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오덕의 뮤즈Muse [The Resistance](Limited Deluxe Box Set) 구매기: 오덕과 집착의 나날, 두 번째

어차피 지르기로 했지만, 갈등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가격이 무시무시했거든요. 그래서 현금인출기에서 금액을 출금할 때도 망설였어요. 그냥 무시할까, 못 본 것으로 할까, 사지 않아도 괜찮아 …. 이런 갈등을 하면서도 출금은 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바로 어제 국내에 뮤즈Muse [The Resistance](Limited Deluxe Box Set)이 입고된다는 날, 단골 음반가게를 찾았습니다. 암튼 입고가 된다니 일단 실물이라도 구경하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점원에게 조용히 물었습니다.
“혹시 뮤스 리미티드 에디션 있어요?”
첨엔 CD+DVD을 주더군요. 착각했나 봅니다. 그래서 다시 말했죠. 리미티드 에디션이라고. 그러자 점원이 말하길, 도매상에 3장 이상을 주문했는데 3장만 들어왔고, 예약손님에게 배당되었다고 하더군요. 아악! 그래서 물었습니다.
“혹시 내일 다시 입고될까요?”
“글쎄요. 국내에 많이 안 들어 온 거 같아요. 다른 온라인 매장에서라도 구할 수 있으면 얼른 예약하세요.”
전 앨범은 온라인 주문을 하지 않는 습관이 있습니다. 케이스가 깨지면 속상하거든요. 그래서 무조건 매장에서 구매하는 걸 원칙으로 하죠.
“그래도 혹시 들어 올까요?”
“글쎄요. 혹시나 모르니 내일 이 시간 즈음 전화주세요. 암튼 다른 곳에서라도 구할 수 있으면 다른 곳에서 구하세요.”
전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섰습니다. 어쩌겠어요. 그러며 포기하는 쪽으로 몸이 기울었습니다. 어쩌겠어요. 구하기도 힘들다 하고, 금액도 상당했으니까요. 그러니 이건 구매하지 말라는 하늘의 계시가 아니겠어요. 그렇게 어제는 지나갔습니다.

오늘 오전. 다시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며 포기로 기울었습니다. 그저 오후에 전화만 한 번 걸어보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냥 포기하긴 아쉬우니 마지막 시도는 하자는 거죠. 어쨌든 최선은 다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죠. 그렇게 다짐하고, 사실상 포기하는 심정으로 오후에 전화를 했습니다. 점원이 받았습니다.
“혹시 뮤즈 리미티드 에디션 매장에서 구할 수 있을까요?”
“아, 박스요?”
“예.”
“한 장 남아있는데, 일단 온라인으로 예약해서 구매하고 매장에서 수령하세요.”
“아니, 매장에서 구매할 순 없을까요? 이름이랑 연락처를 남겨 놓을 게요.”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하세요. 근데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더 쌀 건데요. 마일리지도 쌓이고.”
“오프라인 회원이라서요.”
“아, 그럼 5% 적립이 되겠네요.”
“아니, 전 10% 적립 .”
(네, 전 단골 음반가게의 골드회원. -_-V)
“네, 그럼 나중에 찾으러 오세요.”
“고맙습니다. 그럼 꼭 *시에 찾으러 갈게요.”
으하하. 네, 전 무언가를 판단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전화를 걸기 전까지의 다짐따위 떠오르지도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해, 지금 이 글을 쓰기 전까지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 그때부터 제 몸은 이미 음반매장에 가 있었습니다. 다른 무얼 해도 하는 게 아니에요. 제 몸은 이미 실물을 구경도 못 한 앨범에 가 있었습니다. 두근두근. 어떤 모습일지 설렜죠. 그래도 밥은 먹었습니다. 정말 음식이 어디로 넘어가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였지만, 왠지 밥을 먹고 진정을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전화로 예약한 게 그 사이 팔릴 거란 예상은 안 했습니다. 그 동안의 신뢰가 있거든요. 아울러 홈페이지를 통해 재고상태가 품절로 바뀐 것도 확인했고요. 음하하. 아마 더 이상 예약을 받지 않는다는 뜻일까요? 이제 국내엔 더 이상 제고가 없다는 뜻일까요? 음하하.

