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살까..

현재 조교알바를 하고 있어서 매달 많지 않은(!) 알바비를 받고 있다. 첨엔 생활비에 보탤까도 했지만 그 달 그 달 쓰기엔 적지만 4달간의 조교 기간 동안 모으면 많을 수도 있어서 모으기로 했다.

애초 계획은 다 모아서 노트북을 사는 것이었다. 물론 새 제품으로 최저 가격의 노트북을 사려고 해도 4달치 알바비 그 만큼 더 필요 하지만 다른 알바를 해도 되니까. 대학원에 들어가면 왠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함.

하지만 실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글을 쓸 때도 [Run To 루인] 블로그에서만 제외하면 펜으로 종이에 쓰는 걸 선호하는 루인으로선 노트북으로 글을 얼마나 쓸지 의심스러웠다. 레폿을 비롯해 다른 곳에 쓰는 글은, 몸에 떠오르는 내용을 펜으로 종이 위에 쓰고 그렇게 쓴 초고를 워드작업하고 다시 프린트해서 고치고… 이렇게 하길 좋아하지 키보드로 글을 쓰는 걸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물론 있으면 좋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딱히 필요한 것도 아닌 그런 상태. 그래서 현재는 보류 상태.

그러면서 떠오른 가능성이 외국여행과 전자사전.

외국여행은 넉 달 치 알바비면 갈 수 있다는 말에 떠오른 것이다. 오래 있을 것도 아니고 가격에 맞춰 간다면 괜찮은 경험이겠다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자사전이란 가능성에 끌리고 있다.

전자사전을 사고 싶었던 건, 꽤 여러 달 전이다. 그것도, 영어와 놀기 시작했으니까 전자사전도 하나 정도 있어야지 않을까, 하는 아주 가증스러운 태도로 가지고 싶어 했다. (지금 봐도 재수 없다!!) 그렇게 가지고 싶어 하는 마음만 가지고 있다가 어느 날 누군가가 사준다는 말을 했다. 물론 그때 당장은 아니고. 처음엔 좋아 했지만 아무래도 종이사전이 편한 루인으로선 결국 사양했다. (후회 백만 번ㅠ_ㅠ)

그러다 며칠 전, 이야기를 나누다 전자사전 얘기가 나왔고, 다시금 있으면 괜찮겠다는 바람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평소 루인이 노는 공간에서야 전자사전이 필요 없지만 종종 이동하는 공간에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저 두꺼운 사전을 가지고 다닐 수도 없고, 실제 사전이 없어서 아쉬웠던 적도 많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까.
(근데 왜 이렇게 비싸? 상상 이상의 가격이라니ㅠ_ㅠ)

어떤 의미에서, 루인에게 무엇을 살까(buy)는 어떻게 살(live) 것인가, 혹은 앞으로의 삶은 어떤 식으로 변동할 것인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문제이다. 무언가를 소비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을 갈등하는 소심함이지만 그 ‘소심함’ 이면엔 생활 패턴, 장기간의 유용성, 앞으로의 계획 속에서 가지는 의미 등이 모두 같이 작동하기 때문이 이런 문제가 쉽지 않다.

아아, 그나저나 전자사전은 너무 비싸..잉잉

이 시간에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데 이러고 있다. ㅡㅇㅡ
9시까지 사무실에서 시험공부를 하겠다고 다짐했으나 7시 즈음, 될 대로 되라는 몸으로 나왔다. 내일 망하고 정신 차려서 기말에 열심히 하지, 뭐. ㅠ_ㅠ
몸이 완전히 붕, 떠버렸다.

공부하는 몸이 완전히 변한 듯 하다. 노는 것과 공부하는 것이 구분이 안 되는 상태. 흔히 말하길, 할 때 하고 놀 땐 놀라고 하지만, 루인에게 있어서 그건 언설이 아니다. 삶과 앎이 구분이 안 되는 생활, 노는 것과 공부하는 것이 구분이 안 되는 생활, 그런 것이 현재의 루인이다. (동시에 삶과 앎이 구분될 수 있다는 언설은 정말 언어가 아니라고 본다.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다.) 논다고 애니메이션을 보지만 동시에 그건 또 하나의 공부가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암기 과목처럼 변해버린 수학 시험공부가 버거운 것이다. 고등학생 때 까지만 해도 수학은 놀이였다. 근데, ‘이상하게도’ 대학에 와선 벼락치기 혹은 암기 과목으로 변했다. 수업에서 가르치는 방식/내용과 루인이 하고 싶은 그것이 차이가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랄까.

어쨌든, 지금 이러고 있다. 곧 나스타샤와 안녕, 하고 책을 보겠지만, 망하고 정신 차리자는 모드로 몸이 변할 듯 하다. ㅠ_ㅠ

글쓰기 소재에 대한 태도 변화

한땐 아래 글처럼, 시험기간이면 시험이다, 가을이 오면 가을이 온다는 식의 글을 별로라고 여겼다. 뭔가 유치해 보였다. 그렇게 믿던 시절엔, 그 시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그런 내용으로 글을 써야지 하는 강박이 있기까지 했다.

하지만, 시험기간에 관한 글, 날씨에 관한 글은 가장 ‘자연스러운’ 글인지도 모른다.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위치에서 느끼는 감정에 대한 글이기 때문이다. 가을이 왔음을 심하게 느끼면서도 가을이 왔다는 글을 쓰는 것은 왠지 유치한 일이라는 식의 강박은, 일종의 신이 되고자 하는, 세상에 무관함을 ‘쿨cool’함으로 착각하는(disembodiment, disinterest) 태도이다. 개입하고 있으면서도 개입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통해 자신을 바라보길 회피하는 태도이기도 하고.

그냥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꾸준히 적어 나가는 것, 그것이 어쩌면 자신에게 가장 성실한 태도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