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에서 성적소수자와 대한임상산부인과학회가 만나는 워크숍이 있었다( https://www.runtoruin.com/2172 ). 지난 4월 성형외과 의사를 만난 것과 연장 선상에 있는 일이기도 하다.
상세한 이야기는 E님의 블로그를 참고하시고…
애초 기획은 성적소수자/LGBT/퀴어가 산부인과를 이용할 때 혹은 이용하려고 할 때 겪는 어려움을 먼저 나누고 이후에 의사와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의사들과 함께 얘기를 진행했는데…
흥미로운 것 몇 가지.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산부인과 의사의 감수성에 놀랐다. 일단 의사 자신의 구술이란 점을 염두에 둬야겠지만 mtf/트랜스여성이라면 당연히 산부인과를 사용해야 한다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말한 점이다. 산부인과를 찾는 mtf/트랜스여성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얘기함이 아니라 mtf/트랜스여성이라면 산부인과를 찾아야 한다는 건, 접근 방향/방법 자체가 다르다. 이것이 이태원이란 지역 근처에 있으면서, 많은 mtf/트랜스여성을 만났기에 발생한 감수성일까 싶었다. 그저 한두 명의 mtf/트랜스여성을 만나서 갖는 감수성이 아니라 그냥 동네주민을 만나는 어떤 감수성이었다. 혹은 그냥 돈벌이 상대로서 환자가 아니라 조심스럽게 대해야 할 환자를 대하는 느낌이기도 했고. 물론 이것은 의사가 직접 표현한 부분이라 걸러들을 부분이지만, 다른 병원의 의사와는 확연히 비교되는 모습이다.
김원회라고 “성과학 대가”라고 불리는 사람을 처음 알았고 분노했다. 부들부들. 이를테면, 성적소수자란 말은 사용하면 안 되고 LGBT를 사용해야 한다, LGBT는 다양한 성적 소수자 중 정신병이 아니라고 승인된 범주다 운운. 의료적 조치를 하지 않은 ftm에게 김원회는 근래 폴리섹슈얼이 등장하면서 굳이 수술을 할 필요 없고 자기 몸을 긍정하면 된다 운운. 이 양반[그의 오만한 말을 들으며 나는 그를 존중하지 않기로 했다]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LGBT가 승인된/적법한 범주라면 난 트랜스젠더가 아니라 다른 범주로 나를 설명하겠다. 아울러 폴리섹슈얼이건 폴리젠더건 섹스/젠더의 다양성은 의사가 트랜스젠더에게 하라고 나온 인식론적 전환이 아니다. 모든 인간은 비트랜스여성 아니면 비트랜스남성이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존재는 둘 중 하나로 사라져야 한다는 사회적/의학적 강박을 비판하면서 등장한 사유다. 그런데 이런 맥락을 다 지우고 마구잡이로 들이대는 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걸까? 김원회라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이유로 성과학의 대가인지 궁금했다. 무엇이 대가란 말인가? 이상하게 떠들어도 혼자 떠들면 대가가 되는 것인가?
고객/환자가 의사를 찾을 때 어떤 경험을 말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는 지적이 다양한 방식으로 있었다. 이에 발언한 거의 모든 의사가 천편일률, “당당하게 의사에게 말하면 된다”고 했다. LGBT운동의 자긍심은 어찌하며 의사가 LGBT에게 권하는 조언이 되었나… -_-;;; 의사의 권력과 권위, 이성애-비트랜스젠더의 특권적 위치 등을 조금도 고민하지 않으면서 관용하겠다는 가장 흔한 방법이라 날선 언어로 비판할 수도 있었다. 기존 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관용만 베풀겠다는 인식에 도전하지 않고 있어 참기 힘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 자리에선 다들 그냥 넘어갔다. 다른 자리였으면 비판적으로 논했겠지만 그날 행사가 좀 그랬다. 물론 자리가 끝나고 아는 사람들끼리만 있을 때 ‘당당하게’는 여러 번 희화화되었다.
놀라움과 아쉬움, 짜증이 교차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만나는 자리가 생겼다는 건 좋은 일이다. 이렇게 만날 자리를 또 언제 어떻게 잡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단발적 만남이 아니라 지속적 만남이 중요하다. 또 다른 자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