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을 맞지 않고 사는 게 삶의 전부가 될 순 없더라’

<“뺨을 맞지 않고 사는 게 삶의 전부가 될 순 없더라”>가 다시 찾아옵니다.

글: 색자 구자혜
출연 : 색자

공연일자: 2025.03.07.-03.13. (월요일 휴무)
티켓 오픈: 2025년 2월 13일 오후 4시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홈페이지
인터파크


//색자의 삶이 많은 변주를 겪어왔듯 이번에도 새로운 변주를 통해 또 다른 색자를 만날 것이다. 2024년에는 서울 보광동 색자의 집에서 리허설을 했다면, 2025년에는 부산 중구의 모텔방에서 리허설을 한다. 2025년 2월, 색자가 이태원 트랜스젠더 업소에서 부산 광안리에 새로 오픈한 트랜스젠더 업소로 직장을 옮겼기 때문이다.


“색자가 무대에서 사라진 시간은 색자를 기다리는 시간이었을까. 색자가 사라진 세계였을까. 그 시간 속 관객은 어떤 시공간을 생각했을까. 누군가는 자신이 사라진 세계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자신이 남겨진 세계를 생각했을지도.”//

이번에는 놓치지 마셔요. 세 번 보셔요!

2024년에 보셨다면, 그때와 많이 달라질 테니 작년에 봤다고 놓치는 일이 없기를 바라겠습니다!!

잡담

잡담이라도 쓰고 싶은데 쓸 잡담이 없다! ;ㅅ;

H에게 나는 평생 클로짓으로 살겠다고 말했다가 비웃음당했다. 그러고보니 수업 쉬는 시간에 한 수강생이, 특정 철도를 타고 다니냐고 물어왔다. 그래서 화들짝 놀라며 이유를 물었더니, 하차역 근처에 있는 어느 단체 근무자가 가방에 뱃지를 주렁주렁달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나라고 추정했다며 물어본 것이었다. 허허허… 그런데 나는 뱃지를 주렁주렁달고 다니는 것은 내가 누구인가를 내세우는 행위일 수도 있지만 나보다 뱃지의 메시지를 내세우는 행위라고 이해하는 편이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이 중요하겠어. 퀴어 뱃지, 각종 활동 뱃지가 온갖 동선에서 무작위로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지. 그래서 그 행동이 딱히 내가 드러나는 일이라고 고민하지는 않는다.

그나저나 나는 재미있으려고 시작한 덕질에서 왜 활동가의 기분을 갖는가.

삶은 내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올해는 내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할 거 같다. 나중에 결과가 나오면 공유 혹은 홍보하겠지만 새로운 일이라 두렵고 신난다. 두려워서 신난다. 새롭게 배울 수 있어 기쁘고, 새롭게 배워야 하는 일이라 민폐만 끼칠까봐 걱정도 크다. 그래도 새로운 경로를 경험하는 일은 즐겁다.

전시회를 몇 곳 다녀왔다. 하나는 <반려 괴물>인데 귀엽다! 이건 봐야해! 그런 느낌의 귀여움이 있다. 주로 고양이, 때때로 토끼와 호랑이를 민화와 신화 속 괴물로 변형한 작품인데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같은 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 세 편 혹은 12편을 봤다. <올해의 작가상 2024>,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4>, <서울 접속하는 몸: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이었다. 하지만 각각 4명의 작가, 두 팀, 그리고 6개 세션의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데 하나하나가 단독전시 수준으로 많은 작품과 규모였다. 세 편의 전시를 본 게 아니라 12편의 전시를 본 거 같아 다소 피곤하기도 했다. 유독 기억나는 작업 중에는 타나카 아츠코 <지옥의 문>, 장파 <여성/형상: Mama 연작>, 이미래 <봐라> 시리즈, 쿠사마 야요이 <점의 축적>, 정은영 X 키라라의 작업이었다. 이 중 쿠사마 야요이의 <점의 축적>은 보는 순간 뭔지 모를 압도와 끌림이 있어 사고를 칠 뻔 했으나 진행요원 덕분에 무탈히 넘어갔다. 감사합니다. 진짜 정말 좋았다. 작가 이름을 까먹었는데 작업실 변천사를 그린 전시도 재미있었는데 <1987년 깃발이 되다>는 요즘의 상황이 떠올라 괜히 재미있었다. 작가님은 이번 기획에 참여하며 깃발 대행진을 할 줄 모르셨겠지. 오노 요코의 <컷 피스>도 전시하고 있다. 유명한 작가와 작품을 미술관에서 직접 볼 수 있어서 뭐랄까 반갑고, 감동적이기도 했다.

일년에 한두 번 전시관 구경가던 내가 찾아서 가기도 하는 인간이 된 것도 다 나의 의도와 무관하게 흘러간 인생과 관련이 있다. 물론 여전히 나는 미술 혹은 예술과 관련해서 뭘 잘 모르고 그저 느낌만 있으니 민망하기도. 하지만 그럼 어때. 좋으면 좋은거지.

작년 하반기부터 참여한 작업이 있는데 이것은 비건과 음식 관련 어떤 프로젝트다. 이것도 또 재미있고 고단한 일인데 나는 내가 이런 프로젝트에 함께 할줄 몰랐다. 뭐, 사실 퀴어락 일을 하고 있는 것부터가 내가 예상했던 삶의 미래가 아니다. 뭐, 이런 삶도 재미있다. MBTI식으로 말하면 인생 자체가 P구나.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