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다가오면서, 또 어쩔 수 없이 부산에 갈 건지 말 건지로 고민하고 있다. 근데 이 고민이 예전과는 좀 많이 다른 거 같다. 예전엔 내려가야 하는데 가기 싫어서 “가기 싫어~!!”하고 외치는 발악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항상 스트레스에 방점을 찍었고 그래서 정말 가기 싫어서 사고도 좀 쳤지만, 또 어쩔 수 없이 가곤 했다. 그래서 최대한 늦게 가고 최대한 빨리 올라오는 식이었다.
그러다 최근, 논문이란 아해가 꽤나 그럴 듯한 핑계 거리가 되면서, 올 가을부턴 안 내려가도 괜찮은 상황이다. (정확하겐 지난 설부터 안 갈 수 있었다.) 작년 가을부터 4학기엔 못 올 수도 있으니까 기대하지 말라는 얘길 했었고, 그리하여 정말로 내려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비로소 안 내려갈 수 있는 상황, 그토록 바라던 상황이 된 지금에야 비로소, 조금씩 내려가고 싶은 바람이 들기 시작한다. 물론 내려가면 발생하는 뻔한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건 아니고 이런 상황만 떠올리면 정말로 가기 싫지만.
사실 논문 준비로, 책을 읽어야 해서 못 내려간다는 말, 핑계다. 읽을거리는, 서울이 아니라 부산에 있을 때 더 많이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도 없고 근처에 극장도 없기에 할 일이라곤 집안일과 독서가 전부니까. 한땐 참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스트레스도 이젠 적당히 넘기는 방법을 조금씩 깨닫고 있고.
요즘은 부모님들이 얘기하는 혈연이란 강박이 마냥 문제이기만 한가, 란 고민을 하고 있다. 공익광고 같은 데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 몇 해 동안 연락이 없던 자식(대체로 “아들”이다)이 명절 아침에 찾아오면 가족들이 반갑고 따뜻하게 맞아준다는 식의 환상을, 루인의 부모님 역시 가지고 있고, 이런 환상에 부모님들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또 이런 환상이 충족되면 좋아하시는 편이다. 이런 환상을 느낄 때마다 “그건 이러이러해서 잘못이야”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행동하는 게 과연 잘하는 건가 싶을 때가 있다. 그런 욕망은 그 자체로 문제란 식으로 지목할 것이 아니라 이런 욕망이 작동하는 구조, 이런 욕망이 작동하는 방식, 부모님들의 맥락에서 이런 욕망의 의미 등을 묻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텐데, 마치 어떤 이데올로기에 경도된 사람 마냥 행동한 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이런 식의 욕망을 비판하면서 명절을 무시하려는 행동을 하면, 마치 루인은 혈연가족제도와 무관하게 살 수 있다고 믿은 건 아닌지, 명절 행사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건 아니건 간에 이런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고민하기 보다는 이런 상황에 따른 고민 자체를 피하려고만 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어쩌면, 혈연가족관계에 가장 강박적인 사람은 부모님이 아니라 루인인 지도 모른다.
이번 추석에 내려갈까 하는 고민을 하는 좀 더 불순한 동기는, 며칠 전에 쓴 가족과 관련한 고민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이번에 내려가면 은근슬쩍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꼭 물어보고 싶은 건 아니라 해도, 뭔가 확인하고 싶은 게 있다.
+
근데, 만약 혈연가족관계에서, 혈연이란 무게를 지울 수 있다면, 혈연에 기대지 않으면서 개개인으로 만날 수 있다면, 지금의 가족과는 어떤 식으로 만날 수 있을까. 지금의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혈연의 무게를 지울 수 있다면 그때도 여전히 만나고 있을까.
