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 광주비엔날레, 트랜스젠더 연구자 등장?, 시사인-무지

어제 말했던 글 대신…

몇 년 전 유럽 어느 나라의 작가와 인터뷰를 했고 그걸 동영상으로 찍은 적 있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퀴어 활동가와 인터뷰를 하고 그것을 영상으로 촬영했다. 그것이 검색하면 찾을 수 있는 사이트에 게시되었지만 뭐, 그러려니 했다. 사실 거의 잊고 지냈다.
그리고 얼마 전, 해당 작가가 이메일로 이번에 광주비엔날레에 해당 작품으로 초청받았다면서, 동영상을 전시해도 괜찮냐는 질문을 보내왔다. 잠시 고민하고선 그러라고 답장을 보냈는데..
흠.. 지금 문득 떠올리니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싶다. 광주비엔날레가 예전처럼 그렇게 큰 화제를 모으는 느낌이 아니라 상관없다고 했지만.. 흠.. 모르겠다.
혹시나 광주비엔날레에서 저를 만나시거든.. 못 생긴 얼굴에 눈 버렸다고 불평만 하지 마시고.. 인증 사진 좀.. 굽신굽신.. 흐흐흐.
내가 다니는 학교에.. 트랜스젠더 이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등장했다.
다니는 학교 도서관에 트랜스젠더 관련 도서가 별로 없어서 꾸준히 주문하고 있고, 그 중 아직 내가 소장하지 않은 책은 대출해서 장기;; 보관하고 있는데.. 지난 달부터인가 트랜스젠더 이슈와 관련한 여러 책을 예약했다는 메일이 왔다. 그 중엔 그냥 대중적으로 유명해서 그러려니 하는 책도 있지만… 어지간하면 찾지 않는 책을 예약한 메일에, 뭔가 촉이 왔다.
그리고 어제 책 몇 권을 반납 후 재대출하려고 했는데.. 어랏.. 역시나 많이 찾지 않을 법한 책을 동일 인물이 예약했다고 나왔다.
누구지? 누굴까? 트랜스/젠더/퀴어 이슈로 본격 공부하려는 걸까, 아니면 특정 프로젝트에 따른 한시적 관심일까? 이미 아는 사람인 걸까, 모르는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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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몰라.. 거.. Transgender Identity 예약해서 대출하신 분, 여기도 오시려나요?
11월이면 일주기라 뭔가를 해야 하나, 어쩌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시사인의 기자가 한무지와 관련한 글을 썼다. “그/그녀”라고 써야 했는지 묻고 싶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기억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묘한 느낌이다. 사실.. 아직도 이곳 리퍼러로그, 유입키워드는 무지가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 온라인판으론 안 나왔으니 사진으로 찍어 첨부한다.

한무지를 찾는 분들께

작년 11월 이후 블로그 유입 검색어 1위는 ‘한무지’다. 리퍼러로그를 확인할 때마다 무지의 죽음을 낯선 사건처럼, 거의 매일 직면한다고 쓴다면 과도한 표현일까? 한무지의 죽음과 관련한 글을 몇 편 올린 이후, 무지의 죽음과 관련한 얘기를 묻거나 장지를 문의하는 이메일을 종종 받는다. 그 메일이 부담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그저 내게 주어진 역할, 혹은 내가 고인을 애도할 수 있는 그나마의 일이라 여기면서 매번 답장은 보내고 있다. 안타까운 일은, 장지가 정확하게 어딘지 나도 모른다는 점이다. 버스를 타고 갔기에 경기도 이천이란 점 외에 정확한 주소를 모른다. 무지의 원가족과 연락을 주고 받는 관계가 아니기에 알아낼 방법도 없다. 아마 뒤늦게 무지의 소식을 듣고 문의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그리고 장지를 문의하는 메일을 보내기에 앞서 이 글을 먼저 읽는다면, 한 번은 다시 고민해주길 청한다. 애도의 뜻을 전하고 싶다면, 아직은 버틸 만하지만 장지를 묻는 메일엔 무어라 답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장지의 정확한 위치를 모르기에 뭐라 드릴 얘기가 없다는 점을 알아 줬으면 한다.

애도, 애도를 애도함

어떤 의미에서 블로그를 잠시 비웠습니다. 한동안 제 블로그가 아닌 느낌이었지요. 하지만 언제까지 방치할 순 없으니까요. 다시 새로운 글을 채워야지요.
ㄱ.
지난 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어머니는 영정사진을 향해, “밉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그때 그 말의 의미를 짐작했지만 제 입에서 그 말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한무지의 추모 자리를 마련했을 때 혼자 가장 많이 중얼거린 말은 “밉다”였습니다.
남은 것은 고인을 어떻게 회고하느냐겠지요. 이 세상에 살았음을 어떻게 기록하느냐가 중요하겠지요.
ㄴ.
슬슬 기말페이퍼 기간이 다가옵니다. 쓰고 싶은 주제가 있기에 설레기도 하고, 빠듯한 일정이겠구나 싶어 살짝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기쁨이 가장 크네요. 아마 이번 기말페이퍼는, 슬프고 또 조금은 고통스러운 기쁨이지 않을까 하고요. 기말페이퍼 주제 중 하나가 애도와 트랜스젠더/퀴어기 때문입니다.
ㄷ.
처음으로 캣베드를 주문했습니다. 다음주부터 사용할 예정인데 바람이 어떻게 반응할까요… 괜한 소비가 아닐까 걱정도 되지만, 제가 사는 여건이 좀 바뀌면서 캣베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ㄹ.
동료의 죽음을 접하면서, 그리고 죽음 의례를 또 한 번 겪으며 제 죽음을 상상했습니다. 역시나 가장 걱정하는 건 제가 소장하고 있는 기록물이더라고요. 바람은 누군가가 데려다 함께 잘 살겠거니 합니다. 지금은 저와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고 적응하다보면 또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삶이니까요. 제가 없으면 바람도 살 수 없다고 상상한다면, 이것은 말도 안 되거니와 제 착각일 뿐입니다. 제가 잘못 산 거기도 하고요. 바람에게 큰 죄를 짓는 거죠. 그래서 걱정은 제가 소장한 기록물입니다. 헌책방 혹은 폐지 모은 곳이 아니라 퀴어아카이브로 넘어갔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될는지…
ㅁ.
고인의 죽음 의례를 주관할 권리는 왜 원가족 혹은 혈연가족이 독점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