엄청난 설렘으로 매장에 갔습니다. 음반은 사무실에 보관되어 있어 잠시 기다렸습니다. 기다림의 시간은 설렘의 시간이니 충분히 만낄할 만했습니다. 그럼요. 설렘으로 충만한 기다림 만큼 좋은 건 없으니까요. 30분이라도 기다리라면 기다리죠. 후훗. 그렇게 저는 오덕과 집착으로 가득한 제 삶에 또 하나의 사건을 기록했습니다. 뮤즈와 관련한 또 다른 오덕과 집착의 역사라면, 아무래도 [Hullabaloo] DVD를 구매한 일이죠. 당시 뮤즈를 좋아하는 이들이 상당히 적었던 시절, 포스터도 찍지 않던 시절, 어렵게 구한 DVD죠. 근데 지금은 재수입해서 팔고 있더라고요. 솔직히 말하면 또 사고 싶었어요. ;;;

돌아오는 길, 너무 기쁜 나머지 온 신경은 커다란 박스에 쏠렸습니다. 애지중지하며 걸었죠. 다른 때와는 달리 오늘은 절대로 어떤 사고도 발생하면 안 된다고 중얼거리면서요. 흐흐. 그러며 또 다른 말을 중얼거렸습니다. 제가 비틀즈 오덕이 아닌 게 어디냐고요. 그랬다면 지난 9월 9일은 재앙이었겠죠. 아직은 비틀즈에 큰 관심이 없어 다행이라고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아울러 제가 열렬히 좋아하는, 오덕과 집착의 대상인 음악 중에 뮤즈 외엔 이런 기획을 할 인물이 없다는 것도 다행이죠. 니나 나스타샤(Nina Nastasia)와 캣 파워(Cat Power)가 이런 버전을 기획할 이들은 아니니까요. (사실, 캣 파워 정도면 이런 기획을 할 만 한데, 하지 않길 바라는 거죠. 흐.) 라디오헤드는 그냥 좋아하는 정도고요. 그래서 다행이에요. 이런 일은 뮤즈 하나로 끝이니까요. 근데 여전히 핑크 플로이드 박스 세트는 끌려요. 큰일이에요. 통장 잔고는 이제 딱 생활비만 남았거든요. 근데 돈이 들어올 곳은 없어요. 근데 핑크 플로이드 박스 세트는 끌려요. 으헉. ㅠ_ㅠ

암튼 지금 제 앞엔  뮤즈Muse [The Resistance](Limited Deluxe Box Set)가 놓여 있습니다. CD와 DVD와 LP 두 장과 USB가 들어 있다고 하네요. 아직은 개봉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현재 玄牝이 깨끗한 상태가 아니라서요. 나중에 이사하면 그때 조심스레 개봉해야죠. 솔직히 말해 제 통장에 잔고가 넉넉했다면 두 세트 질렀을 겁니다. 영구보관용 하나, 개봉용 하나. ㅡ_ㅡ 미쳤다고 생각하시겠죠? 예, 맞아요. 하지만 아시잖아요. 제 삶은 오덕과 집착의 역사인 걸요. 아하하. ;;; 암튼 이번 앨범 발매를 기념해서 또 한국에 오길 바라고 있어요. 그럼 전 또 갈 거예요. 이건 하나의 행사니까요. 사실 해마다 왔으면 좋겠어요. 일종의 연례 행사가 되어, 다음 해를 기다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그럼 무척 기쁠 텐데요. 하지만 지금은 새로 나온 앨범을 듣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팬심이란, 오덕이란 이런 거죠. 그냥 그 자체로 기뻐하는 거죠. 함께 나이들어 가고, 함께 변해가는 거죠. 그냥 이런 게 좋은 거죠. 🙂

뮤즈(Muse) 신보: 오덕과 집착의 나날

14일에 뮤즈(Muse)의 신보 [The Resistance]가 발매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단골 매장에서 15일에 입고한다는 공지가 떴네요. 다시 15일엔 CD만, 16일엔 CD+DVD 버전이 입고된다는 공지가 떴어요. 16일에 바쁜 시간을 쪼개 음반매장으로 가는 길에 중얼거렸죠. 이거 완전히 오덕과 집착의 역사구나, 라고. 그러며 혼자 깔깔 웃었어요. 정말이지 제 삶을 너무도 잘 표현하잖아요. 오덕과 집착! 흐흐.

16일 매장에 가서 망설임 없이 두 종류의 앨범을 모두 구매했어요. 오덕과 집착이잖아요. 돈이 없어도 지를 땐 질러야죠. 사실 각각 두 장씩 지르고 싶었던 걸요.

앨범이 발매되기 전 미리 공개한 싱글의 음원을 듣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그냥 앨범으로 듣고 싶었으니까요. 그래서 어떤 음악이 나올지 궁금했어요. 이번엔 어떤 식으로 변할지 궁금했어요.

