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고 더딘 글쓰기

지난해 11월, 한 편의 글을 준비하고 있는데 너무 안 써진다는 얘기를 적었었다. 그리고 두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불평을 한 후, 곧바로 초고를 완성했지만, 완성한 초고를 매일같이 가지고 다니면서도 두 달 넘게 방치했다는 건, 그 만큼 쓰기가 쉽지 않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라고 적으면 좋게 해석한 것이고 사실은 그 만큼 게을렀다는 의미이다;;;

지난 3일 첫 모임을 가진 후, 10일부터 시작한 세미나와 그 세미나를 위한 발제문을 쓰면서, 외면하고 있던 초고를 다시 꺼냈다. 채식 혹은 채식주의에 관한 글이다. 발제문과는 방향이 좀 다른데, 지금의 루인에겐 문제가 있는 구절들도 많이 있더라. 약속이 있었지만 그 약속을 취소하고 초고를 꺼내 워드작업을 했다. 빠르면 일주일 안에 이랑에 올리지 않을까 싶다. 물론 [Run To 루인]에도 올리겠지만. 아마 이곳에 먼저 올리고 이랑엔 하루 정도 늦게 올릴 계획이다. 그간 이곳에 쓴, 채식 관련 글 중 몇을 고쳐서 무려 3부작으로 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뭐 이렇게 쓰면 그 글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거나 뭔가 읽을 만한 내용이 있을 거란 오해를 줄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냥 시시한 글인데 두 달 만에 꺼냈다는 사실에 혼자 좋아하고 있을 뿐이다.

참, 그 중 두 편 정도는 아슬과 공동작업이다. 어떻게 할지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아슬의 도움이 컸다. 고마워요.

이렇게 쓰곤, 수정하고 올리는데 또 두 달 걸리는 거 아닌지 몰라. 크크.

알바와 세탁기

어제, 알바와 관련 있는 회의가 있었다. 정확하게는, 대학원 운영과 관련해서 쌤들과 학생들 간의 회의였는데, 회의 내용 중 하나가 알바와 관련 있었다. 루인이 할 뻔 했던 알바를 다른 친구가 하기로 했다. 한 편으론 잘 된 일이고 한 편으론 묘했다. 루인이 할 것처럼 거의 이야기가 다 되어 있던 상황에서 갑자기 바뀌어서, 해야 하는 친구가 걱정이기도 했다. 루인이 하기로 했는데 다른 친구가 해서라거나, 그 친구가 잘 할 것이다 못할 것이다가 아니라 갑작스레, 그 친구에게 의견을 표할 여유를 제대로 주지도 않고 강제된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 때문에 불쾌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잘 할 거란 건 의심치 않는다.)

알바는 하지 않게 되었지만, 지난 해 가을부터 하고 있던 알바를 하며 그에 따른 약간의 장학금을 받기로 했다. 대충 계산하니, 정말 적은 액수다-_-;; 받으면, 현재 목표는 세탁기를 사는 것. 으흐흐.

몇 해째 세탁기 없이 손빨래를 하고 있다. 뭐, 꽤 오랫동안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는데, 최근 들어 세탁기를 향한 애정♡이 생기고 있다;;; 어느 정도 무게로 살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최저가격 순으로 재배열해서 가격에 맞는 상품을 고르지 않을까 싶다. 책이라도 몇 권을 살까 했는데 그럴 여유가 생길지 모르겠다. 뭔가 속은 기분이기도 하다. 힝. -_-;;

[#M_ +.. | -.. | 세상에서 제일 싫은 일 중에 하나는, 전화 거는 일이다. 너무너무 싫어서, 전화 걸 일이 생기면 전화를 해야지 하고도 몇 시간을 그냥 보내며 전화에 대한 강박으로 스트레스를 잔뜩 받는 타입이다. 상대가 누구이든, 용건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전화를 건다는 건, 너무너무너무너~~~무 싫은 일이다. 하고 나면 별 일 아님을 알지만 그래도 너무너무 싫고 스트레스 받는 걸 어쩌라고._M#]

문답 이어받기

이맘 블로그에서 읽고 할까 말까 망설였는데, 청연의꿈님이 루인을 지적했더라고요. 그래서 받았어요.

1. 안녕하세요.

안녕한 게 어떤 건지 모르겠어요.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혹은 어떤 안녕을 묻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정말 모르는 것뿐이네요. 루인의 무식은 안녕하답니다. 🙂

2.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밝히기 싫으시다면 닉넴이라도 알려주세요)

루인이라고 해요.

