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글: “괴물: 소통, 가족, “엄마””
아직도 궁금한데, 이 영화에서 괴물은 누굴까?
포름알데히드로 인해 유전자변이를 일으킨 물고기? 하지만 유전자변이라면 인간이 더 심하지 않아? 매 세대가 유전자합성과 변이를 통해 태어나잖아. 무수한 박테리아들과 균들로 인해 끊임없이 유전자 변이를 경험하는데 딱히 물고기가 괴물일 것 같지는 않아.
그렇다면 먹고 살려는 물고기를 죽이려는 현서의 가족들? (그 가족 구성은 혈연에 매개하지 않고 현서를 통한다는 점에 현서의 가족들이라고 부를 법 하다.) 괴물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돌아다녔고 현서의 가족들은 현서를 구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데 그럼 이들 관계에선 누가 괴물일까.
배두나와 송강호, 박해일 등이 아무리 말을 해도 못 알아듣는(혹은 알아듣기 싫어하는) 국가와 병원 체계일까. 이미 “박테리아”로 낙인찍은 상황에서 이들의 행동은 체제전복적인 위협이고 현서를 구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국가나 병원은 생명을 방치하는 폭력이다. 이런 관계에선 누가 괴물일까.
모두가 괴물이란 의미일까. 각자의 관계 속에서 괴물의 의미는 다르게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일 지도 모른다.
좀 더 재미있는 건, 포름알데히드로 변이를 일으킨 물고기의 경우, 관객에겐 그 존재가 보이지만 영화 촬영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누구도 그 물고기를 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픽으로 덧씌웠기 때문. 그렇다면 바로 그 지점, 현장 밖에 있는 사람들은 컴퓨터 조작을 통해 있다고 믿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없지만 있다고 믿는 그 상황이 만들어낸 그 무언가가 괴물인지도 모른다. 실제 존재하진 않지만 그런 것이 있다고 믿으며 강요하는 믿음들: ‘이성애’ 강박들, 나이주의, “정상”가족 강박, 학벌, 지역차별 등 결코 깰 수 없고 그것이 있어야만 사회가 돌아간다는 믿음들이 바로 괴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