뮤즈의 세 번째 앨범 [Absolution]이 2003년에 나왔을 때, 전 그 앨범의 마지막 곡 “Rule by Secrecy”이 이후 음악의 방향이겠다고 예상했습니다. 이전부터 뮤즈는 이런 성향의 음악에 애정을 보인다는 느낌이었거든요. 이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는 듯했죠. 사실 재밌었던 건, 매튜는 프로그레시브 락을 기계적이라 매우 싫어한다고 말했지만, 그들의 음악은 계속해서 프로그레시브 락이란 평가를 들었다는 점이죠. 그러며 자신은 리스트와 같은 클래식을 좋아한다고 했죠. 한국에서 진행한 두 번의 라이브에서, 피아노 솔로를 여러 번 연주했고, 기타로 연주할 곡을 피아노로 연주할 정도로 피아노 연주에 애정을 보이기도 했으니, 이들의 음악이 나아갈 방향은 대충 짐작할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이번 앨범을 들으며 당황했습니다. 뮤즈가 프로그레시브를 좋아하건 싫어하건, 클래식을 좋아하건 제가 예측한 방향은, 혹은 바랐던 방향은 킹 크림슨이나 핑크 플로이드 류 거든요. ;;; 근데 퀸이야. ;ㅅ; 전 퀸에 애정을 안 느끼거든요. 아직은 퀸의 음악에서 재미를 못 느낀달까요. 하하. 근데 이번 뮤즈 앨범은 퀸의 색깔을 배제할 수 없네요.

이런 아쉬움과는 별도로 이번 앨범에도 상당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뮤즈 앨범을 평가하는 건 거의 불가능해요. 오덕과 집착이니까요. 마지막 세 곡 “Exogenesis”는 이 앨범의 백미예요. 앞으로 이곡과 같은 음악을 만든다면, 완전 사랑할 거예요. ♡_♡

그나저나 전 조만간에 초도한정 limited 판을 구매할 예정입니다. 살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모 님께 팬심을 상담하니 당연히 질러야 한다고 조언해주셨지요. 그 조언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누군가가 지르라고 말해주길 바랐거든요. 으하하. 그래서 지르기로 했습니다. 그나저나 생활비 ;ㅅ;

+
이번에 지르면서, 생애 처음으로 앞으로 들어올 예정인 수입을 담보로 살기로 했습니다. 카드가 있다는 건 아니고요. 지금까지는 내일 입금이 확실한 수입이 있어도 입금되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니, 현재의 수입으로 살았는데, 이번에 지르기로 작정하며 미래의 수입을 계산했습니다. 아아, 이런 게 오덕의 아름다움 아닐까요? ;ㅁ;

[영화] 기담

[기담] 2007.08.06.월, 15:55, 아트레온 7관 9층 J-5

일전에 읽은 [검은 집]은, 어쩌면 마지막 부분만 없었어도 그럭저럭 괜찮은 영화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욕으로 느껴지는 사족을 덧붙임으로서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겼다. ([검은 집]을 언급한 이유는 따로 있다.)

오전 회의를 하고 나온 길에, [기담]을 읽었다.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도 꽤나 괜찮은 영화를 찍었구나 하는 감탄. 우울증적 사랑을 이렇게 근사한 이미지로 만든 역량에 일단 박수를! 장르 상 이 영화는 “공포”란 형식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비록 영화 내용 중에 공포가 나오긴 하지만, 공포가 초점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지독한 집착, 그리고 사랑이라는 우울증적 통합을 공포라는 도구 혹은 형식을 사용해서 그리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감독이 공포를 의도했다면 꽤나 미안한 말이지만, 공포보다는 서사를 전개하는 방식, 이미지를 그려가고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 등이 더 매혹적이고, 그러다보니 공포 외적인 부분들이 더 인상적이다. (굳이 장르를 나눌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그렇게 의미 있는 말은 아니네;;)
(이 영화의 경우, 줄거리 설명보다, 이미지 한 컷이 더 효과적이어서 스틸컷을 찾아봤는데, 괜찮은 게 없네… 아쉽…)

#이제부턴 스포일러 있음.

이 영화는 총 세 개의 에피소드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며 진행하는데, 루인으로선, 인영(김보경 분)과 동원(김태우 분)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죽은 동원을 자신(인영)과 동일시하다, 동일시한 동원은 살아있고 자신(인영)이 죽은 것으로 믿는 과정. 그리하여 죽은 사람은 동원이 아니라 자기 자신인 인영이고, 동원으로 살아가며 죽은 인영이 유령으로 나타났음을 깨달았을 땐, 죽을 때까지 헤어지지 말자고 약속한다(둘은 완벽하게 합치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끝까지 인영은 죽은 유령이며, 살아있는 자기(이땐 동원)의 속에 들어와 내(이땐 동원)가 환각을 일으키도록 하는 존재라고 믿는 인영의 모습을 보며, 아팠다. 아니 슬펐다. 아니, 그냥 울지도 못하고 체한 감정이었다.

공포의 코드들이 다소 진부할 수는 있다 해도, 영화의 과정에서 무섭기도 하거니와, 그 공포가 끔찍하거나 죄악으로서의 처벌의 의미가 아니라, 슬픔이란 점에서 나쁘지 않았다.

상대방을 완벽하게 자신으로 믿으며 진짜로 죽은 사람은 자신이라고 믿고 행동하는 장면들 때문에, 한 번 더 읽고 싶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