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는 잘 살 수 있을까

올 해 들어 원고 계획을 세웠는데 우어… 이건 지금부터 이후 일정을 조절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수준이다. 문제는 아직 감이 제대로 안 잡혀서 뭐 어떻게 되겠지라는 다소 안일한 상태랄까. 이러다가 나중에 파산, 아니 퍼지겠다. 그렇다고 생계에 보탬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글과 해야 하는 글을 정리한 것 뿐이다. 올 해가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고 앞으로 어떤 일정이 생길지 가늠할 수 없으니 몸을 사려야 하는데…
그러고 보면 다른 일엔 정말 몸을 많이 사리는 겁쟁이인데 글쓰기에선 그냥 어떻게 되겠거니 하는 유형이다. 대책 없는 인간이랄까. 문제는 어떻게 안 되고 밀리는 원고는 계속 밀리고 처리하는 원고는 어떻게 처리되는 그런 상황이랄까. 그러다 보니 뭔가 굴러가는 착각은 쉽게 하지만 실제 굴러가는 건 없다. 위태위태한 상태. 위험한 상황. 이렇게 지내고 괜찮을까 싶지만.
뭔가 정리를 좀 해야겠다. 일단 수요일까지 끝내야 하는 알바부터 하고.

원고, 백업

01
한 달도 더 전에 어느 잡지에 원고를 투고했다. 마감 일정에 맞춰서 원고를 보냈다. 그리고 한 달이 더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답장이 없다. 그전부터 이메일에 답장은 늘 늦었지만 원고를 받고 나선 아예 연락이 없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이게 무슨 상황일까 싶기도 하고, 다시 확인 메일을 보내야 할까 고민하고 있기도 하다. 어느 쪽이 좋을까?
02
파일로만 가지고 있고 아직 안전하게 백업하지 않은 과거 원고가 있다. 그것을 모두 시간이 날 때마다 백업하고 있는데 의외로 양이 많다. 지금이야 구글드라이브에 모든 걸 정리하고 있어서 깔끔한 편이지만 과거엔 대충 정리했다. 내가 글을 많이 쓸 거란 상상 자체가 없었기에 그냥 폴더 하나에 담았다. 가끔 한 편의 원고에 파일이 여러 가지면 폴더를 만드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이런 저런 글이 쌓이고 더이상 하드드라이브에 원고 파일을 저장하지 않는다. 글 자체를 구글드라이브에서 작성할 뿐만 아니라 모든 자료는 이메일이나 드라이브에 저장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비슷한 경험을 했을 텐데, USB에 저장했다가 파일을 모두 날린 적 있다. 그 당시 다행이라면 70% 수준의 파일은 온라인 게시판에 저장했었다. 그래서 70% 수준의 파일만 남았다. 아울러 학위논문을 쓰기 위해 몇 년 동안 모은 파일을 저장한 외장하드를 ATM에 두고 나왔다며 간절히 찾는 게시글 이야기를 한 번은 들은 적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더 이상 파일 형태를 믿지 않는다. 온라인도 완벽하진 않겠지만 USB나 온라인이나 비슷하게 위험하다면 그냥 온라인을 믿기로 했다. 암튼 이런 이유에도 아직 온라인에 백업하지 않은 원고가 꽤나 있어서 이걸 백업하고 있는데 이게 은근히 번거롭다. 과거에 정리하던 방식과 지금 정리하는 방식이 다르니 일일이 맞추는 것 자체가 일이다. 그나저나 한창 바쁠 때 이런 걸 정리하더라는 그런 뻔한 결말을.. ㅠㅠㅠ

촉박한 일정이 주는 긴장

이번 달 20일 즈음 마감하기로 한 원고 일정이 바뀌었다. 부득이한 상황으로, 그 원고를 이번 주 목요일에 마감하기로 했다. 내게 의사를 묻는 메일에 잠시 고민은 했다. 길지 않은 글이라도 5~7일 정도 여유를 두고 글을 쓰는 편이라 내일부터 쓴다고 해도 빠듯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마감 원고가 하나가 아니다. 금요일 학과 콜로키움에 발표할 원고는 수요일 마감이다. 다음주 수요일까지 두 편의 원고(그 중 하나는 분량이 꽤나 많다)를 마감해야 한다. 기존 원고 일정 만으로도 뭔가를 추가할 상황이 아니다. 그럼에도 원고 일정을 조정할 수 있겠느냐는 정중한 메일에 그러겠다고 답했다. 답장은 약간 길게 적었지만 속으론 ‘그냥 쓰지,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일정이 촉박하니 갑자기 긴장감이 살아나고 몸이 살아난다. 이런 긴장감이 좋다. 마감이 분명하게 있어서 촉박한 느낌이 들 때의 긴장감은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 중 하나다. 아울러 이런 긴장감은 그동안 여유롭던 내 몸을 깨운다. 마감이 있어야 글을 쓰는 건 아니다. 마감이 있어야 아이디어가 마구마구 떠오르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마감이 있고 일정이 촉박하면 또 그 상황에 맞게 몸이 움직인다. 이렇게 움직이는 몸이 좋다. 이 긴장감이 어떤 생기를 줘서 좋다.
이제 마감을 향해 열심히 달리자. 신난다. 방학하고 한동안 느슨하게 움직였는데 다시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