3. 그 이름(닉네임)의 뜻은 무엇입니까

사전적인 의미와는 상관없이 변화하다, 변태하다 등으로 해석하고 있고요.

4. 그렇게 짓게 된 계기?

루인이란 키워드를 클릭하시면 “Nina Nastasia의 [Run To Ruin]“이라고 적혀있어요. 몇 해 전, 우울증으로 힘들었던 시간을 위로해준 음악이 있는데, Muse와 Nina Nastasia예요. 그 시간을 기념한다는 의미로 지은 닉이죠.
[#M_ +.. | -.. | Nina Nastasia의 음악이 궁금하시면
Nina Nastasia – Ugly Face
Nina Nastasia – Ocean
Nina Nastasia – That’s All There Is
Nina Nastasia – On Teasing
Nina Nastasia – Underground
Nina Nastasia – Stormy Weather
Nina Nastasia – We Never Talked
지금도 너무 사랑하는 음악이죠. 항상 위로해주고 듣고 있으면 기분이 너무너무 좋아지거든요._M#]

5. 성적 평균은 약 몇?

중, 고등학생 시절엔, 반에서 10등 전후의 사각지대 성적. 못한다고 찍히지도 않지만 잘하지도 않은. 애매해서 모두의 관심 밖에 위치하는 아주 유용한.
대학은, 평점평균은 못 밝히고 A+부터 D0까지 분포가 다양해요. 흐흐

6. 휴대폰 액정에는 뭐라고 써있습니까 그리고 그 휴대폰 제작회사 이름은?

제작회사는 샘숭. 큭. (이맘을 따라했어요;;)
액정에는 “안다는 것은 상처받는 일이다.” 정희진 선생님의 책에 나오는 구절이죠. 너무너무 좋아해요.

7. 성별은?

아마, 이 질문 자체로도 소논문 정도는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유사한 주제로 서너 편의 소논문을 쓴 적도 있고요. 그만큼 문제적이고 폭력적일 수 있는 질문으로 다가오거든요.
루인은 루인의 성별(젠더)을 몰라요.

8. 당신이 좋아하는 것(아무거나)

종일 이불 속에서 뒹굴기, 뜨거운 핫초코의 바다에서 헤엄치기
울기, 궁상떨기, 비 오는 날 비 맞기, 숨책에 숨기
Nina Nastasia, Muse, Sole, Themselves, DoseOne, Portishead, Keith Jarrett, Eric Satie, 조용필, 최재훈, 장필순, 이승환, 이승철, 이상은, t.A.T.u … 한때 그리고 지금도 루인을 위로하는 음악들
새로 산 책 마지막 장에 날짜와 산 곳, “Run To 루인”이라고 적는 일
지지, 나스타샤, 玄牝, 이랑, 루인과 세미나를 함께 하는 사람들(너무 고마운 사람들)
몸을 자극하는 새로운 깨달음들, 앎들, 이런 쾌락들
정희진 선생님, 벨 훅스bell hooks,
매일 같이 똑같은 반찬과 매일 맛있는 밥을 해주는 검은색 뚝배기, 트랜스
달콤한 베지밀 비, 푸짐한 공시디와 스노우캣
매니큐어를 바르는 순간, 그리고 그 냄새
사과, 수박, 과일들, 소통할 수 있는 공간들, 그런 시간들
그리고 J

9.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현재의 욕망이 “부당한 욕심”이 아니라 즐거운 쾌락임을.
3초 전의 루인과 안녕하고 작별하기

10. 당신의 성격

INFP
황소자리, 쌍둥이자리, 처녀자리, 사자자리
하지만, 루인이 인지하는 루인의 성격과 다른 사람들이 말해주는 성격 사이엔 많은 괴리가 있어요.

11. 당신이 제일 무서워 하는 것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다른 사람의 침묵. 물론 다른 사람은 루인의 감각 범위에 있는 사람에 한정.
무섭다기 보다는 그 순간을 견디기 힘들어함.

12.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

루인이라는 키워드를 누르면 그림이 나와요. 흐흐

13. 당신이 제일 싫어하는 캐릭터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싶어서 안달하고 쿨하고 싶어서 안달하는 인간

14. 당신이 제일 즐겨보는 만화

즐겨 읽는 건 아니지만, 아트 슈피겔만의 [쥐](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링크는 1권만)

15. 이 문답이 어땠습니까. 즐거웠으면 좋겠군요.

좀 더 자극적이었으면 좋겠어요. 푸훗.

16. 여기까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바톤 이어받을 5명?

소심한 루인은 누군가를 지정하지 못해요. 그냥,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이라고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