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어제 밤엔 상한 음식에 피는 하얀 곰팡이처럼 곱상하고 예쁜 눈이 내렸다. 소복하게 길에 쌓였고 그 길을 걸으니 즐거웠다. 눈이 내리는 밤, 통유리로 된 카페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바라본다면 더 예쁘겠다는 생각을 했다.
긴장하며 어떤 일을 집중해서 하다가 갑자기 긴장이 풀리면 기절하거나 쓰러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번 주 내내 긴장과 피곤의 연속이었다. 어머니 수술과 알바를 새로 시작하는 일로 잠시도 긴장을 놓지 못 했다. 피곤했음에도 느긋하게 푹 잘 수도 없었다. 어제 하루는 좀 여유있는 일정이었고 그래서 금요일 밤에 일찍 자서 토요일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그럼에도 어지러웠고 눈 앞이 어둑하니 사물이 잘 안 보였다. 이대로 쓰러지는 것일까 싶은 수준. 그래서 낮에 눈을 붙였고 몇 시간을 더 잤다. 그러고 나서야 몸이 좀 괜찮았다. 피로와 긴장이 몸에 가득 쌓여있었구나…
여기서 덧붙일 내용은 긴장감 자체는 좋지만 이번 긴장감은 복잡한 심경의 긴장감이었다.
어머니는 더디지만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어제 통화를 했는데, 물론 아직 얘기를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라서 다른 사람이 통화를 도왔다. 그런 와중에 내게 한 말, 빨리 결혼해라. 아, 온갖 복잡한 기분이 드는 말이었다. 회복이 진행될 수록 결혼하라는 말을 더 자주하겠지. 아, 싫다.

이런저런 잡담

어머니의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저를 처음 보고는 잠시 당황하다가 말했습니다. 미안하지만 여자인 줄 알았다고. 상황이 상황인지라 마냥 좋아할 순 없었지만 속으론 히죽히죽 웃었습니다. 선생님, 눈썰미 짱이에요! 그나저나 머리카락 길이는 정말 짧았는데 어떤 점을 포착한 걸까요.
형제자매도 좋고 자식도 좋고 친척도 좋지만 친구란 관계는 다른 어떤 관계보다 각별하다는 느낌입니다. 친구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까요. 가족이 울 수 없는 상황에서 울 수 있고, 다른 누가 타박하고 구박할 수 없는 상황일 때 친구는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요. 네, 친구란 정말 소중해요. 그리고 이런 친구를 갖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이런 친구가 있다는 점에서 어머니의 삶은 성공적인지도 몰라요. 훌륭한 삶을 살아오셨고요.
병실에서 하루를 지내며 일일 드라마를 몇 편 봤습니다. 저녁 8시부터 여러 편을 본 것 같은데.. 뭔가 비슷비슷한 느낌이라 몇 편을 봤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암튼 일일 드라마를 보며 깨닫기를 정말 다들 연애를 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제가 본 드라마의 모든 인물이 연애를 하고 있거나 작업 중이더라고요. 연애가 아니면 이야기를 못 끌어가는 걸까요? 이성연애가 아니면 할 얘기, 공중파의 얘기가 없는 걸까요? 정말 궁금했어요. 뻔한 연애 얘기를 왜 그렇게 반복해서 보는 건지..

잡담..

보통 알러지가 하루나 이틀이면 차도가 있는데 이번엔 계속 반복되네요. 심한 건 아닌데 신경이 많이 쓰일 정도로 간지럽고 목 주변이 붉어지네요.. 흠… 원인을 알 수 있으니 뭘 확인하기도 어렵고.. 끄응…
오늘 아침 반찬은 100% 쌀 + 92% 쌀 + 90% 쌀 + 양파 + 고추장입니다. 후후후.
그러니까 나중에 사진을 올리겠지만 떡볶이떡과 쌀국수용 면으로 만든 떡볶이를 주요 반찬 삼아 아침을 먹을 거니까요. 쌀이 넘치는 아침! 탄수화물 폭박! 흐흐흐.
E와 얘기하다가 실수로 스파게티와 채식용 칼국수라면을 섞어서 짜빠구리를 만들겠다고… 흐흐 ;;;
그런데 파스타면+칼국수면+춘장+라면스프를 섞어서 짜빠구리를 만들면 무슨 맛일까요? 의외로 괜찮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만.. 어쩐지 괴식. ;;;
기자라는 직업은 참 고달프네요.. 상대에게 빈정 상하고 기분이 나빠도 계속 연락을 해야 하니까요..
자, 이제 기말페이퍼를 향해,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