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습, 삼색도, 기울인 몸들 후기

01

4.16 추모 연극인 <미수습>을 봤었다. 무료 공연이라 한 번만 봤는데, 몇 번은 더 예매할 걸…이라는 후회가 있었다. 여당극 공연은 언제나 예기치 않는 놀라움과 충격을 주는데 이번 공연도 그랬다. 모든 배우는 초반을 제외하면 객석에서 함께 했고, 무대는 (수어통역사를 제외하면) 한국어와 베트남어 자막과 빛과 추모로 채웠다. ‘명’이 ‘구’로 바뀌는 시간, 실종자가 미수습자로 바뀌는 순간을 질문하면서 참사의 유족, 그리고 언제나 기억에 동참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응답이었고, 남겨진 이를 남겨두지 않기 위한 노력이었다. 어떤 식으로 재현할 것인가에 있어, 배우가 대리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무대를 자막과 빛의 변화로 남겨두는 방식이 저 무대 어딘가에서 떠오를 것만 같아, 미수습을 더 직접적으로 재현하는 듯하여 슬프고 무거웠다.

02

뮤지컬 <삼색도>를 봤었다. 이메일로 알려주셔서 냉큼 예매했고, 일부러 정보를 찾지 않고 봤는데… 재밌었다. 둘째 줄에서 봤는데 배우들의 연기가 깊었고 노래도 좋았다. 연극이나 공연에서 배우가 무대 장치에 없는 공간에 있는 것처럼 몸짓과 표정을 지을 때, 마치 내가 그 공간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공연을 좋아하는데 이 공연이 그랬다. 배우의 표정과 몸짓이 무대 장치의 의미를 바꿔내는 순간순간이 좋았다. 하지만 관객이 너무 적어서 안타까웠다. 재미있는데 왜… ㅠㅠㅠ 한 번은 더 보고 싶은데 시간 조율이 쉽지 않네 ㅠㅠㅠ

03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기울인 몸들> 전시를 봤다. 모르고 있었는데, <론 뮤익> 전시를 보러 간 날, 우연히 구자혜 연출님을 만나서, 알게 된 전시였다(압도적 감사!). 김영옥 선생님 강연(혹은 공연)을 신청해서 함께 관람했는데, 매우 좋았다. 아픈 몸, 느린 몸, 나이든 몸, 장애가 있는 몸, 이주해서 노동하지 않고 살아가는 몸 등 비규범적이라고 분류되는 몸을 주제로 한 전시였다. 그리고 다 둘러보고 나면, 장애인 관련 시설을 어떻게 지역의 커뮤니티로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상상하게 되더라. 시설과 탈시설이라는 질문 구조가 아니라, 시설을 커뮤니티로 재구성하고, 모든 지역을 또한 다양한 몸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시설로 다시 상상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남겨서, 좋았다. 전시가 끝나기 전에 꼭 관람하시기를. 겸사겸사 론 뮤익 전시도 함께 관람한다면 이래저래 주제와 고민의 차이를 가늠할 수 있어 좋기도 하다.

김영옥 선생님 강의는 매우 좋았다. 나는 종종 김영옥 선생님이나 김현미 선생님 강의를 한 학기 길이로 다시 듣고 싶을 때가 있다. 두 분에게 배운 것이 많아 시간이 맞으면 특강 같은 것을 들으러 가곤 하는데 이번에 시간이 맞아서 전시도 볼겸 겸사겸사 갔다. 강연(혹은 공연, 왜냐면 로비에서 강의를 해서) 노년되기라는 주제를 생태계로 연결해서 다시 사유하는 과정을 들었고, 여러 가지로 배움이 많았다. 강의 내내 메모를 많이 남겼는데 여기에 적어도 될지는 몰라서.

중립적인 아카이브는 없다

[미술 평론] 급진적 예술 실천을 위한 기억의 훈련들

위 링크의 글에서, “검열, 수탈, 무례”의 하단에 있는 ‘더보기’를 열어주세요.

조그마한 아카이브를 운영하고 있는 노동자로서, 아카이브는 언제나 정치적 가치를 지향하는 작업이라고 말해왔다. 정치적 가치를 지향하는 작업은 필연적으로 편향적이며, 그 편향성이 만드는 긴장, 불안, 위험성, 그리고 가치를 계속해서 질문하면서 또다른 아카이브적 가치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특정한 종류의 편향성이 내가 참여하고 있는 조그마한 아카이브의 설립 취지이자 운영 취지이기도 하다. (나는 언제나 내가 이것을 충분히 제대로 못 하고 있어서, 아카이브에서 일을 한 햇수만큼의 업[黑黑業]보를 쌓고 있기도 하다.) 또한 문제가 된 전시에 얼마간이라도 기여했는데, 그 전시에 참가한 모든 아카이브는 특정한 방식의 편향성과 정치성을 기관의 가치로 삼고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는 남웅님의 글에 적혀 있는 문제제기에 동의한다. 다른 납득할 이유라면 모르겠는데, 중립이 이유라면 아카이브 전시가 무엇인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장애인인권영화제 문구가 딱 적당할 거 같다. “기록으로 저항하라.”

