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3주에 한 번 씨네21을 사고 있다. 영화 잡지에 그다지 흥미가 없으니(모든 리뷰/프리뷰는 텍스트와 노는데 방해 되니까), 영화 주간지로서 사는 것이 아니다. 루인이 너무도 좋아하는 정희진 선생님의 글이 실리기 때문에 3주에 한 번 사고 있다. 인터넷으로도 읽을 수 있지만, 출판된 매체로 간직하는 기쁨은, 또 다른 느낌.

그래도 샀으니, 다른 내용을 훑다가, 한 구석에 있는 설레는 기사를 발견했다. [시모츠마 이야기: 살인사건편]이 나왔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불량공주 모모코]란 당혹스런 제목의 영화로 개봉하기도 했다. 아주 신나게 즐겼었다. 찾아보니 [시모츠마 이야기]도 이미 출간된 상태란다. 아, 이런 책들을 선물 받을 수 있다면 정말 신날 텐데.

사실, 요즘 선물 받고 싶은 욕망을 품고 있는 책은 [화성의 인류학자]라고 일전에 몇 줄 끼적거린 적이 있는 책이다. 사기엔 망설이지만 선물 받으면 너무 기쁠 책들이 있는데, 이런 책들이 그런 책들이다. 그렇다고 선물로 사달라고 말하지도 못하는데, 소심함 때문이 아니라 루인의 인간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싫어서 이다-_-;; 일테면, 이곳에 루인이 선물 받고 싶은 책 목록을 적었는데 리플 한 줄 없다면 평소 루인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고 다니는지를 여실히 증명하는 장면이 될 것이다. 알면서도 직접 확인하기 싫거나 두려운 거겠지. 흐흐.

뭐, 기다리며 숨책의 인연을 믿어야지.

[청연]이 “여류”비행사 영화라고?

라디오 듣다가 처음 알았다. [청연]이 (최초의) 여류비행사 영화라는 ‘사실’을.

최초의 ‘남성’비행사란 말은 없어도 최초의 ‘여성’비행사란 말은 있다. 최초의 비행사란 말은 있는데, 최초의 비행사=최초의 ‘남성’비행사란 뜻으로 ‘남성’이 인간을 대표한다는 의미다.

뭐, 이런 인식까지 바란 건 아니다. 하지만, 여류비행사라니!!! 지금도 종종 접할 수 있는데, 여류작가란 말이 있다. 박완서선생님도 7, 80년대엔 “소녀적 감수성을 간직한 여류작가”란 평을 들었다(근데 “소녀적 감수성”은 뭐야?). 여류작가, 여류비행사 등등, 여류라는 말은 ‘여성’이 취미삼아, 풍류삼아, 놀이삼아 한다는 의미다. 즉, ‘남성’이 하면 전문적이고 진지한 것이지만 ‘여성’이 하면 취미일 뿐, “진짜”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어머니”되기, 가사 노동 등등)는 뜻이다.

(“금남의 벽을 깬, 최초의 남성”과 같은 말은 있어도 남류작가란 말은 더더욱 없다. HWP에선 고쳐야 할 글자로 나온다.)

여류비행사라니. 영화 어디에도 박경원이 취미로, 심심풀이로 비행을 하지 않는다. 버럭, 화나는 일이다!

알바: 눈,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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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알바를 위한 첫 모임이 있어서 갔다가 처음으로 눈을 맞았다. 그간 몇 번 눈이 내렸지만, 한 번도 직접 맞거나 내리는 장면을 구경한 적이 없었다. 조금이었지만 설레고 즐거운 기분이 몸에 번졌다. 아마 알바 회의를 위한 외출이 없었다면 눈을 맞을 일이 없었겠지. 그래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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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멀미가 있어서 버스나 택시를 못 타는 편이다. 타고 있으면 매스꺼움을 느끼니까. 심할 땐, 버스를 타기 한 시간 전부터 멀미가 날듯이 매스꺼움을 느낀다. 그래서 기차나 지하철을 좋아한다. 기차야 명절 즈음에나 타니,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지하철이다. 물론 가장 좋아하는 건, 걷는 것이지만. 지하철의 매력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글을 고칠 수 있다는 것.

볼펜으로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으니, 초고나 개요만 펜으로 쓰고 그 다음은 HWP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렇다 해도 퇴고는 항상, 인쇄를 해서 펜으로 한다. 이럴 때 가장 좋은 공간이 지하철이다. 지하철에서 퇴고한 글이 지금껏 쓴 소논문의 반 이상이라고 해도 거짓이 아닐 정도로 지하철에서 퇴고를 자주 했다. 이상하게 지하철에선 편하게 작업할 수가 있다. (기차는 흔들림 때문에 글을 쓸 수가 없다.) 어떤 땐, 玄牝에선 책을 전혀 안 읽으면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엔 읽기도 했다. 오늘 발제문의 퇴고를 오고가는 지하철에서 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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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어제 날짜로 알바를 시작한다. 5~6개월 정도. 급여에 감동 받았다-_-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