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계획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 만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건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계획이란 건, 반은커녕 계획을 세웠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할 때가 있다. -_-;; 아무튼 어제의 계획은 11월 3일에 있을 지렁이 행사에서 발표할 발제문을 쓰는 거였는데, 아하하, 한 줄도 못 썼다.ㅠ_ㅠ 좀 더 정확하게는 두 장 정도의 초고와 워드 작업을 하며 좀 더 늘어난 세 장 분량의 원고를 쓰긴 했다. 발표를 위해 필요한 분량이 4~5장 정도이니 얼추 다 쓴 거라고 할 수 있지만, 내용이 몸에 안 들어 폐기했다. 쓰기 싫은 글을 꾸역꾸역 억지로 써서, 쓰는 중간에도, 워드 작업을 하는 중에도 중구난방이라고 확신했고, 사실 너무도 쓰기 싫기도 해서 미련 없이 3장 분량의 원고는 버렸다. 그리곤 지렁이 까페에 마감시한(어제 밤이었다) 못 지켜 미안하다는 글을 남기곤 글을 쓰는 건 포기하고, 책을 꺼내 읽었다.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소설 한 권을 읽고, 조금 밍기적 거리다가 장보러 갔다. 일주일치 반찬거리를 사서 玄牝에 도착. 조금 쉬다가 음식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손과 팔은 음식을 정리하고 머리에선 주제와 관련한 고민을 하지만 풀리지 않고 엉킨 상태가 계속. 장을 볼 땐, 이따시 단 걸 사려고 마트 곳곳을 뒤졌지만 내키는 건 없었다. 뭔가 엄청 단 초콜렛이라던가 너무 달콤해서 몸이 녹아 버릴 것만 같은 그런 거. 학교 사무실에 있을 땐, 각설탕을 와삭와삭 씹어 먹었지만, 오래되고 습기에 눅눅해져서 달콤한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쓰고 텁텁했다. 뭔가 단 것을, 매스껍고 두통이 날 것 같은 단 걸 먹고 싶다는 바람을 품었지만 그런 게 마트에 있을 리 없다.
아무튼 음식을 정리하다가, 청량고추를 만진 손으로 코밑, 윗입술 위를 만졌다가 음식을 정리하는 내내 맵고 따가웠는데, 이런 상태에서 양파 7개를 자를 땐 눈물이 줄줄.ㅠ_ㅠ 다음부턴 양초라도 켤까 보다며 눈물을 줄줄 흘리는데, 바로 그 순간 그토록 안 풀리던 글의 방향이 잡히기 시작했다. 글의 방향도 명확하게 못 잡았고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어깨에 힘만 들어갔지 아무 것도 못 한 상태로 꽉 막혀만 있던 뭔가가 풀리는 느낌이 들면서, 흩어져 있던 아이디어들이 모이고 글의 방향이 잡혔달까.
확실히 글이 안 풀릴 땐 딴 짓 하는 게 최고고, 양파를 정리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지만(아, 매워ㅠ_ㅠ), 그래도 글은 썼다. 그러니 이번 글은 눈물 없인 쓸 수 없는 글인 셈이다. -_-;;; 낄낄.
(왠지 낚시질을 한 것만 같은 자책감이 든달까요;;;;;;;)
ㅋㅋ 어제 발제문 초안 프린트해줘서 고마웠어요. 아날로그인간이라 종이글자 아니면 집중에 잘 안되는데 다행이에요ㅋㅋ
집에 가면서 봤는데(글자만-_-;) 어제는 토끼눈에 머리가 휴지통이었다는 킁. 수욜까지 키키;
눈물도 좀 흘려야죠. 흐흐 양파랑 느타리, 송이랑 볶으면 정말 맛있어요. 그래도 매일 고것만 먹으면 어떨지는 좀;;
마늘쫑이나 머위대도 가끔 볶아먹으면 맛난 듯ㅎㅎ
만날 이것만 먹고 지내요. 흐흐흐. ;;;
근데 얼른 논평을 해달라고 하니 시험이라 안 될 것 같고, 내일 논평 해주세요. 후후.
하하… 정말 눈물없인 쓸 수 없는 글이군요. 그거 기대되는 걸요. ^^ 3일에 꼭 갈께요. ^^
다들 지구인님은 꼭 오길 바라고 있어요. 기다리고 있을 게요. 헤헤.
중요한 내용은 관두고 “글이 안풀릴 땐 딴 짓 하는게 최고”라는 말만 눈에 와 박히네요. 강도 높여 일해야 하는데 블로그질하는 제게 최대 위로의 말입니다^^
사실 어떤 의미에선, 라니님이 지적한 부분이 핵심이기도 해요. 흐흐.
근데 요즘 블로그에 글이 자주 등장하는 건 혹시? ;;;
그래서 나도 오늘은 학업계획서랑 막 쓰다가 갑자기 밀린 빨래를 시작하고 슝 나갔다 들어왔어요-ㅁ- 그리고 무려 책을 아홉권이나 질러다는 OTL 내일은 머리가 맑아져서 좀 쓸 수 있으려나..ㅠ_ㅠ
그냥, 부담없이, 나 열심히 공부할 거다, 란 포스만 보여주면 되요. 헤헤.
(근데, 이게 쉬운 게 아니구나;;;)
에이, 낚였어요.
근데 양파 썰 때 정말 매워서 눈물나는데, 양초 켜놓으면 괜찮나요?
케케케. 낚시 전문, 루인이었습니다. 흐흐.
그런 말을 어디선가 읽은 거 같아요. 근데 아닐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예감이 마구 들고 있어요 -_-;;;
크헉! 그 매운 고추를 만진 손으로 코밑과 입술을! +_+ 저 아는 친구 중엔 일부러 그렇게 하고 시험 공부했대요; 졸음 쫒으려… 루인님도 한번 *힐끔*
아무리 시험공부라지만 일부러 이렇게 하다니요… 근데 잠은 잘 오더라고요. ㅠ_ㅠ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