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올해는 내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할 거 같다. 나중에 결과가 나오면 공유 혹은 홍보하겠지만 새로운 일이라 두렵고 신난다. 두려워서 신난다. 새롭게 배울 수 있어 기쁘고, 새롭게 배워야 하는 일이라 민폐만 끼칠까봐 걱정도 크다. 그래도 새로운 경로를 경험하는 일은 즐겁다.
ㄴ
전시회를 몇 곳 다녀왔다. 하나는 <반려 괴물>인데 귀엽다! 이건 봐야해! 그런 느낌의 귀여움이 있다. 주로 고양이, 때때로 토끼와 호랑이를 민화와 신화 속 괴물로 변형한 작품인데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같은 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 세 편 혹은 12편을 봤다. <올해의 작가상 2024>,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4>, <서울 접속하는 몸: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이었다. 하지만 각각 4명의 작가, 두 팀, 그리고 6개 세션의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데 하나하나가 단독전시 수준으로 많은 작품과 규모였다. 세 편의 전시를 본 게 아니라 12편의 전시를 본 거 같아 다소 피곤하기도 했다. 유독 기억나는 작업 중에는 타나카 아츠코 <지옥의 문>, 장파 <여성/형상: Mama 연작>, 이미래 <봐라> 시리즈, 쿠사마 야요이 <점의 축적>, 정은영 X 키라라의 작업이었다. 이 중 쿠사마 야요이의 <점의 축적>은 보는 순간 뭔지 모를 압도와 끌림이 있어 사고를 칠 뻔 했으나 진행요원 덕분에 무탈히 넘어갔다. 감사합니다. 진짜 정말 좋았다. 작가 이름을 까먹었는데 작업실 변천사를 그린 전시도 재미있었는데 <1987년 깃발이 되다>는 요즘의 상황이 떠올라 괜히 재미있었다. 작가님은 이번 기획에 참여하며 깃발 대행진을 할 줄 모르셨겠지. 오노 요코의 <컷 피스>도 전시하고 있다. 유명한 작가와 작품을 미술관에서 직접 볼 수 있어서 뭐랄까 반갑고, 감동적이기도 했다.
일년에 한두 번 전시관 구경가던 내가 찾아서 가기도 하는 인간이 된 것도 다 나의 의도와 무관하게 흘러간 인생과 관련이 있다. 물론 여전히 나는 미술 혹은 예술과 관련해서 뭘 잘 모르고 그저 느낌만 있으니 민망하기도. 하지만 그럼 어때. 좋으면 좋은거지.
ㄷ
작년 하반기부터 참여한 작업이 있는데 이것은 비건과 음식 관련 어떤 프로젝트다. 이것도 또 재미있고 고단한 일인데 나는 내가 이런 프로젝트에 함께 할줄 몰랐다. 뭐, 사실 퀴어락 일을 하고 있는 것부터가 내가 예상했던 삶의 미래가 아니다. 뭐, 이런 삶도 재미있다. MBTI식으로 말하면 인생 자체가 P구나.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