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축하해.

하루 늦었지만 너의 생일을 축하해. 해마다 네가 태어난 날 너의 생일을 기념했지만 올해는 하루 늦었어. 너의 생일을 잊진 않았지만 그렇게 되었네. 미안. 하지만 정말 미안한 건 너의 생일에 나는 외부 일정이 많았고 많은 시간 넌 혼자 보내야 했지. 이게 가장 미안해. 생일 같은 날은 온 종일 오직 너를 괴롭히면서, 너의 잠을 방해하면서, 너와 노닥노닥 놀면서 보내도 좋을 텐데. 그렇게 못 하고 평소처럼 별다른 일 없는 것처럼 그렇게 보내서 미안해. 하지만 너의 생일에 내게 무척 각별한 것처럼 너의 생일이 그냥 일상이면 좋겠어. 네가 태어난 날을 기념하지 않아도 괜찮을 그런 느낌이면 좋겠어. 그것은 너의 특별함이 내 삶에서 희미해짐이 아니야. 하루하루가 특별하기에 너의 생일이 오히려 무덤덤한 날이길 바라는 거지. 너와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특별하지만 나는 여전히 너의 생일을 기억해. 너의 생일을 챙기고 싶어하지. 내 마음에 머무는 어떤 불안 때문일까? 내 마음 한 곳에 있는 걱정이 너의 생일을 더 특별하게 챙기도록 하는 것일까? 너와 그냥 하루하루 즐겁게 섭섭하지 않게 살 수 있으면 좋겠어. 그냥 하루하루 고릉고릉하고 냥냥하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어. 한없이 평범하고 한없이 진부한 그런 삶이고 싶어. 그러니 너의 생일을 축하해. 나와 함께 한 너의 선택이 고마워.

[고양이] 생일 축하해!

이렇게 태어나 나와 지난 3년의 시간을 함께 해줘서 고마워. 우리에게 얼마의 시간이 더 허락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허락된 시간 동안은 행복하길 바랄게. 많이 부족한 집사지만 그래도 어차피 겪어본 집사가 나 뿐이니 어쩔 수 없잖아? 그러니 부족한 점이 있어도 그냥 그러려니 하렴. 바람아, 사랑해. 그리고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마워.

아울러, 참, 말리, 카카 그리고 또 다른 네 아이들에게도 축하의 인사를 보내.
리카에겐 더 많이 사랑하고 또 미안하다고 말할게…

3년 전 이렇게 태어난 아깽은…
태어나선 곧장 엄마의 젖을 먹더니
(머리가 검은 아깽이 바람!)
이렇게 자랐고..
(바닥에 누운 검은 머리가 바람)
이렇게 아련한 눈빛을 어린 시절부터 보여주더니..
이렇게 멋진 수염을 어린 시절부터 뽐내더니
비닐 봉지에 들어가 혼자 잘 노는 아이가 되었고..
앙증맞은 발톱도 생겼고(저 발톱은 이후 집사의 피를 부르는데…)
아기 때부터 발라당 드러눕는 걸 좋아하는 아이의 낌새를 보이더니…
이렇게 드러누워 지내는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최근 사진은 귀찮아서.. 생략…;;
+
이 글은 출산이 완료된 시간으로 추정하는 아침 5시에 공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