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야

건조하고 창백한 하늘을 보고 있어요.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요. 무엇이 그리운 걸까요. 하지만 심장은 투명한 살유리처럼 쉽사리 깨어질 것 같아요.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산산조각 나겠죠.

찢어진 이름은 혈관을 타고 몸속을 빙빙 돈다고 해요. 그러다 심장에 박힌 살유리와 부딪히는 순간, 깨진 조각들이 다시 몸을 타고 돌죠. 숨이 막혀요.

그러니 당신을 떠올리면 천식에 걸리나 봐요. 약도 없는데 이런 날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쁜 일

어제, 아는 사람은 아는, 루인이 너무도 좋아하는 정희진 선생님의 강연회가 있었다. 대학원에서 초청한 강연. 루인이 다니는 학교에서 선생님을 이렇게 초청 강연 한 건 이번이 처음. 하지만 워낙 인기가 많아 초청하고 싶은 페미니즘 강연의 일 순위라고 하니 오히려 이번이 처음인 것이 더 이상한 일이기도 하다.

여기서 어제 있은 강연 내용에 대해 말하려는 것은 아니고, 하고 싶은 말은 선생님이 이번에 낸 책, [페미니즘의 도전]에 싸인을 받았다는 것. 우훗. 그냥 싸인만 받은 것이 아니라 루인에게 주는 말과 함께. 아아, 너무 좋아서 쓰러질 뻔 했다는.

아직도 저자에게 직접 싸인 받는 일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이야. 냐햐햐. 하지만 선생님이었기에 이런 몸이 가능한 것!!!

(지금도 마치 어제 그 순간인 것처럼 심장이 두근두근 설레고.. 꺄릇꺄릇)

토론

토론이라는 것은 상대와의 소통 지점을 찾는 것이며 그래서 논의를 풍부하게 하는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토론에서 이기려 하고 강압적인 자세를 취하는 루인을 만날 때 마다 아프다. 이런 태도 자체가 상대에 대한 폭력이니며 결국 서로를 외롭게 하는 일이다.

죄송하고 우울하다. 우울하고 죄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