vpn 관련, 픽셀폰 배터리 교체

2년 전인가 이런저런 이유로 vpn을 결제했고 두어 달 지나면 연장 결제를 할 때가 된다. 메인폰은 어차피 픽셀폰이고 구글 자체 vpn 설정이 되어 있어서 그걸 쓰고 있고… 보조폰은 어차피 픽셀폰이고 구글 자체 vpn 설정이 되지만 구입한 vpn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하여 보조폰으로 구글이 미국에서만 선공개하는 다양한 AI 서비스부터 각종 서비스를 미리 사용하고 있다. vpn의 가장 큰 불편은 속도 저하였지만 그것도 이제 옛날 이야기고 그냥 사용하기에는 속도 저하 같은 불편을 체감한 적이 거의 없고(지하철에서 유튜브 라이브 듣기에도 지장이 없다), 그저 이런저런 보호가 잘 되겠거니라는 믿음으로 사용하는 것이기는 하다. 크롬북에도 설치해서 사용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게 뭐가 한 번 꼬이면 인터넷 연결 자체가 차단되는 문제가 몇 번 발생해서 크롬북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어차피 크롬북도 자체 보안이 강해서, 괜찮겠거니 믿으며… (이런 믿음, 괜찮은가…)

암튼 재결제를 하지 말까라는 고민도 잠시 했으나 그래도 언제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그냥 재결제하기로 결심했다. 실제로 작년 12.3 내란이 발생했을 때, H와 연락하며 재빨리 확인한 일 중 하나는 H의 폰에 vpn이 제대로 세팅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밝혀지기를 내란세력은 언론부터 국가 기간망을 통제하려 했고 내란에 성공했다면 vpn이 필수인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달리 말해 내란이 없었다면 vpn의 효용은 체감되지 않았겠지만 한국에서 내란이 발생한다는 실질적인 불안이 생기자, vpn은 그럼에도 위험에 대비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되었다. 생존주의자 성향이 있는 나에게 있어, vpn은 일종의 디지털 생존 도구가 된 셈이다. 물론 이것이 vpn을 과신하는 것일 수는 있는데, 이것이라도 없으면 어쩌겠는가라는 그런 고민이랄까.

의식의 흐름대로 쓰자면, 요즘 유튜브 라이브를 듣고 있노라면 채팅창에 연결이 자주 끊긴다는 말이 많은데 나는 아직은 그런 경험이 별로 없다. 혹시 이거 vpn을 사용해서 안 끊기는 것이라면? 그러니까 유튜브가 한국에서만 속도 저하를 한다거나? 물론 헛소리다. 근거 없는 괴담 같은 망상. (이렇게 vpn의 효용을 정신승리해봅니다 ㅋ) 현실은 집에서 들을 때, 와이파이 확장기를 사용하고 있어서 안 끊기는 것일 수도 있다.

픽셀폰 이야기를 하니, 며칠 전 성남에 있는 직구폰 전문 수리 업체를 다녀왔다. 수업 끝나고 가니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사장님은 친절했고 꼼꼼하게 봐주셨다. 액정에 손상이 갈 수 있다는 경고를 듣고 갔는데, 깔끔하게 수리해주셨다. 수리 과정에서 들려주신 이야기는, 픽셀폰 배터리 교체를 하다보면 5개 중 1개는 액정에 문제가 생긴다고. 그리고 사설 수리 업체 중 픽셀폰 수리를 하다가 하지 않는 이유도, 배터리 수리 과정에서 액정에 문제가 생기면 수리업체가 손해를 보기 때문에 안 하게 되는 것이라고. 일단 나의 폰은 자가수리를 했다면 큰 일이 날 상태였고 사장님께서 깔끔하게 수리를 잘 해주셨다. 액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도, 오래오래 픽셀폰 수리 해주세요. ;ㅅ; (수리업체 현관 비밀번호와 직장 사무실 비밀번호가 완전히 동일해서 웃겼다. 이 번호, 무슨 국룰이냐고. ㅋㅋㅋ)

*그리고 vpn을 사용하면 국내에서만 서비스하고 외국에서의 접속을 차단한 페이지를 확인할 수 있는, 예기치 않은 장점 혹은 단점이 있다…

**그러고보니, vpn을 사용해야, 구글플레이뮤직 시절 업로드 해둔 음악을 유튜브뮤직에서 들을 수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