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자의 허락을 받아 내용을 공유합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가 ‘비온 뒤 무지개 재단'(가칭)으로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별다른 문제 없이 진행된다면 한국 최초의 LGBT 관련 재단이 되는 걸까요? 최초건 아니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퀴어 관련 재단을 만든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관련 얘기를 듣고 정말 두근거렸습니다. 이렇게 즐거운 일이 진행되다니!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퀴어 관련 재단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아직도 많은 기업이 LGBT 혹은 퀴어 관련 단체에 후원하길 꺼리니까요. 외국에선 잘도 후원하는데 한국지사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러니 ‘비온 뒤 무지개 재단’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지고 자리잡기 위해선 개개인의 지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어느 한두 명의 큰 후원으로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 많은 사람의 작은 후원과 지지로 재단을 만들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멋진 재단을 만들 수 있도록, 재단이 만들어진 다음이 아니라 재단이 만들어지기 전, 바로 지금부터 후원한다면 더 좋겠지요.
후원하기: http://goo.gl/G6QaFu
(보통 “한 달에 커피 한 잔 안 마시면 후원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커피를 안 마시는 저는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한 달에 밥 한 끼 안 먹으면 후원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아.. 이건 아닌가..;;; 흐흐. ;; )
많은 분의 관심과 지지, 후원을 기대합니다. 아래 붙인 글, 꼭 읽어보시고요!
=========
안녕하세요? ^^
오늘 어떤 특별한 소식을 전하려고 며칠 전 뉴스 레터를 보낸 것과 별도로 다시 편지 한 통을 띄웁니다.
좀 긴장됩니다. 센터 활동가들이 지난 해 12월부터 지금까지 근 8개월간을 생각하고 검토하고 고민하던 일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대외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누구보다도 회원님들에게 가장 먼저 설명드리고 또 조언과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밟고 싶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번 귀기울여 주시겠어요?
혹시
한국의 첫 성적소수자 인권단체가 언제 만들어졌는지 아세요? <초동회>라는 꽤 귀여운 이름(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에서 가져왔다네요)의 단체가 1993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손가락을 꼽아본다면 올해가 성적소수자 인권운동이 시작한지 20주년이 됩니다. 그동안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의 성적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혐오와 차별의 수위는 높습니다. 우리에겐 아직 가야할 길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센터 활동가들은 과거의 20년과 미래의 20년을 되짚어보고 상상하면서 무엇을 새롭게 더 준비해야 할 것인지를 골똘히 생각해보았습니다. 부족한 것부터 찾아 메꾸자… 더 위로 쌓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더 넓게 펼치자… 깊은 내공을 만들자…. 그렇다면
작아도
의미있는 인권 옹호 활동이 가능하도록 활동가를 뒷받침해주는 힘이 필요합니다. 시급한 사안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지원도 중요합니다. 평등한 시민권에 대한 더 논의가 활발해지도록 다양한 문화 활동 아니 다양한 끼를 즐겁게 펼칠 수 있어야 합니다. 설득력있는 연구 성과들이 축적되어야 합니다. 이뿐 아니라 가족과 학교, 직장 등 다수의 편견에 노출되어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성적소수자 개개인을 보듬는 시도도 절실합니다. 상담도 긴요하고 성적소수자들에게 친화적인 의료네트워크도 시작되어야 하겠지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위해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분명 ‘돈’이 필요합니다. 아름다운 돈들이 필요합니다. 희망을 키울 거름으로, 등을 떠밀어주는 격려로 변할 자원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없었던 것이 아니라 흩어져 있었던 것 뿐이겠죠. 세상을 바꾸고 싶은 선한 의지와 마음들을 모으고, 그것을 다시 나누는 일을 그려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구체화하는 활동은 무엇일까…저희는 ‘재단’이란 형식에서
그 길을 찾았습니다.
돌이켜보면
1998년 동성애전문지 <BUDDY> , 한국 최초로 정식 등록되어 서점에서 판매되는 동성애 잡지를 낸 버디 편집팀은 더 다양한 활동이 요구되는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2002년,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를 설립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동성애 인권운동 단체가 정부 승인을 받는 공식적인 ‘민간 단체’로 등록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센터는 ‘비영리 임의단체’로 활동을 시작했고, 그렇게 11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이젠 한 걸음 더 나아가, 활동의 폭을 더 넓게 확장시키는 차원으로 센터는 보다 높은 공익성과 투명성을 갖는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다시 한번 최초가 될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그리고 모두를 위한 자유와 평등을 바라는 이들를 위한 공익 재단’으로 꿈을 구체화시키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비온 뒤 무지개 재단!>
물론 가칭이지만 아기에게도 태어나기전에 태명을 정해주듯, 준비과정에서 부를 재단의 이미지를 표현해 보았습니다.
법인을 만드는 일이 아주 어렵진 않지만 그리 간단하지는 않아서 당장 센터가 법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지금 바로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활동도, CMS 시스템도 당분간은 모두 그대로 이어질 것입니다. 다만, 오늘 드리는 메일의 핵심은 우리가 정말 잘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에서 ‘한번 해보자. 더 멋진 일이 될거야’ 라고 결의를 마침내 다졌고 그것을 가장 먼저 회원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는 것입니다. 재단이라는 말은 멀게만 그리고 무겁게만 느껴졌지만 공신력을 가진 법인체로서 더 많은 일을 해나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시길 기대하고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가 그리는 것은 단체만의 청사진이 아니라 조금은 더 불평등, 차별, 혐오와 슬픔이 적어진 세상에 대한 청사진입니다. 같이 손잡고 함께 그려주세요!!!
회원 여러분과 소통을 위해 앞으로 설명회도 열고, 재단 준비 과정을 상세히 파악하실 수 있는 공간도 만들겠습니다. 그럼 난 뭘 도와줄까, 거들어줄까 하신다면 모든 걸 덥썩 받겠습니다. ^^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 전화나 메일이나 연락주세요. 물론 저희도 또 연락드릴거에요. ^^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이번 첫 메일은 회원 여러분께 올리는 큰 절과 같은 것입니다.
그냥 늘 하는 상투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 회원 여러분이 계시기에 저희가 감히 이런 꿈도 품어보게 되었습니다.
함께라면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아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회원 여러분. ^^
–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 한채윤 / 홀릭/ 리인/ 캔디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