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아버지-남성은 존재하는가? 한국 맥락에서 이 질문에 대답은 부정적이다. 아버지-남성은 언제나 향수의 대상, 말없는 권위의 화신, 묵묵하게 혹은 무뚝뚝하게 사랑을 표현하는 존재다. 다정한 아버지-남성은 특별한 사례로 등장하거나 본받을 사례로 등장할 뿐이다. 다른 말로 가족에게 아버지-남성은 거의 언제나 부재한다. 대화를 나눠봤다기보다는 묵묵부답이었고 친밀함을 형성했다기보다는 집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느낌만 있다. 이런 향수는 어머니-아버지의 젠더 역할은 여전히 견고하게 유지토록 하는 한 방법이다. 아버지의 권위와 권력은 부재하는 찰나에 발생한다. 물론 아버지 본인은 소외감을 느낀다고 하지만 이 소외감과 존재하는 듯 부재하는 상태가 아버지의 권력 실천 방식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부재한다면, 그러니까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는 늘 부재한다면 다음 질문을 할 수 있다. 가족등록부에 아버지가 살아있지만 사실상 부재하는 집과 가족등록부에도 아버지가 부재하는 집을 굳이 구분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차피 둘 다 부재하는데 그럼에도 굳이 아버지의 존재감을 환기시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존재감 환기가 아버지의 권위/권력을 유지하는 주요 방법이란 점도 있지만, 존재감을 환기한다고 해서 정서적 부재감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왜?
*나중이 쓸 원고의 메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