‘혈연의 무게’를 지울수 있긴 할까요? 너무도 복잡하고 복잡한것 같아요. 어쩌면 복잡하다고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상상을 해보고 싶었어요. 혈연을 무게를 지운 삶을 상상하다보면 혈연의 무게를 다른 식으로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요. 헤헤. 🙂
마지막 + 를 보고.. 끅끅끅- 웃었더래요. ㅋㅋ ^^
헤헤. 상상은, 그 자체로 재밌는 거 같아요. 근데, 어떻게 상상할 수 있는지를 모르겠어요… ㅠ_ㅠ
상상력의 빈곤을 느낀달까요.. 흑흑
저는 씨족이나 부족공동체문화가 있음으로 해서 영장류가 살아남아 문명을 발달시켰다는 의견에 수긍하는 입장이라서 그런지.. 아니 이것은 표면적인 핑계고, 실은 어딘가 비빌언덕이 필요하달까ㅋㅋ 아무튼 혈연을 삭제하거나 상실되는 것은 그리 원하지 않아요. 혈연의 무게는 사실 친족들 서로가 느끼는 것일테니 도망가면 안될것 같기도 해요.. 근데 여기서 로긴하는 방법을 몰라요..
여기서 로그인 할 수 있는 사람은 루인 뿐이에요. 흐흐.
혈연을 좀 다른 식으로 상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일테면 부모님이나 가족/친족에게 커밍아웃을 고민할 때, 혈연이란 무게가 참 무겁게 다가오잖아요.
글과 전혀 상관없는 얘기지만, 저는 그저 최고의 우리나라 명절인 추석 때면 늘 학교를 가야 하는 게 억울하고 또 억울해서;;
근데 가족이란 이데올로기, 우리나라에서 특히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방학 때 3개월씩 꼬박꼬박 한국 다녀오는 걸 보면, 미국에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어떻게 3개월씩이나 버티냐고 많이들 묻는데. ^^;; 뭐, 어느 쪽이 더 좋다, 이런 것보단 그냥 사람 사는 건 역시 비슷한 듯 다르다가 다른 듯 비슷하구나 하고 말았죠;; ㅋ
이번 추석에 부산에 안 가기로 하고서, 계획을 세우니, 갈 곳이 학교 연구실 뿐이라는… ㅠㅠㅠㅠㅠㅠㅠ
근데, 한국에 3개월 정도 머무는 건, 꼭 가족과만 만나려는 건 아니지 않나요? 그나저나, 루인이 미국가면 졸업할 때까지 안 들어 올 것 같아요.;;;;; 흐흐
결혼압력에 능글맞게 대처하는 법을 익히고 나니.. 명절에 집에 가는게 조금 수월해졌다고나 할까.. 루인 나이먹기를 기다리는 것이 가장 확실하지만 지나치게 수동적인 방법이겠고, 확 판 뒤집는 것이 가장 적극적이겠으나 뒷감당이…
히히. 이미 한 번 사고를 친 전력이 있어서 부모님들도 기대를 많이 접으셨어요. 예전엔 “결혼해야지”라고 말했다면 요즘은 “그래도 언젠간 할 거 아니냐”란 식이랄까요. 후후.
나름 많이 능글맞게 대처한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부담을 느끼는 걸 보니, 아직 내공이 많이 부족한 거 같긴 해요. 흑흑
혈연의 무게를 지우고 본다면, 음- 나의 가족들과 나는 서로 안친한 사이로 지낼 것 같아요ㅎ 루인- 종시 끝났겠네요~ 가을 바람 선선하고 요즘 날씨 넘 좋아요>_<
종시는 다음주 월요일까지예요… ㅠ_ㅠ
가을바람 맞고 싶어요. 흐흐
어디 가셨나봐요? 아니면 바쁘신가? 아니면 어디 아프신가? 별일 없으시길~
다음 주 월요일까지 종합시험인데, 8월 한 달 동안 딴짓하느라 발등에 불인 상황이에요. 흐흐. 다음 주 월요일이 지나면 평소 모드로 돌아올 거예요. 헤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