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멸렬

그러고보면 지리멸렬이란 단어는 참 아름다운 말이야. “갈가리 흩어지고 찢기어 갈피를 잡을 수 없이 됨.” 그래. 잡을 수 있는 몸이 어디있겠으며 잡을 수 있는 시간이 어디있겠어.

마음 심(心)이란 한자는 단 네 개의 획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모두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지. 사실 그래. 마음을 하나로 다잡아 먹는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꿈이야. 언제나 흩어진 것이 마음이고 몸인 걸. 그래서 지리멸렬이란 말은 참 예뻐.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 없고 언제나 그렇게 변화하는 상황 속에 놓여 있음을 뜻하니까.

지리멸렬. 지리멸렬.

시간을 견디다

지리멸렬한 시간을 견디고 있어. 언제나 그렇듯 이런 시간에 익숙해질 즈음엔 다시 무뎌진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 이 정도의 멸렬함은 아무렇지 않은 걸.

불필요한 기대는 언제나 더 깊은 쾌락을 불러. 그러니 이런 루인의 쾌락을 뭐라고 하지마. 그저 매일같이 기대와 희망으로 시작하면서 그런 기대와 희망을 버리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 속에서 살고 있어. 이런 일상의 반복. 희망이라는 중독 속에서 희망을 버리고 그것의 이면에 숨겨진 ‘현실’을 직면하고 있어. 그래, 고작 이 정도가 루인인 걸.

며칠이면 된다는 걸 알아. 그러니 이 정도에서 그만할게. 그 뿐이야. 그저 습관 같은 것일 뿐이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냐. 지금도 그런 걸. 이런 상황에서도 분석하고 있는 루인인 걸. 다 쉬운 일인 걸.

우주에서 글 쓰기

관련 기사: 우주에서 펜으로 글씨 쓸 수 있을까

예전에 라디오를 들었을 때 나온 얘기. 미국 나사(NASA)는 우주탐사계획을 세우는 와중에, 볼펜으론 우주에서 글을 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메모를 해야 하는데 무중력 상태에선 글씨를 쓸 수 없으니 무중력 상태에서도 글씨를 쓸 수 있는 펜을 개발하는데 몇 백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 드디어 무중력 상태에서도 글씨를 쓸 수 있는 볼펜을 발명했는데. 이런 기쁨에 미국은 소련에 가 있는 스파이에게 소련 우주인은 볼펜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알아보도록 했다고 한다. 맞다. 자랑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소련에 잠입해 있던 스파이가 보내온 대답은, “연필을 사용하고 있음.” 이었다나.

이 얘기를 듣고 깔깔깔 웃었고 다른 한 편으론 기발함에 좋아했다. (여러 해 전의 얘기인데)미국 나사의 복도 한 가운데는 유리박스로 보관하고 있는 물품이 있다고 한다. 그 물품 앞에는 “정전 등으로 컴퓨터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때 사용할 것”이라는 설명서가 붙어 있다고 한다. 전기가 없어도 되는 최신의 제품이냐고? 주판이란다.

두 가지 교훈. 우주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볼펜을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긴 하지만 꼭 그래야 해? 그리고 꼭 새로운 기술 개발만이 능사는 아니다.

글이 꽤나 엉뚱하다. 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