 용어의 해석과 용례에서 상당한 논쟁이 발생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논쟁은 관련 있는 사람이나 신경 쓸 법한 일. 단적으로 이성애자에겐 세밀한 구분 다 필요없고 그냥 동성애자다. 이성애자가 아니면 그냥 모두 동성애자다. 아무리 설명해도 그냥 동성애자다.
쉽건 어렵건 상관없이 영어라는 생각을 하다가, 이성애자가 아니면 그냥 다 동성애자라고 이해해는 태도를 어쩐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쩐지 알 것 같았다. 이것이 납득이 되는 건 아니지만, 이런 태도가 적절하거나 용납이 된다는 건 아니지만… 어쩐지 ‘아.. 그렇구나..’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려나 중요한 건 섬세하게 사유해야 하는 삶을 대충 얼렁뚱땅 이해하는 걸 납득할 수 있다는 게 아니다. 영어는 쉬우나 어려우나 그냥 영어란 점이다. 흑…
+
학부시절, 엄마 님이 취직하려면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학원비를 주겠다고 했었다. 그때 난 호기롭게 사양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호기롭게 학원비를 거절했다. 내가 잘못했다. 일단 받는 건데.. 학원비 줄 때 영어 좀 배워두는 건데..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