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수술이 이렇게 간단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혹은 어떤 상황은 항상 무겁게 그려야 하거니 최소한 어느 정도는 진지하게 그려야 한다는 강박이 루인에게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도 동시에 하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아내를 사랑한 여자]처럼, 이 소설을 읽겠다고 정한 건, 이 소설에 mtf트랜스젠더가 등장한다는 얘길 우연히 듣고서였다. 2007년 7월에 처음 발간한 이 책에서 그리는 트랜스젠더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했다. 그러며 확실히 히가시노 게이고가 글을 쓰기 위한 사전 조사는 확실히 열심히 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장르의 차이와 히가시노는 트랜스젠더에 초점을 맞추었고, 정한아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정한아의 소설에서 등장하는 트랜스젠더의 모습은, 빤한 구석이 있다. 예쁘고 인기가 많은 외모에 “상당히 여성스러운” 행동까지. 이런 묘사는 별로 고민하지 않고 언론에서 주로 얘기하는 그 모습이란 느낌이 강하다. 지난 8일 아침 MBC의 [생방송 오늘아침]에서 차별금지법과 관련해서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를 찍었는데, 이 방송에서 나오는 트랜스젠더의 모습도 그랬다. 하리수의 영상으로 시작한 트랜스젠더와 관련한 얘기는 이미 방송에서 유명한 다른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두 명의 얘기를 다뤘다. 하지만 이때 등장한 트랜스젠더는 모두 mtf/트랜스여성들이었고, 이른바 “예쁘다”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이런 감탄사를 옆에서 들었다) 외모였다. 그리하여 모든 트랜스젠더는 mtf/트랜스여성이고 “너무도 예쁜/상당히 여성스러운 존재”라는 기존의 인식을 반복하고 있었다.
정한아의 소설에서 등장하는 트랜스젠더 모습 역시 별로 다르지 않았다. 차이라면, 트랜스젠더가 TV화면 속의 존재가 아니라 가장 친한 친구란 점이랄까. 그럼에도 나쁘지만은 않았던 건, “모든 트랜스젠더는 이성애자다”란 관념에 부합하지 않는 모습에 있다. 민이(“트랜스젠더”)는 “남성”과 연애를 하려고 시도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오히려 어색함과 불편함을 느끼곤 좌절하는데(나는 가짜인가 하는 감정들), 이런 장면들은 좋았다. 물론 이런 과정들을 다소 가볍게 다루지만.
이런 ‘가벼운’ 접근이 나쁘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이 소설 자체가 상당히 간결하고 다소 가벼운 느낌인데, 이런 맥락 속에서 트랜스젠더가 등장하고, 이런 간결함 속에서 얘기를 의외로 잘 풀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억지로 무겁게 풀어가려고 애쓰는 것보다 이렇게 풀어가는 것이 의외로 괜찮다고 느꼈다. 트랜스젠더 이슈가 반드시 무거운 이슈도 아니거니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처럼 소설의 전체적인 흐름을 결정하는 부분도 아니기 때문이다.
쓰다 보니, 트랜스젠더에만 집중했는데, 우주비행사로 믿고 있던 고모와의 만남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부담 없이 읽기엔 나쁘지 않다.
소설을 시작하며 나오는 이 구절이 이 소설의 많은 부분을 설명한다.
꿈은 계속 닿지 못할 것으로 남아야 좋은걸까요 흐
흐흐.
꿈을 계속 바꾸거나 키우면 되지 않을까요? 흐흐 -_-;;
오옷- 정말 저 인용구가 문득 확 와닿았어요 +_+
히히.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