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글, 글쓰기

01
어쩌면 거의 몇 년 간, 방학을 해도 쉬는 날이 별로 없었다. 항상 빡빡한 일정을 짜고, 학부 시험기간이라도 되는 냥, 일정을 소화하곤 했다. 그러다 좀 지치는 날이면 어영부영 하루를 보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일정을 바꾸거나 쉬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쉬어도 하루 이틀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번엔 작정하고 열흘 정도를 쉴 계획이었다. 아아, 이 몇 년 만의 휴식이며 휴가란 말인가. 소설책도 잔뜩 읽고 오랜 만에 영화관에도 가고. 아아.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계획. 특히나 너무도 사랑스러운, 책 읽다 잠들었다가 잠에서 깨면 읽다만 부분부터 계속해서 책을 읽는 일도 이번엔 할 수 있겠거니 했다. 상상만으로도 즐거워!

이렇게 쓰면 당연한 수순. “내 팔자에 휴가는 무슨”이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하지만 어떤 일이 생긴 건 아니고, 알바를 하기로 했다. 갑작스레 맡은 알바. 근데 이 일이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요하면서도 시간이 촉박해서,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한다. 28일까지 끝내야 하는 단기 알바. 그래도 좋다. 페이가 나쁘지 않으니까. 🙂

02
지렁이 활동가들과 같이 쓴 글을 한 매체에 보냈다.

이 과정을 폭로하고 싶어,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1人
초고부터 마지막 발송용 원고까지 어떻게 변했는지 낱낱이 밝히고 싶은 1人

크크크

03
아침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만년필을 꺼내고 이면지 몇 장을 펼쳤다. 그리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애초 계획이라면 내일 쓰는 것이지만, 연구실에 가는 길에 갑자기 지금 글을 쓰고 싶은 바람이 부풀었다.

만년필로 글을 쓰고, 새로운 이면지를 꺼내 옮겨 적으면서 수정하고,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는 작업은, 차분해서 좋다. 평화롭지도 않고 잔잔하진 않지만, 이렇게 이면지와 펜으로 글을 쓰고 수정하는 작업이, 참 좋다.

하지만 글은 낯설다. 초고를 완성하고서, 느낌이 참 낯설다고 중얼거렸다. 이제까지 이런 글을, 이런 느낌의 글을 쓴 적이 없는데…, 라고 중얼거리면서도 좋다. 이제까지의 글은 언제나 서둘러 달려가기 바빴다. 그래서 읽고 있노라면 숨이 가프다. 근데 이번 글은 속도가 좀 느리다. 그래서 좋다.

하지만, 글을 읽고 있노라면 조금 슬프다. 조금 피곤하고, 조금 불안하다. 이렇게 써도 괜찮을까, 싶으면서도 그냥 발송할까 보다. 마감 날짜를 지키기 힘들 거라고 얘기했는데, 어김없이 마감 날짜를 지키게 생겼다.

그나저나 기말보고서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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