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연극 <로비: 기어코 그 손을 잡고>를 봤다. 나는 공연을 볼 때 미리 소개글을 자세히 읽고 가기보다 대충의 키워드 정도만 살피고 공연장에서 작품의 내용을 알아가는 편이다. 스포일러를 싫어하기에는, 이미 종영한 드라마나 영화 같은 경우에는 미리 결과를 찾아 읽어가면서 볼 때가 많다(갈등이 고조되면 재빨리 스포를 찾는다 ㅋ). 그런데도 연극이나 뮤지컬을 볼 때는 상세한 내용을 읽어두고 관람하기보다 그냥 몇 가지 키워드만 알고 가는데 이번에는 노동과 연대, 청소노동자 같은 것이었다. 기대하며 봤는데, 중간에 덜컥거리며 눈물이 났고 여러 장면에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미리 스포할 필요는 없으니 쓰지 않지만, 산재 혹은 노동하다 죽는 삶, 정규직 전환을 말하며 인턴만 시키는 기업, 노동자를 손실로만 이해하는 회사 혹은 사회, 고인을 애도한다며 모욕하는 태도, 매우 쉽게 청소노동자를 자르고 무시하는 회사와 일부 노동자, 그리고 퀴어 파트너 관계, 나보다 먼저 떠난 파트너 혹은 소중한 사람과 나 혼자 계속 대화하며 애도하는 일상… 이 모든 것이 이렇게 저렇게 얽히고 관계를 만들어간다.
이 연극은 대부분의 사람이 노동자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상기해주고, 또 애도하는 이들을 외롭게 만들지 않기 위한 다양한 모색을 한다. 이 연극은 시위하고 투쟁하는 이들에게 어떤 태도를 취할지에 대한 윤리적 혹은 유쾌한 대답을 준다. 그래서 퀴어와 애도와 노동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이 연극을 보기를 추천한다. 한 번 더 볼 예정이라 다행이다.
02
제25회 한국퀴어영화제의 폐막작 <에디 앨리스: 리버스>를 봤다. 나중에 들으니, 리버스를 더 많이 개봉하고 테이크 판본도 따로 상영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4년을 작업한 작품인데 다큐라고 할 수도 있고 드라마 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다. 감독 혹은 기획팀의 연출 의도를 전면에, 매우 두드러진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또한 많은 의도와 상징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다.
일단 앨리스가 목욕탕에 갔을 때의 표정을 잊을 수 없는데 그 장면에서 많이 울었고 그 장면만으로 이 영화를 볼 가치가 있다. 그리고 이 다큐를 다 보고 나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다는 점에서 진짜 좋은 작품이라고 고민한다. 필름과 삶을 엮은 장면은 나중에 감독에게 부탁해서 이 작품을 분석하는 논문을 쓰고 싶어진다(게으름만 극복하면 된다!). 여러 장면에서 감독의 의도 혹은 조작적 재편집/연출이 두드러지는데 이것은 다큐멘터리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이것은 내가 영화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몰라서 하는 소리다). 에디의 삶과 앨리스의 삶의 다른 양태가 다큐멘터리 촬영이라는 장소에서 만난다는 점, 의도적으로 몇몇 장소를 겹치는 연출, 앨리스가 ‘제4의 벽'(?)을 깨고 나오는 장면 등은 이 영화를 매개로 하고 싶어지는 이야기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달리말해 다큐멘터리에서 익숙하게 전개되는 문법을 따르는 것 같으면서도 많은 부분에서 거스러고 있고 이를 통해 트랜스젠더퀴어의 삶과 욕망,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모색을 담아내고 있다. 진짜 논문 써야지… 내가 게을러서 방치한 논문만 30편…이지만 이것부터!
03
Nina Nastasia의 신보가 나왔다. 그런데 밴드캠프에서만 배포-판매하고 있다. 다행이라면 밴드캠프를 사용하고 있어서 신보 소식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이번 앨범도 좋다. 얼마 전에 Jolie Laide의 신보도 나왔다. 오래 활동을 중단하고 지내더니 다시 활동이 활발하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