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실라, 퀴어한 여행

어제 뮤지컬 <프리실라>를 봤다. 오오, 다 보고 나면 머리가 아프다. 두통이 인다. 돈이 아까워서? 시간이 아까워서? 아니. 공연 내내 흥분된 상태, 즐거운 상태로 있다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일상의 감정으로 전환하려니 그게 쉽지 않아서. <프리실라>를 보러 가기 전까지만 해도 몸 상태가 별로였다. 나른하고 두통도 좀 있고 어지럽고. <프리실라>를 보는 동안엔 이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그냥 즐거웠다.
줄거리는 검색하면 나오니까 생략하고, 작품을 내 방식으로 요약하면 ‘여행은 관계를 퀴어하게 바꾸는 시간’이면 되려나. 드랙퀸이라 아들을 만나지 못 하는 인물이 다른 드랙퀸 친구들과 아들이 사는 곳으로 공연을 하러 가는 과정을 다루는데 그 시간은 관계를 퀴어하게 바꾸는 시간이다. 특히 작품 말미, ‘부자 관계’의 ‘회복’ 혹은 ‘구성’은 이성애규범적 ‘부자관계’가 아니라 매우 퀴어하고 기이한 형태다. 아들 입장에서 아버지는 짱 멋진 드랙퀸이고 할머니는 음경 제거 수술을 한 드랙퀸/트랜스젠더고 ‘약간 정신이 나간’ 것 같은 고모도 드랙퀸이고. 가족 구조에서 이것을 안정화시키는 작업으로 독해될 수도 있지만 나는 가족 관계를 퀴어하게 비트는 것으로 읽었다.
아니아니, 이것저것 다 떠나서 재밌고 유쾌하다. 퀴어하게 재밌고 퀴어하게 유쾌하다. 이런 작품에 그렇게 사람이 많은 게 신기할 따름이지만 볼거리가 워낙 화려하고 멋져서 그것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는 한 번 더 볼 예정이다.

올 한 해 기대하는 연극과 뮤지컬

출처 및 자세한 설명: http://feedly.com/k/1cFOyRR
2014년 공연 전체를 확인한 건 아니지만 구글 알림 서비스로 접한 트랜스젠더 관련 공연 소식입니다.
3월에 M. 버터플라이를 공연한다고 합니다. 2012년에 한 번 상연했는데 이번에 또 하네요. 배우랑 연출 등이 같을지 다를지는 나중에 다시 확인할 사안이지만.. 반갑네요. 만약 연출 등이 다르다면 보러가야겠어요.
6월엔 거미여인의 키스를 공연한다고 합니다. 책과 영화로만 봤는데 연극은 어떨까요. 은근히 기대가 크네요.
7월엔 프리실라가 합니다. 이건 뮤지컬. 프리실라는 1990년대 트랜스젠더 작품으로만 알고 있었고 그래서 내용을 알 길이 없었지요. 그런데 이렇게 뮤지컬로 상연한다니요! 정말 기대가 커요. 물론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요.
11월엔 킹키 부츠가 합니다. 이것도 뮤지컬. 내용은 잘 모르지만 영화가 있고 내용이 퀴어트랜스 이슈와 관련 있다고만 알고 있어요. 그래도 기대는 되네요. 후후후.
관심 있는 분들 참고하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