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때리는 시간

뭐랄까, 어쩌면 올해는 그냥 휴학을 하고 좀 많이 쉬는 방향으로 일정을 잡았다면 더 좋았겠다는 고민을 한다. 등록금이 해마다 오르기에 휴학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고민을 종종 한다. 버티는 삶은 정말 숨이 막히고 즐거운 일도 즐겁지 않게 만든다. 그래서 슬프다. 하반기엔 한숨 돌릴 수 있을까? 아니, 그러긴 힘들 것이다. 그래도 좀 숨을 돌리면서 한동안 여유롭게 지내고 싶다. 결국 내년 상반기에 한숨 돌릴 수 있을까?
그냥 멍때리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은 되어야 좋은 삶이라고 믿는다. 요즘은 멍때리는 시간도 생산성과 연결되어야만 가치를 인정받는데 그런 것 말고, 그냥 정말 멍하니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빈둥거리는 시간 말이다. 그런 시간이 하루에 한 시간은 되어야 살만한 삶이지 않을까? 그런 시간이 없다면 정말 지금 살고 있는 삶을 다시 설계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냥 좀 갑갑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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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화요일(2014.04.29.)에 “라벤더 위협과  바이섹슈얼 선택”으로 콜로키움이 있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 후후후.
그나저나 여이연 홈페이지는 리눅스+크롬웹브라우저에선 오류가 나면서 열리지가 않네요. 왤까요.

휴식 혹은 좀 쉬는 방향으로

어머니 수술 결과가 나오고 몇몇과 연락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한 선생님이 내게 당분간 글쓰는 일은 중단하거나 미루라는 조언을 줬다. 단지 그 조언 때문은 아니다. 어머니 수술 때문도 아니다. 작년 말부터 계속해서 해왔던 고민이다. 2014년 한 해는 출판원고를 줄여야겠다고.

올 한 해는 쓰는 즐거움보다 읽는 즐거움에 좀 더 집중하고 싶다. 그저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음미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 글을 쓰기 위해서 논문이나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냥 읽는 일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싶다. 글을 쓰는 게 힘들다는 뜻이 아니라 읽는 일에 더 집중하고 싶다는 뜻이다.
그래서 올 한 해는, 작년에 이야기를 해서 올 해로 이어지는 원고를 제외하면 추가로 더 출판원고를 가급적 쓰지 않기로 했다. ‘가급적’이란 예외 조건을 둔 건 속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몇 가지 가능성엔 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원고료가 적절해서 생계에 보탬이 되는 원고는 쓸 가능성이 높겠지. 후후. 그렇지 않으면 올 한 해는 쓰지 않으려고. 물론 내가 출판원고를 쓰고 싶으면 쓸 수 있는 깜냥은 아니다. 누구라도 청탁만 해주신다면 냉큼 받을 준비는 되어 있다. 그저 올 한 해는 글을 줄이고 싶을 뿐이다.
그렇다고 글 자체를 쓰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글은 계속 쓸 것이고 늘 쓸 것이다. 출판원고를 줄이겠다는 것 뿐. 그리고 작년에 얘기한 원고도 이미 가득이라.. ㅠㅠㅠ
덧붙이자면 설연휴 동안 어머니가 입원하고 수술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저 좀 쉬고 싶기도 했다. 부담을 좀 덜어놓고 싶기도 하다. 글쓰기가 부담이란 뜻이 아니라, 그저 어떤 일정의 부담을 덜고 싶다. 한 숨 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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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차이기 전에 내가 찬다’는 태도입니다. 원고 청탁하는 사람도 없는데 청탁 받지 않겠다고 미리 떠드는 웃긴 상황. 우후후. ㅠㅠㅠ 크크크 ㅠㅠㅠ

잡담: 진학, 휴식기, 유근피

01
요즘 진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으응? 진로라기보다는 진학이네요. 간단하게 말해서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공부라는 것이, 반드시 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것이 공부지요. 요즘 학생이란 신분으로 공부하고 싶은 바람을 품고 있습니다. 학생이란 신분으로 할 수 있는 공부와 학생 아닌 신분으로 공부하는 것이 좀 다르니까요. 학생 아닌 신분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좋지요. 하지만 저처럼 의지력이 약하고 누군가 강제하지 않으면 당최 무언가를 하지 않는 인간에게, 학교와 학생이란 제도는 유용합니다. 더욱이 좀 더 체계적으로, 혹은 좀 더 규범적 형식으로 공부하고 싶은 바람이 있달까요. 제가 얼마나 무지/무식하고 제멋대로인지를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기도 하고요.
학교와 학과는 대충 정한 상태입니다. 지도교수에게 말했고, 제게 도움이 될 거란 답을 줬고요. 문제는 하나 뿐이에요. 등록금… 덜덜덜. 근데 빚을 내서라도 진학을 할 계획입니다. ㅠㅠㅠ
02
휴식기입니다.
특별히 저에게 휴식 혹은 휴가를 줄 이유는 없습니다. 뭔가 열심히 한 것이 있어야 휴가를 주죠. 그럼에도 휴가를 준 이유는,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을 속편하게 읽기 위해서입니다. 세 권 합해, 1,600 쪽에 달하는 분량의 소설을 휴가라는 기분 전환 없인 읽을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다 읽을 때까지 휴식기. 흐.
미미 여사의 책은 정말 재밌어요. ㅠㅠ [낙원]까지 읽는 시간을 휴식기로 바꾸고 싶지만, 할 일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엉엉.
03
혹시 유근피를 달여 드시는 분 있나요?
오늘 우연히 유근피가 비염에 무척 좋다는 글을 읽고 검색하니, 거의 종교더라고요. 평소 비염으로 고생하는 저로선 단박에 혹했습니다. 검색하는 동안, 당장이라도 시장에 가서 유근피를 살 기세였달까요. 크크. 하지만 직접 달여야 한다는 것이 난관! 유근피를 한약 달이는 곳에 가서 대신 달여달라고 하면 욕 먹을까요? 아, 아니, 그 전에 너무 비쌀까요? 귀차니즘이냐 자금의 압박이냐 그것이 문제로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