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을 변경했는데..

즐겨 찾는 블로거 중 한 분인 애드키드님(리플에 블로그 주소를 써 주셔서 여기에도 링크했는데 괜찮은가요?)의 스킨이 너무 예뻐서 오래 전부터 비슷하거나 같은 스킨을 쓰고 싶었다. 어떻게 찾아서 스킨을 다운 받았으나, 애드키드님의 스킨과 원본이 너무도 달라, 좌절!

디지털맹인지라 어떻게 하면 루인 몸에 들게 할 수 있을까, 하다가, 그냥 이것저것 건드리며 실험을 거듭한 끝에 현재 상태에 도달. 원본 스킨을 보면 블로그 이름이 나타나는 타이틀 부분([Run To 루인]하고 적힌 부분)에 이미지가 있는데, 루인이 좋아하는 이미지가 아니라서 바꾸고 싶었으나 어떻게 바꾸는지 몰라, 그냥 없애고 하얗게 비워뒀다. 그런데 그게 더 좋기도 하다. (체념인지 만족인지 애매하다-_-;;)

문제점은
1.엔터의 공백이 안 먹힌다는 것. 엔터를 치면 한 줄 공백이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안 나타난다.
2. 리플을 달면 동시에 두 개의 리플이 달린다(위 MENU에 커서를 올리면 옆에 각종 메뉴들이 나타나는데 그 중 아무 리플이나 클릭해서 구경해보시길). 다른 블로그에 리플 쓰는데 부담이 있다고 했더니 이런 식으로 압박할 수가…, 쿨럭;;

이런 문제점은 천천히..;;;

#1번은 엔터를 두 번 치면 한 줄 공백이 나타나는 것으로 대충 해결(?).

##추가. 2번도 해결. 태터툴즈 버젼 문제였다..ㅋㅋ

녹지 않은 눈처럼 그렇게 숨겼으면 좋겠다,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어제 밤, 한 통의 문자가 왔다. 눈이 내린다고 행복하라고. 창 밖을 보니 마당(루인의 입장에서 마당이다, 주인집의 입장에선 옥상이고;;)에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형광등을 끄고 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이 내리는 줄도 몰랐다.

눈을 보면 항상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뒤섞인다. 설레고 좋은 몸, 금방 지저분할 것 같은 불안함, 녹으면서 사라지길 바라는 것들에 대한 기대, 그리고 마주하기 겁나서 살짝 덮어두고 외면하고 있는 것들이 곧 드러날 것 같은 두려움.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몸들이 복잡하게 고개를 들이민다.

아침이 되고 오후 햇살이 나쁘지 않았는데도 장독 위, 텅 빈 화분 위에 쌓인 눈이 아직도 녹지 않고 있다. 밤을 견디면 얼음이 되려나. 그렇게 얼어버리면 아픈 것들도 조금은 더 쉽게 견딜 수 있으려나. 무뎌진 몸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내다가 해빙의 시간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를 품는다.

녹지 않은 눈을 보며, 그렇게 얼어가는 풍경을 보며, 그렇게 숨어버리면 좋겠다. 꽁꽁 숨어서 한 겨울 견디고 나면 살면서 만난 아픔들에 무뎌질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그렇겐 안 되겠지? 이런 바람과는 상관없이 금방 눈은 녹을 테고 흉터 자국은 여전히 환하게 빛나겠지. 종종, 숨고 싶은 순간이 절실한 만큼이나 숨기고 싶은 것들을 까발리고 싶으니까. 그냥 이틀, 어제 오늘해서 딱 이틀만 이렇게 숨고 숨기고 지내는 거지, 뭐.

덧.
참, 조금 있으면 외출한다. 이랑 친구 카카키오의 공연이 있어서. 카카키오의 공연은 자주 있었지만 그간 기회가 여의치 않아 못가다가 오늘은 가야지, 하고 스스로 다짐했다. 녹지 않은 눈을 밟으며 걸어가야지. 눈에 신발이 젖고 옷이 젖으면 그 차가움 만큼 다시 걸어갈 수 있는 힘이 생길 테니까.

숨책, 헌책

치치(치치는 [마녀 배달부 키키]에 나오는 고양이 이름이기도 하다)와 만나느라 이번 달 생활비가 간당간당 했는데, 다행히, 어제 숨책에서 잠깐 알바를 했다. 조교일이 6시에 끝나니(끝나는 시간은 매일 다르다) 끝나자마자 종종 걸음으로 숨책에 갔다.

