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치미국수

올해도 어김없이 E느님께서 동치미를 만드셨습니다. 만드느라 엄청 고생하셨죠. 작년보다 조금 더 만들었고 냉장고에 넣어 잘 숙성시켰죠.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작은 통에 따로 하나 더 담았고 그것은 다른 통에 든 것보다 빨리 익었습니다. 그것도 매우 맛나게요. 덕분에 요즘은 반찬 걱정이 별로 없어요. 동치미만 있어도 밥을 먹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물론 다른 반찬도 있지만요.

그리고 얼마 전엔 동치미국수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겨울엔 동치미국수죠! 국물이 약간 덜 시어서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그래도 맛났어요. 호로록, 호로록 동치미 국수!

내년 초엔 훨씬 맛난 동치미국수를 먹을 수 있을 듯합니다. 아, 맛있어요. 냠냠.

짧게 메모를

예전에 “괴물을 발명하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 있다. 이 제목을 정하기까지 어려워서 여러 다른 제목을 거치다가 결국 이 제목이 나왔다.

폭력과 감정 수업을 듣고 있는 요즘, 괴물을 다시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괴물을 발명하라”가 아니라 다른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야 했다. 물론 그 당시엔 그렇게 이야기를 풀어가야 했다. 그땐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한계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지금은 괴물의 발명, 괴물의 구성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괴물을 이야기 해야 한다는 느낌이 든다. 어떻게? 글쎄… 한 5~10년 정도 지나면 관련 글을 새롭게 쓸 수 있을까?

요즘 기말 페이퍼를 겸해서 mtf 트랜스젠더, 혹은 트랜스여성의 폭력성, 남성성과 관련한 글을 준비하고 있다. mtf/트랜스여성과 부대끼며 살거나 자주 만나는 사람이라면 이 측면이 낯설지 않겠지만 mtf/트랜스여성의 남성성과 관련한 논의는 정말 없다. 폭력성과 관련한 이야기는 더더욱 없다. 짐작은 가지만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2006년 지렁이 활동을 시작할 때 사람들과 만나면 mtf/트랜스여성의 남성성을 다루고 싶다고 얘기하고 다녔다. 그리고 얼추 9년 정도의 시간을 채우고 있다. 9년 정도의 시간을 채우고서야 비로소 고민을 문자로 변형하는 작업을 시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 9년을 묵힌 작업은 아니다. 그저 9년 전부터 하고 싶다고 했지만 미루다가 이제야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니 괴물을 다른 식으로 다시 접근해야겠다는 고민도 5~10년 정도 시간이 흐르면 글로 번역할 수 있지 않을까?


