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도 이 영화와 관련한 글을 적었지만, 그때도 지금도, 이 영화에 대한 느낌은 “참 착한 영화구나”이다. 정말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트랜스젠더 영화. 종종 퀴어영화로 부르는 사람이 있지만 이 영화가 퀴어영화인지는 잘 모르겠다. 트랜스젠더 혹은 퀴어가 나오면 퀴어영화인가?
어제 밤에야 비로소 이 영화를 마냥 즐길 수만은 없었던 한 지점을 깨달았다. 그건, 영화 제목이 나오는 바로 그 장면에서였다.
이 영화의 제목은 영화 시작 즈음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끝날 즈음에 나온다. 주인공 동구가 천하장사가 되고 난 후, 그래서 장학금 500만원을 모은 후 영화 제목이 나오고 수술한 동구가 노래하는 장면이 나온다. 왜 이 장면이 걸렸을까.
지금의 몸이 아닌 다른 몸이 되길 바라는 욕망이 있는 트랜스젠더들에게 (모든 트랜스젠더가 그렇진 않지만) 자고 일어나면 몸이 완벽하게 변해있는 환상이 있다. 모든 트랜스젠더라고 말하지 않고 루인으로만 한정하면, 잠이 들 때마다 잠에서 깨면 몸이 변해있길 바라는 욕망을 품는다. 물론 매일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욕망은 언제나 몸을 타고 돈다. 정말로 영화나 소설 혹은 동화에나 나올 법한 환상적인 이야기. 어린애들이나 믿을 법한 이런 이야기 혹은 환상.
이 영화는 바로 이 지점을 포착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몸이 변해있는 것처럼 영화 제목을 기점으로 동구는 변해있다. 호르몬 투여 과정, 수술 과정은 모두 빠져있고 그 시간 동안 겪는 고통이나 갈등, 경합들 모두 빠져있다. 하나의 장면을 기점으로 겪는 몸의 변화.
바로 이 지점이 영화를 편하게 볼 수 있게 하는 지점이면서 혹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점이다. 정말 이걸 바라기 때문에. 어느 날 자고 일어나면 변해있는 자신을 만나는 일. 그 과정을 갈등하고 고민하는 많은 이들에게 이런 변화에 혹하지 않긴 힘들다. 그런 만큼 화도 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