인간관계가 무척이나 좁은 편이지만 그런 만큼 좋은 인연이 많은 편이다. 팔자에 인복이 있다고 하는데 틀린 말이 아닌가 보다. 숨책 역시 그런 소중한 인연의 하나.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건, 몇 해 전 알던 사람의 소개였지만 헌책 보다는 새 책을 선호하던 당시, 헌책방은 한 달에 한 번 갈까 말까 하는 공간이었다. 그냥, 그런 곳이 있구나, 정도랄까. 그렇게 알고만 지내던 숨책이 루인에게 소중한 공간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은, 알바 때문이다. 알바가 아니었다면 지금까지도 이곳과의 인연이 닿지 않았을 것 같다.

5달 계약으로 알바를 하며 숨책과 그리고 헌책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이 인연은 루인의 생활에 심상치 않은 영향을 미치는데, 두 번째 玄牝에서 현재의 세 번째 玄牝으로 이사를 결심하게 한 결정적인 원인 제공이 숨책과의 인연에 있다.

소유욕이 있는 루인은 좋아하는 것은 소유하고 싶어 하는데, 책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그러다보니 당시 알바비의 절반이 책값으로 고스란히 나갔고 지금도 생활비의 적지 않은 부분이 (새 책과는 별도로) 숨책에서 헌책 사는데 든다.

알바가 끝나서도 숨책과의 인연은 계속되는데, 그러다 보니 당시 지금보다 좁은 玄牝은 바닥에 쌓인 책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과장이 아닌데, 그 만큼 책이 많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만큼 방이 좁았다는 의미다-_-;;) 이사할 의사가 별로 없었지만 이사를 결심할 수밖에 없었던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숨책과의 인연은 단순히 이렇게만 엮이지 않는데 이사하는 날, 상당한 도움을 받는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다들 의도적으로 정한 것 아니냐고 했을 만큼 이사한다고 정한 날은, 크리스마스였다. 음하하. 복덕방에서 정하고 나온 다음, 이사하는 날이 크리스마스인 걸 알고 어찌나 좋아했던지. (그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다;;) 이사 일정을 정하고 이사 준비를 하며 친구 한 명이 도와준다고 했지만 이삿짐센터 아저씨의 도움을 요청해야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숨책에서 이삿짐 나르는 걸 도와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5달 계약의 알바가 끝났다고 해서 숨책과의 관계가 마냥 단골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가끔 숨책에서 급한 일이 있을 땐, 잠깐잠깐 알바를 했으니 일명 내부자?;;;;;; 그런데 이삿짐 나르는 걸 도와주겠다고 연락이 왔으니, 너무 고마워서, 울컥….

문제는 이사하는 날, 예약했던 이삿짐센터에서 실수를 한 것인지 날짜를 잘못 알고 오지 않은 것. 기다린다, 다른 이삿짐센터를 알아본다 하는 와중에 나온 말이 숨책의 자동차로 나르자는 것이었다. 그날 숨책의 다마스가 아니었으면 이사를 못했거나 했더라고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렸겠지.

이런 일이 있었으니 어떻게 숨책과의 인연이 예사로울 수 있으랴.

굳이 이런 고마움이 아니었어도 숨책에서 연락이 오면 거의 무조건 알바를 한다고 승낙했지만 이런 이유로 숨책에서 오는 연락은 가장 중요한 약속이 되었다. 수업이나 이랑 세미나가 없는 한 거의 무조건 한다고 할 정도. 사실 알바비를 주지 않아도 숨책에서의 알바는 하고 싶은 일인데, 책의 향기가 주는 매력과 숨책 사람들의 좋은 관계 때문이다.

암튼 오랜만에 숨책에서 알바를 하며 몇 권의 책을 샀는데(이럴 때 마다 알바해서 책값으로 다 쓴다고 걱정하는 말을 듣는다), 그 중에 한 권이 [부시의 정신분석]. 부시에게 관심 있냐고 물어와, 헤헤헤, 하고 루인 특유의 웃음을 지었다. 이 책을 산 건 부시에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정신분석에 관심이 있어서이다. 아직 정신분석을 배운 적이 없으니 관심만 있는 단계인데, 그럼 굳이 이 책과 만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가해자의 정신분석에 관심이 많아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