서울시민인권헌장,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단상

존재와 민주주의: 동성애를 인권의 항목에 넣어야 하는 이유
필자: 원영
인권에 반대하는 방법: “전 아무튼 반댑니다”
필자: 홍성수
“박원순 시장이 ‘인권헌장 뭐하러 하는가’ 압박했었다”
인권헌장 제정 참여자들 증언 “나를 곤경에 빠뜨리려 작정했냐” 질책도
한윤형 기자
‘우리 곁에 있다던 박 시장은 누구?’…서울인권헌장 폐기 반발 확산
배문규 기자
인권헌장, 이것이 팩트다: 서울시와 MBC는 오보를 바로잡아주십시오
필자: 홍성수
서울시민인권헌장 관련 몇 가지 기사다. 서울시가 거부하기 전에 나온 기사도 있고 이후에 나온 기사도 있다. 특정 언론사가 많은데, 구글플러스에 올라온 뉴스를 중심으로 수집해서 그럴 뿐 특별한 의도나 그런 건 없다. ;;;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전에 첨언을 먼저하면, 몇 개의 사이트와 게시판 등을 살펴보고 있는데 논의는 이미 게이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성적 지향=동성애=게이로 이야기하고 있고, 게이 남성이 모든 논의의 중심에 섰다. 그 많은 레즈비언 활동가, 바이 여성과 남성 활동가, 트랜스젠더와 젠더퀴어 활동가, 퀴어 활동가, HIV/AIDS 감염인 및 관련 활동가, 스스로를 LGBT/퀴어의 어느 범주는 아니라고 인식하지만 함께 하고 있는 여러 활동가 등이 묻히고 있다. 이른바 ‘반동성애’ 진영은 HIV/AIDS를 밑절미 삼아 혐오 발화를 하고 있지만 에이즈 역시 별로 언급이 안 되고 있다. 젠장. 누군가 한 명은 기록을 해야 하고, 사실 다른 많은 사람이 기록하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 또한 기록하기로 했다. 분명하게 말하지만 서울시민인권헌장을 둘러싼 서울시의 행태는 ‘동성애=게이’만의 이슈가 아니라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그리고 HIV/AIDS로 논할 수 있는 매우 포괄적 이슈다. 그리고 HIV/AIDS와 관련한 무수한 사람, 비이성애 혹은 퀴어라고 포괄할 수밖에 없는 무수한 범주, 트랜스젠더와 젠더퀴어로 포괄할 수밖에 없는 무수한 범주의 사람들이 현재 논란의 중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뻔한’ 이야기를 왜 하냐고? 현재 ‘논란’에서 이 ‘뻔한’ 이야기가 자꾸 무시되거나 그냥 지나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
이른바 진보연하거나 중도좌파연 하는 사이트와 게시판 등을 살피면서 뻔한 몇 가지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이것은 꼼꼼하게 살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순한 인상에 가깝다는 점을 분명하게 하자.)
ㄱ. 우리 박원순찡이 그럴리가 없어. 박원순찡을 공격하는 너님은 사실 새누리당 지지자거나 원순찡을 흠집내서 새누리당을 이롭게 하려는 자다!
: 그냥 말을 말자.
ㄴ. 현재까지 절차는 문제가 있지만 박원순이 입장을 표명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겠다.
: 눼에눼에.
이미 서울시 입장은 나왔다. 아울러 트위터 좋아하는 서울시장이 트위터에서도 아무런 대꾸를 안 하고 있다. 근데 궁금하다. 박원순의 입장이 나올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겠다는 사람들에게 궁금하다. 박근혜는 세월호 침몰 사건 등 여러 이슈에서 침묵하고 있는데 박근혜가 의견을 표명할 때까지 박근혜에 대한 입장을 유보한다는 것일까? 현 이슈의 책임자가 직접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아니,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박원순은 직책상으로 직무유기 같고, 그냥 말해서 무책임하다.
ㄷ. (일부는) 제대로 된 사실을 가져와라고 하면서, ‘뜬금없이 헌장을 제정하면 서울시와 박원순이 황당하지 않겠나’, ‘과반수가 투표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 등.
: ‘팩트’는 조금만 검색해도 나온다. 하지만 검색하지 않고 있거나 그것은 ‘팩트’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ㄹ. 지금 시국이 어떤 상황인데 성소수자 인권을 다룰 여유가 있느냐란 반응도 봤다.
: 적잖은 이들이 비판하긴 했지만, 글 쓰신 분은 갑질만 할 수 있는 사장님이냐고 묻고 싶다. 권력자, 이른바 ‘갑’과 동일시하는 이런 언설이 지금의 한국을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묻고 싶다.
이런저런 반응을 접하면서 떠오른 책이 있다. 박가분이 쓴 “일베의 사상”이다. 그 책에서 박가분은 일베가 팩트에 집착하고 객관적 사실에 집착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팩트를 취사 선택하고 객관 혹은 중립을 가장한 그들만의 논리를 전재한다고 지적했다. 그 분석은 진보연 혹은 중도좌파연 하며 일베를 극혐하는 게시판에서 나타나는 태도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러니까 일베나 진보연 하는 게시판이나 어떤 정책에 대한 입장은 분명 다르겠지만 정치적 삶과 태도에 있어선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내가 가장 화가 났던 부분은 이런 게 아니다. 어떤 의미에선 좌절스러운 부분이기도 했고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것은 ‘동성애’가 취향도 아니고 그렇게 태어난 것인데 인정해줘야 하고 따라서 차별 발화를 해서는 안 된다는 언설이다. 반 LGBT/퀴어 진영을 비판하는 입장, LGBT/퀴어를 다소 싫어하는 입장, 차별은 해선 안 되지만 박원순에 대한 평가는 유보하겠다는 입장, 박원순을 강하게 비판하는 입장 등을 가리지 않고 이 논리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타고 났기 때문에 인정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화가 났다. 이런 입장은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의 권력 지형, 사회적 맥락 등을 완전히 무시하고 모든 것은 동등하다는 인식을 밑절미 삼는다. 비트랜스젠더-이성애 질서를 조금도 문제 삼지 않는다. ‘그렇게 태어났으니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가장 위험하고 문제다. (그리고 이런 인식을 밑절미 삼을 때 정윤회 같은 이들의 인권을 지켜줘야 하기에 정쟁으로 가져가선 안 된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는 새누리당의 논리가 가능해진다. http://goo.gl/q2JWqm) 으으으, 정말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